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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Jun 24. 2023

위로라는 이름의 오만

순수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마음이 단단해야 한다.

누군가를 위로한다.  사람의 삶을 살아보진 않았으나, 가라앉은 일상이 얼마나 벅찬지 알고 있다.   울어야 괜찮아질 거야. 그래도 오늘 살아야 되니까 한번 일어나 볼까. 일어날  있어. 말한다. 진심으로 타인이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며 응원한다. 힘내. 힘내.


문득 나는 자기 효용감을 위해 타인의 불행을 바라고 있는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힘든 사람을 위로하면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서 곁에 있는  아닐까? 힘든 사람 옆에서 나는 괜찮다고 자기 위로하고 있는  아닐까? 나는 정말로 순수하게 위로만 했을까? 내가 나중에 이 호의를 이용하지는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스친다. 남은 그 정도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나는 나를 안다. 습관적인 계산을 하며 감동도 감흥도 손수 없애버린 나 자신을 돌아본다.


과거의 나를 투영해서 위로하는 거라면 차라리 낫다.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고 악을 써서 빚을 만들어두려는 건지 나도 나 자신을 알 수 없다.


나는 누군가를 순수하게 응원한  있었나? 평가하지 않고 바라본  있었나? 누군가의 실수를 눈감아 준 적 나?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둔  있는가? 관계를 호의에 대한 거래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되묻는다.


이 모든 원인은 식상하게도 낮은 자존감과 자기 확신을 못함의 문제다. 나는 홀로 설 수도 없다 생각하고, 관계에 대한 내 정의조차 믿지 못하는 것이다.

안다고 바뀌면 참 좋을 텐데 딱히 진전은 없어 유감이다.


순수함은 강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다. 악할 수 있지만 선함을 선택하는 것. 조금 더 보태면 강하니까 생각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으며, 나를 내어줄 수 있고, 타인을 위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위로와 공감은 일종의 기만이지 않을까.

순수한 위로를 건넬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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