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Mayhem(메이헴)-Freezing Moon
페르 올린(Per Ohlin).
1969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그는 열 살 때 비장이 파열돼 공식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가, 겨우겨우 살아난다. 올린은 자신이 이때 임사체험을 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죽음 및 그와 관련된 것들에 깊이 매료된다. 1986년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예명을 짓는다.
데드(Dead. 죽은 자).
스웨덴에서 모비드(Morbid)라는 데스 메탈 밴드의 보컬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88년 노르웨이로 건너가 메이헴(Mayhem)이라는 블랙 메탈 밴드의 보컬이 된다.
당시 유로니무스(Euronymous, 죽음의 왕자)라는 예명의 기타리스트가 이끌던 메이헴은 노르웨이 블랙 메탈(Black Metal)계의 중흥을 이끈 밴드이다. 메이헴 이전, 블랙 메탈이란 이름은 하나의 음악 장르라기보다는 그저 반(反)그리스도교적 컨셉의 스래쉬 메탈(Thrash Metal)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80년대 말 메이헴 등의 밴드들이 등장하면서 블랙 메탈은 단순히 반그리스도교적 컨셉 이상의 것이 되었다. 음악적으로도 이전에 없었던 차갑고 사악한, 우울하고 염세적인 분위기가 더해지고 트레몰로(한 음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것) 주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리프(riff, 반복 악절) 등이 개발되면서 블랙 메탈의 음악적 기반이 완성된다.
또한 메이헴은 블랙 메탈의 사상적인 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블랙 메탈은 주로 주류 문화를 배격하고, 흔히들 악(惡)한 것으로 취급되는 것들을 다룬다(반그리스도교적인 면 등). 또한 죽음/자살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등 고통스럽고 우울하며, 염세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메이헴의 초기 보컬이자 주된 작사가였던 페르 올린, 즉 데드는 이러한 블랙 메탈의 사상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활동을 막 시작할 무렵의 메이헴은 잔혹한 살육에 대한 내용을 노래했다. 그러나 데드의 가입 이후 그들은 죽음과 자기파괴, 우울에 대해 노래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데드는 극도로 이상하고, 우울하며, 어두운 사람이었다. 메이헴의 동료였던 유로니무스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데드는 미쳤다. 죽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굶고, 추도문을 티셔츠에 써놓고 다니는 사람을 달리 뭐라 표현하겠는가?”
데드는 공연 도중 미리 준비한 돼지머리를 관객들에게 던지는가 하면, 칼로 자해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했다고 한다. 한 공연에서는 자해를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공연 직후 곧바로 응급실에 실려 가야 했다. 그리고 ‘죽음의 냄새를 느끼고 싶다’며 죽은 새를 자신의 침대 아래에 넣어놓는가 하면, 옷을 땅에 묻고 썩기 직전에 다시 꺼내 입었다고 한다.
데드는 죽음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의 예명부터가 ‘죽은 자’라는 뜻이다. 블랙 메탈 뮤지션들이 많이들 하는 콥스 페인팅(corpse painting, 얼굴을 시체처럼 하얗고 검게 칠하는 것)을 유행시킨 것도 데드다. 주변 사람들은 데드가 콥스 페인팅을 한 것이 단순히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었다’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주류 문화를 어찌나 싫어했는지, 편지를 쓸 때 타자기나 컴퓨터 통신 등조차 거부하고 모두 손글씨로 썼다고 한다.
단순 컨셉질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1991년 4월 8일, 자살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페르 올린, 즉 데드는 유서에 ‘나는 인간이 아니고, 이것(삶)은 단지 곧 깨어날 꿈일 뿐이다. 난 17년 전부터 이 일을 계획했다’고 썼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이 걸어 다니는 시신이며, 이 세상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코타르 증후군(Cotard’s delusion)에 걸려있었다고 추측하는 이들도 많다.
결국 그는 스물두 살에 죽었고, 그의 목소리는 메이헴의 1집인 <De Mysteriis Dom Sathanas>(1992~1993년경 녹음, 1994년 5월 발매)에 담기지조차 못했다. 그러나 그는 <De Mysteriis Dom Sathanas>에 수록된 8곡 중 다수의 작곡에 참여했고, 4곡의 작사를 맡았다.
데드가 작사를 맡은 곡 중 하나인 ‘Freezing Moon’이다.
(Attila라는 인물이 보컬을 맡은, <De Mysteriis Dom Sathanas>에 수록된 버전이다)
Everything here’s so cold
Everything here’s so dark
I remember it as from a dream,
the corner at this time
Diabolical shapes floats by
out from the dark
I remember it was here I died
By following the freezing moon
It’s night again, night you beautiful
I’ll please my hunger of living humans
night of hunger, follow it’s call
Follow the freezing moon
Darkness is growing, the eternity opens
the cemetery lights up again,
as in ancient times fallen souls.
Die behind my steps
by following the freezing moon.
(데드가 보컬을 맡은 데모 버전)
데드는 메이헴의 운영이나 음악적 방향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밴드의 리더였던 유로니무스와 충돌이 잦았다고 한다. 유로니무스는 블랙 메탈계를 하나의 사상과 목적 아래 결집된, 그리고 자신이 철저히 독재하는 집단으로 구성하려 했다. 실제로 유로니무스는 정치적 사상이나 집단과 관련이 깊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공산주의, 나중에는 네오 나치를 지지할 정도로 줏대와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반면 데드는 유로니무스가 독재하는 방식에 반기를 든 메이헴의 유일한 멤버였다. 또한 블랙 메탈이 어떠한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적 관습과 결부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드는 개인들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그가 쓴 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데드가 쓴 가사들은 철저히 죽음에 매료된 음울한 모습만을 드러낼 뿐, 정치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데드의 메이헴 가입 이전, 메이헴과 유로니무스를 중심으로 한 노르웨이 블랙 메탈계는 그저 누가 더 세고 반항적인지를 증명하려는 양아치 모임에 불과했다는 평이 있었다. 그러나 데드로 인해 새로운 평가가 생겨났다. 블랙 메탈이 나타내는 고통과 우울, 염세는 더 이상 허세가 아니라 진짜가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