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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an 01. 2024

2024



2023년 한 해는 가족이라는 단어와 친숙해지는 한 해였다. 재이가 태어난 해에는 기쁨도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형성으로 개인의 자유를 내려놓아야만 했던 시간에 적응이 필요했다.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아이가 항상 우선이 되어야 했던 아내와 나는 켜켜이 쌓여가는 스트레스로 불필요한 다툼을 하기도 하고, 당장 만족을 찾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육아라는 관문 앞에서 여전히 자주 헤매고 있다. 


언제나 식구들을 동반해야 하는 바람에 무슨 일이든 시간이 배가 들어 시간이 아깝다 느낄 때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 ‘아빠가 되어간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며 소설을 내려놓고 동화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직 나 하나를 발전시키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뒤로하고, 하루종일 돈을 벌어도 가족을 지키기 부족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나가며 부족하더라도 둘 다 해내는 사람이 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배우로서의 삶이 희미해진다고 느낄 때가 많아 때로는 우울해지지만 현장에 나갈 때의 설렘이 여전하다는 것에 더욱이 감사함을 느끼는 한 해였고, 글을 쓰는 시간이 줄었지만 이름 석자가 박힌 내 책이 여전히 책장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가며 언젠가 찾아올 영광의 날을 꿈꾼다. 


가족 외에는 매장에 찾아오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울 만큼 사람을 만나지 못한 한 해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나의 사정을 알고 조금 멀리서 응원해주고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언젠가 여유가 찾아오는 날 그들에게 이 날의 감사를 보답할 수 있는 시간을 상상하면 즐겁기 그지없다.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많은 것들을 잃어감에도 기어코 지켜낸 것은 운동이다. 바쁜 생활에 부리는 여유처럼, 없는 형편에 부리는 사치처럼 운동은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이자 몰입이고 해소였다.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몰아 쉬며 체육관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의 개운함이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준다. 


배우로서, 작가로서, 직업인으로서의 부재가 있는 한 해였지만 가장으로서의 시간을 보내며 어떻게든 생존은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는 한 해이기도 했다. 


2024년이 밝았다. 미움이나 시기, 질투는 많이 사라지고 그저 작은 평안과 건강, 적절한 휴식과 마음의 여유만으로도 인간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이르렀다. 여전히 절망은 자주 찾아오고 두려운 앞날에 마음 졸이지만 오늘 하루를 잘 헤쳐나갔다면 작은 칭찬 한 마디 정도는 해주고 내일을 맞이하자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모두 행복하자. 불특정의 시선을 두려워할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번 더 웃자. 비싼 밥을 못 사 먹어도 정성으로 차린 한 끼 식사를 하자. 일상이 온통 예쁘게 꾸며져 있지 못해도 진실된 순간을 남기자. 대단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위로하고 응원하자. 위대한 성공은 하지 못할지라도 언제나 용감한 도전자가 되자. 

그리고 항상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하자. 혼자만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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