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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an 01. 2025

2025

12월 31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올해로 세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재이는 삼십삼 개월 개월 아이가 됐고 공칠이는 열한 살이 됐다. 개인에서 가족이 되고, 부부에서 부모가 되며 생각하는 것도,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어쩌면 성격도 바뀌었는지 모른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돌이켜보면 삶은 계속 나아졌다. 힘듦을 이겨내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미세하게나마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제야 좀 먹고 살만 한가 싶으면 다시 고꾸라지고, 절망에 빠질 것 같다가도 벌떡 일어서는 삶을 여러 번 반복하며 우리 가족 모두가 성장했다. 


아내의 삶을 내 인생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여기며 다퉜던 날들을 반성했다. 나와 다른 아내가 있기에 우리는 매일 침묵 속에서 일만 하며 사는 가족이 아니라 때로는 여행도 다니고, 일을 뒤로 미루더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종종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다시 보내기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했다. 


이제 아내나 나나 개인의 욕심은 조금 내려놓은 걸지도 모르겠다. 사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의 기준과 우선순위가 가족에게 필요한가로 점철되었다. 반면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느라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이 외면당해선 안 된다는 다짐을 하는 가장이 되었다. 


아직은 갈 길이 멀고 해내고 싶은 일이 많다. 나의 목표는 적당히 먹고살 만한 삶이 아니다. 미리 허풍을 떨 수는 없지만 더 넓은 곳, 더 다양한 곳에 경험과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길에 늘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각오로 몇 배는 더 애를 써야 하는 2025년이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고집 세고 모난 내 성격에게 고맙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지나고 나면 힘들었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냥 내 인생에 지나가는 미션들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 우여곡절을 이겨내며 조금은 성장했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일을 사는 게 내 성격이다. 반드시 앞으로도 더 힘든 일은 다가올 테니까. 늘 그렇듯이 어떻게 이겨낼 지만  

생각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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