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나 카페 출근, 연기레슨이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글쓰기에 쏟고 있다. 가정을 꾸린 후엔 되도록 돈이 되는 일에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글쓰기에 시간을 쓰는 건 꽤나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정신적 위로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수익을 가져다주는 날을 꿈꾸며 계속 쓰고 있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의 작가'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출간한 첫 책이 예상보다 잘 팔리면서 글을 더욱 지속적으로 쓰게 됐다. 다음 책을 내면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낸 책은 판매량이 적어 정산도 받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계약금을 받은 게 전부인 수준이었다.
전문 작가들은 글을 쓰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하루에 다섯 시간을 넘게 앉아 있어도 몇 자 쓰지 못할 때가 있다. 때로는 폭풍처럼 글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컨디션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중간에 멈추거나 포기하고 말았다.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에세이를 쓰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속도로 글을 써서 도대체 언제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차라리 이 시간에 돈을 벌러 나가야 하나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몇 푼 더 벌고, 또 그 몇 푼으로 무언가를 즐기다 보면 인생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걸 알기에 글쓰기에 투자하는 이 시간이 곧 미래에 어떤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글을 쓴다.
글쓰기가 어려워진 건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도 그만큼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뭘 이렇게 보상을 원하나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돈이든, 명예든, 관심이든 무언가 얻기 위해 하는 행위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완성되지 못하고 폴더에 썩어가고 있는 나의 글들을 보니 미안하다. 그땐 뭐가 그리 신박한 소재라고 생각했는지 신이 나서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민망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쓰는 글은 새로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깊이가 있던가, 재미가 있던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가 결국 그냥 아무 말이나 적게 된다.
'그냥 쓰자'
깊이든 재미든 쓰기도 전에 판단하느라 머뭇거릴 시간에 일단 무엇이 되더라도 적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꾸역꾸역 글자수를 채워나가고 있다. 아마도 쓸 용기보다는 고생해서 쓴 글을 과감하게 지울 용기가 더 필요할 테니.
오늘도 글을 쓰느라 하루가 다 갔다. 하루 글 쓰는 시간을 합치면 카페 하루 근무 시간과 맞먹는데 이럴 거면 카페에 출근해서 돈을 버는 게 인생에 유익한 일인가 또 고민이 된다. 아무래도 가장이 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돈일 테니.
하지만 먼 미래를 생각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카페를 운영하는 일과 글을 쓰는 일 중 무엇이 더 좋냐 묻는다면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하는 나 자신에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카페에서 버는 돈만큼 열심히 글을 쓰자!!'라고 다짐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다. 아, 원래 직업은 배우지. 정신을 바짝 차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