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취향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전통 방식에 따라 만들어지는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샴페인(champagne). 샴페인 하우스마다 우아한 풍미, 미세한 거품, 선별한 포도, 블렌딩 비율, 와인메이커의 철학, 떼루아의 특성 등을 내세우며 다양한 샴페인을 선보인다. 우리는 취향대로 접근성이 좋은 샴페인, 소량 생산하지만 와인 메이커의 개성이 묻어 있는 샴페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샴페인, 와인 전문가가 추천해 준 샴페인, 빈티지 차트를 참고해 고른 샴페인, 가성비가 좋은 샴페인 (가령, Wine Enthusiast가 추천하는 Best Buy) 등으로 골라 마셔본다. 그러면서 ‘아, 나는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가 들어간 샴페인을 좋아하는 편이네.’라고 생각하거나 ‘접근성 좋은 샴페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 라거나 ‘빈티지 차트를 참고해 골랐지만, 샴페인 하우스마다 다른 느낌이구나.’ 등 샴페인의 이모저모를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어느 날, 폴 바라(Paul Bara) 샴페인을 마시면서 알게 된 스페셜 클럽(Special Club).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샴페인 병에 스페셜 클럽이라고 써넣을 수 있다고 하니 ‘조금 더 특별한 샴페인인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스페셜 클럽은 자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샴페인을 양조하는 와인 생산자(또는 RM 샴페인 생산자) 조합으로 알려진 클럽 트레소 드 샹파뉴(Club Trésors de Champagne; 초기 멤버 12 생산자로 이루어져 ‘Club de Viticultures Champenois’로 불리다가 1991년에 이름 변경)에서 탄생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4개 샴페인 생산자가 활동 중이며(폴 바라는 창립 멤버) 1971년에 설립해 샹파뉴 지역이 직면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양조 기법과 떼루아(terroir: 프랑스어로 토양을 의미하며 토양, 기후 등의 포도 재배 환경을 통칭)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는 물론이고 엄격한 품질 기준을 통과한 샴페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뭉친 이들은 빈티지 뀌베 중 최고를 선별해 스페셜 클럽 레이블을 부여한다.
먼저, 매년 2월에 클럽 멤버들이 모여 전년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스틸 와인을 마시면서 빈티지 와인을 만들어도 될지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데 만장일치를 얻어야만 빈티지 와인을 만든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빈티지 샴페인을 선보이면 포도 양조학자와 와인 전문가로 이루어진 패널이 모여 블라인드 시음을 2번 진행한다. 첫 회에서는 병입 전 스틸 와인을 맛보고 통과하면 최소 3년 숙성이 끝난 후에 다시 맛본다. 최종 승인을 받은 샴페인은 동일한 모양의 초록빛을 띠는 병에 담고 ‘스페셜 클럽’을 병에 양각하고 레이블에도 표시한다. 그래서 샴페인 하우스가 다르더라도 18세기 샴페인 병 모양을 참고해 만들었다는 병 모양과 레이블을 얼핏 봐도 스페셜 클럽 와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스페셜 클럽 샴페인의 맛은? 이 레이블로 맛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샴페인을 고를 때 하나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또한, 맛이란 게 주관적인 영역이라 나는 충분히 맛있다고 생각해도 누군가에게는 무난하거나 매력이 없다고 느낄 수 있고 시음하는 환경, 같이 하는 음식, 나의 몸 상태 등에도 영향을 받으니 이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폴 바라 스페셜 클럽은 고소한 풍미에 충분히 밸런스가 좋은 샴페인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샴페인 하우스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포도 품종의 조합, 빈티지 특유의 색깔, 숙성된 샴페인의 느낌 그리고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았기에 더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시자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