ESG의 진정한 고객은 누구인가?
최근 미디어를 보면 ESG라는 단어가 무척 흔해진 것 같다. 이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영어단어의 첫 번째 알파벳들의 조합으로 지구온난화 현상 등과 같이 기후재앙 위기의 두려움에서 출발된 국제사회의 요구사항이라고 보면 된다. ESG라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볼 때 2006년 즈음 UN의 관련 원칙이 발표된 이후 주요국들의 ESG 정보공개의 의무화, 공급망 실사 등 ESG 규율 강화가 이뤄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ESG의 탄생 배경은 무엇일까? 20세기는 산업혁명의 발달과 함께 민주주의가 사회 통치시스템의 주류가 되었으며,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발달로 일반인들도 양질의 정보를 소비하며 기존 레거시 미디어나 지식인들의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이러한 혁신적 변화는 10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실제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일이고, 이에 대한 어떤 후과(後果)적인 측면에서 ESG가 탄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SG라는 경영 트렌드는 어쨌든 K-기업들이 앞으로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기업들은 재무적 관점에서의 이익만을 쫓아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들을 당연히 등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단순한 '책임'의 개념을 넘어 보다 더 상위에 있는 경영(MANAGEMENT)의 측면으로 넘어왔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ESG 평가결과 공시의무를 단계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이 평가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 주주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등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관련하여 한번 생각해 보자. 기업의 경영자는 영업 및 투자활동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중요한데, 이는 대개 내부유보금, 타인자본, 납입자본으로 조달받게 된다. 좋지 못한 ESG 평가결과를 받은 기업은 타인자본, 납입자본 조달에 있어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위험 프리미엄이 추가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국제 비즈니스 관계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류 속에서 필자는 최근 ESG에 대해 약간 재미있는 사항을 발견하게 되었다. ESG는 말 그대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분야에 대한 것인데, 각 분야에 대한 중요성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고,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우선순위는 대개 취약한 부분에 집중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중국은 환경(E)에, 유럽과 일본은 지배구조(G)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E, S, G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ESG의 진짜 고객은 누구일까?, 그리고 각 분야별 고객의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지만 알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B2B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수많은 탄소 배출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형 스마트 팩토리 사업> 과제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2022년 예산편성도 21년 대비 6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볼멘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에너지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비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당연 환경(E)에 대한 중요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대외교역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는 그들이 중요시 여기는 환경분야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시장은 수출시장보다 규모적인 측면에서 더 크다. 아래 표를 보면 민간소비는 GDP의 46%로 가장 비중이 높다.
소비를 주도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업의 제품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로서 기업에 종사할 수도 있고, 주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장 수요를 형성할 수 있는 집단이며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국가 경제에 있어 가장 근간이 된다. 그래서 필자는 E.S.G 중 소비자가 숨 쉬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S)가 가장 중요하며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일과 삶의 균형, 공공의 이익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이 무조건 위험 프리미엄을 줄이고 생존할 수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ESG도 여러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작용 중 하나는 ESG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린 플레이션'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사회, 환경, 지배구조를 너무 중요시하다 보면 이것이 기업의 또 다른 비용 증가를 유발하고 이 비용들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ESG를 적용 또는 해석할 때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사유해볼 필요가 있다. 단, 그 중심은 사회(S) 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합하자면, ESG의 해석과 평가 그리고 적용은 국가, 문화, 기업의 생산제품 등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처해진 환경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의 대상도 달라진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 사회를 구성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소비자인 '우리'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SG의 진정한 고객은 말 그대로 '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