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에서 록 밴드가 되어가는 그들
01 Help!
02 The Night Before
03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04 I Need You
05 Another Girl
06 You're Going to Lose that Girl
07 Ticket to Ride
08 Act Naturally
09 It's Only Love
10 You Like Me Too Much
11 Tell Me What You See
12 I've Just Seen a Face
13 Yesterday
14 Dizzy Miss Lizzy
오늘 이야기할 음반은 대중음악에 관심이 좀 있다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밴드, 비틀즈(Beatles)의 1965년 작 5집, ‘Help!’입니다.
비틀즈가 위대한 밴드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들이 대중음악 사상 최고로 성공한 밴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죠. 그러나 ‘어째서 비틀즈가 위대한 밴드인가’를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그들이 ‘대중음악 사상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밴드기 때문에’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뭐...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들은 8억 장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음반(디지털 포함)을 판매했고, 이들보다 많은 음반을 판 뮤지션은 현재까지 없습니다.(출처: Wikipedia) 그리고 비틀즈의 핵심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 시절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솔로 활동도 포함한 수치긴 하지만) 대중음악 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곡가로 꼽히죠.
그러나 이러한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비틀즈는 그들이 활동했던 1960년대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그들이 해체한 지 50년이 넘은 2021년 현재에도 음반이 잘 팔리고 있는 밴드라는 것이죠. 베스트셀러지만, 스테디셀러이기도 한 겁니다. 만약 그들이 단순히 60년대의 대중들이 좋아하는 듣기 좋은 팝송만 하는 밴드였다면 강산이 다섯 번 가까이 바뀌고, 유행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는 잘 팔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요즘도 비틀즈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많은 뮤지션들이 비틀즈에게서 받은 영향을 언급합니다. 심지어 스래쉬 메탈 밴드, 메가데스조차도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 때 비틀즈를 참고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냉소적이고 과격한 음악을 하는 밴드가 따뜻하고 정감 있는 멜로디를 만들었던 밴드를 참고하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하실지도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비틀즈 하면 바가지 머리에 양복을 맞춰 입은 채로 소녀 팬들을 끌고 다니는 모습, 즉 비틀즈의 초창기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비틀즈가 대중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가 된 것은 팬들과 거리를 두고, 헤어스타일과 복장도 제멋대로 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적 실험에 과감히 도전했던 중후기의 모습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앨범, ‘Help!’는 초창기에서 중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앨범입니다. 어찌 보면 양쪽 모두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비틀즈가 어떻게 초창기의 모습에서 중후기의 모습으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중후기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겠군요.
비틀즈가 어떻게 초창기의 모습에서 중후기의 모습으로 넘어갈 수 있었냐면, 일단 그들은 인기가 아주 많았고, 음반 판매와 라이브 공연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비틀즈를 따라다니고, 그들의 얼굴을 보고 기쁨에 울부짖는 팬들의 모습은 ‘비틀매니아(Beatlemania)’라고 불리며 아예 사회적 현상으로 분류될 정도였고, 1964년 비틀즈의 미국 진출은 ‘영국의 침공(British Invasion)’으로 일컬어질 정도였죠. 요즘 아이돌 가수들도 그 정도로 인기가 많진 않고, 비틀즈 이전의 팝/록 스타였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도 비틀즈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비틀즈가 벌어들인 돈의 액수는 멤버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했고, ‘Help!’가 발매될 때쯤에는 그들은 더 이상 돈 때문에 음악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죠. 생계 걱정이 없다 보니,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맘대로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계 걱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모든 뮤지션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하진 않죠. 만약 비틀즈가 작곡을 소속 레이블(음반사)이나 다른 작곡가에게 맡기고, 노래와 연주만 하는 밴드였다면 계속해서 레이블의 요구대로 잘 팔릴 것 같은 노래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틀즈는 그런 밴드가 아니었습니다. 1962년 싱글 ‘Love Me Do’로 데뷔하고, 63년 1집 ‘Please Please Me’를 냈을 때 비틀즈는 파격적이게도 앨범의 절반 정도를 자작곡으로 채워서 냈습니다. 이게 왜 파격적인 거냐면, 당시에는 작곡/연주/노래 세 가지를 모두 하는 대중음악인이 없다시피 했거든요. 때문에 비록 앨범의 절반에 불과하긴 했지만, 자작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비틀즈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음악적으로 자주적인 밴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비틀즈는 3집 ‘A Hard Days Night’에서는 모든 곡을 자작곡으로 채웠고, 5집 ‘Help!’에서는 외부 작곡가가 작곡한 곡이 두 곡뿐이었습니다. 6집 ‘Rubber Soul’부터는 아예 외부 작곡가가 만든 곡을 넣지 않게 되었죠.
요즘 록 밴드들은 앨범에 자작곡만을 넣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만, 비틀즈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틀즈는 대중음악사에서 자신들이 연주할 곡을 직접 작곡한 거의 최초의 밴드였고, 때문에 그들은 레이블의 간섭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비틀즈가 데뷔를 위해 이곳저곳의 음반사들에 가서 연주를 하거나 데모 테이프를 보내던 시절, 그들은 물론 당대 최대의 음반사였던 데카 레코드(Decca Records)에도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사장이 비틀즈에게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자네들 음악(로큰롤)은 너무 구식이야’
뭐 당시 미국의 로큰롤 스타였던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Chuck Berry), 버디 홀리(Buddy Holly) 등이 안 좋은 상황에 처해있었고, 영국의 뛰어난 록 밴드들은 대부분 비틀즈 이후에 나왔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는 로큰롤이 저물어가고 있다고 판단할 만도 했지만... 데카 레코드 사장의 이 발언은 현재까지도 대중음악계 최고의 실언으로 꼽힙니다. 그가 비틀즈의 성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가 궁금하군요.
이제 비틀즈가 엄청난 돈과 음악적 자주성으로 무엇을 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대중음악의 정의 자체를 바꿔버렸다고 할 수 있고, 이는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1965년 작 6집 ‘Rubber Soul’부터 비틀즈는 음악적으로 더욱 진중해지고,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앨범 전체에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등 그들의 앨범을 하나의 ‘작품’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앨범이란 것이 단순히 싱글 곡들을 모은 것에 불과했다면, 비틀즈는 앨범 전체의 완성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거죠. 다시 말해 대중음악 감상의 차원을 ‘곡’에서 ‘앨범’으로 한 단계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실제로 Rubber Soul에서는 싱글 곡이 한 곡도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대중음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또한 이러한 진중하고 실험적인 음악적 시도는 모두 성공적이었으며, 대중음악이 단순한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라, 예술의 한 갈래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비틀즈는 작곡/연주/노래를 모두 소화하는 밴드였고, 이들의 결과물이 예술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곧 이들이 예술가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했죠. 그리하여 이들은 대중음악가가 예술가로 인정받는 선례를 남겼고, 이후에 나타난 수많은 대중 음악가들의 지위를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딴따라’에서 ‘아티스트’로 말이죠.
비틀즈의 성공적이었던 음악적 실험은 수많은 장르 태동에 기여했습니다. 그들은 돈이 넘쳐났기 때문에 관심 있는 악기나 녹음 장비는 무엇이든 사들일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사운드를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비틀즈는 고전적인 로큰롤, 하드 록, 발라드,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록, 사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 환각적인 느낌의 록 음악), 포크 록 등 당시에 알려진 거의 모든 장르를 실험하고,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메가데스가 자신들의 음악을 만드는 데 비틀즈를 참고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비틀즈의 장르적 실험은 항상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내었기 때문에 그들은 사실상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의 선구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틀즈의 장르적 실험이 대단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은 각각의 곡마다 전부 다른 ‘형식’을 적용하면서도 ‘따뜻하고 정감 있는 멜로디’라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항상 유지해왔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제가 지금까지 ‘로큰롤(Rock'n'Roll)’이란 단어와 ‘록(Rock)’이라는 단어를 둘 다 쓰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채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록’이 단순히 ‘로큰롤’의 준말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해 두 단어는 지칭하는 것이 조금 다릅니다. 로큰롤이 리듬 앤 블루스(R&B)와 컨트리 음악 등을 섞은 가장 고전적이고, 흥겨움을 강조하며,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10대들이 주된 청자인 50년대의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 등이 하던 음악이라면, 록 음악은 그 원류가 로큰롤이긴 하지만, 60년대 이후 수많은 하위 장르를 포함하며, 10대뿐만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연령의 사람들이 청자이며, 좀 더 진중하고, 로큰롤의 저속한 이미지를 들어낸(로큰롤은 성적인 의미가 강한 미국 속어입니다) 보편적인 장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로큰롤’을 ‘록’으로 발전시킨 이들이 바로 비틀즈입니다. 그들의 초기 음악은 분명한 로큰롤이었지만 중후기에는 록으로 발전하는데, 이러한 비틀즈의 변화는 그대로 당대 대중음악계의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Help!는 로큰롤 밴드 비틀즈와 록 밴드 비틀즈 사이에 있는 비틀즈가 만들어낸 앨범입니다. 본작은 Rubber Soul 이후의 앨범들만큼 실험적이진 않지만, 이전까지 비틀즈가 연주하고 노래했던 단순한 로큰롤보다는 확연히 발전했으며, 더 다양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흔히 비틀즈 5대 명반이라 칭하는 앨범들이 있습니다. 65년 6집 Rubber Soul, 66년 7집 Revolver, 67년 8집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68년 10집 The Beatles,(흔히 White Album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69년 12집 Abbey Road가 그 5장이죠. Help!는 이 5장에 속하지 못하지만, 비틀즈의 음반이 다 그렇듯 훌륭한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틀즈 최고의 명곡 중 하나이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목록을 만들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는 곡 ‘Yesterday’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이 앨범을 아시는 분들도 은근히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Help!의 전반부는 동명 영화의 사운드트랙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인즉슨 링고(Ringo Starr. 본명은 Richard Starkey로, 비틀즈의 드러머입니다)가 낀 반지를 노리는 종교 단체로부터 비틀즈 멤버들이 도망 다닌다는 내용이죠. 이 영화는 비틀즈 멤버들이 출연한 두 번째 영화입니다. 첫 번째 영화인 ‘A Hard Days Night’는 비평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영화인데요, 그에 비해 Help! 영화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시시했습니다...만, 수록된 음악만큼은 A Hard Days Night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틀즈는 64년도 3집 ‘A Hard Days Night’에서는 앨범 전체를 자작곡으로 채우며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과시했지만 같은 해 12월에 발매된 4집 ‘Beatles For Sale’에서는 다시 자작곡의 비중이 절반 정도로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피곤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러나 Help!에서는 다시 대부분의 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고, 활기를 되찾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본작은 강력한 록 트랙인 타이틀 곡, Help!로 시작합니다.
3번째 곡인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는 당시 비틀즈와 음악적으로 교류하던 밥 딜런(Bob Dylan)의 영향이 느껴지는, 포크(Folk)에 가까운 곡입니다.
비틀즈의 자작곡 대부분은 존 레논(John Lennon)과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콤비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3집 A Hard Days Night에서는 전곡이 레논-매카트니 콤비의 작품일 정도였죠. 그에 비하면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과 링고 스타는 비중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비틀즈의 최연소 멤버였던 해리슨은 Help!에서부터 자신의 작곡력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63년 작 2집 ‘With The Beatles’에 ‘Don't Bother Me’라는 자신의 첫 자작곡을 수록한 해리슨은 A Hard Days Night와 Beatles For Sale에서는 다시 자작곡을 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Help!에서 4번째 곡 I Need You와 10번째 곡 You Like Me To Much라는 두 곡의 훌륭한 자작곡을 선보였는데, 두 곡 모두 당시 해리슨의 연인이었던 패티 보이드(Patty Boyd)에 관한 곡이라고 합니다.
패티 보이드는 ‘뮤지션의 연인’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는 인물들 중 대중음악계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여인일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중에 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7번 곡 ‘Ticket to Ride’는 존 레논이 ‘비틀즈 최초의 헤비메탈’이라고 평한 곡입니다. 뭐 사운드가 메탈스러운 곡은 아니지만 독특한 리듬감과 기타 리프(반복 악절)를 중심으로 한 곡 전개는 하드 록/헤비메탈과 어느 정도 닿아 있기도 한 것 같군요.
이 곡은 몇 가지 면에서 기존의 곡들과 달랐는데, 독특한 리듬감도 그렇지만 비틀즈 최초로 3분이 넘어가는 곡이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곡이 3분을 안 넘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만 당시에는 곡들이 모두 1~2분대로 짧았습니다. 또한 곡 중간에 템포가 바뀐다던가, 흔한 구성인 1절-후렴-2절-후렴-간주-후렴의 구성을 택하지 않았다던가 하는 점도 그렇습니다.
8번째 곡인 ‘Act Naturally’는 본작에서 비틀즈가 작곡하지 않은 두 개 뿐인 곡들 중 하나인데, 링고 스타가 보컬을 맡았습니다. 가사 내용이 두 편의 영화를 촬영하면서 비틀즈 멤버들 중 연기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링고의 상황과 흡사해 보입니다.(실제로 A Hard Days Night와 Help! 영화의 스토리는 둘 다 링고를 중심으로 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조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는 비틀즈 초창기에는 작곡 면에서 비중이 매우 작았습니다. 그리고 비틀즈는 ‘자신이 작곡한 곡은 자신이 노래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밴드였기 때문에 해리슨과 스타는 비틀즈의 자작곡을 노래할 기회가 잘 없었지만... 레논-매카트니의 배려로 그들은 매 앨범마다 외부 작곡가가 작곡한 곡이나 미국의 옛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을 최소 한 곡씩은 부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Rubber Soul 이후로 해리슨은 자신의 자작곡을 앨범을 만들 때마다 매번 넣을 수 있었지만... 스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외부 작곡가의 곡이나 미국의 옛 히트곡을 부를 일도 없게 되었고요. 때문에 나머지 멤버들은 스타를 배려해서 원칙에 예외를 두어, 자신들이 만든 곡들 중 하나를 스타에게 부르게 해서 매 앨범마다 수록했습니다.
비틀즈 활동 기간 중 스타가 작곡에 참여한 곡은 단 세 곡뿐인데, 두 곡은 혼자서, 나머지 한 곡은 레논-매카트니 콤비와 함께 작곡한 곡입니다. 세 곡 모두 스타가 보컬을 맡았습니다.
클래시컬한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I've Just Seen a Face’도 좋은 곡이지만, 본작의 백미는 대중음악에 현악 연주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Yesterday’라고 할 수 있죠. 이 감미로운 발라드는 ‘Hey Jude’, ‘Let It Be’와 함께 비틀즈 최고의 명곡으로 뽑히며,(어째 셋 다 매카트니가 작곡한 발라드입니다) 극에 달한 멜로디 메이킹을 들려줍니다. 매카트니는 이 곡의 멜로디를 꿈속에서 처음 듣고 ‘혹시 기존에 이미 존재하던 곡을 내가 꿈속에서 다시 들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 주변 사람들에게 그 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묻고 다녔다고 합니다. 물론 나중에 그것이 자신이 작곡한 곡임을 알게 되었죠. 대중음악 사상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곡으로, 기네스북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전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비틀즈가 초창기의 상업적 성공에 안주해, 계속해서 소녀 팬들의 ‘아이돌’로 남기를 선택했다면 현재의 대중음악계가 어땠을 지를요. 답은 알 수 없지만, 전 그들이 ‘예술가’가 되기를 선택한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작 Help!는 비틀즈가 예술가로서의 길을 택했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적 모험의 시작이 되는 이 앨범에 비틀즈 최고의 명곡 중 하나인 Yesterday가 수록되어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앨범은 비틀즈의 최고작이 아닙니다. 그러나 비틀즈의 모든 앨범은 훌륭한 곡들로 가득 차 있고, Yesterday 한 곡만으로도 본작의 가치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