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마음이 단단해야 한다.
누군가를 위로한다. 저 사람의 삶을 살아보진 않았으나, 가라앉은 일상이 얼마나 벅찬지 알고 있다. 더 울어야 괜찮아질 거야. 그래도 오늘 살아야 되니까 한번 일어나 볼까. 일어날 수 있어. 말한다. 진심으로 타인이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며 응원한다. 힘내. 힘내.
문득 나는 자기 효용감을 위해 타인의 불행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힘든 사람을 위로하면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서 곁에 있는 건 아닐까? 힘든 사람 옆에서 나는 괜찮다고 자기 위로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정말로 순수하게 위로만 했을까? 내가 나중에 이 호의를 이용하지는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스친다. 남은 그 정도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나는 나를 안다. 습관적인 계산을 하며 감동도 감흥도 손수 없애버린 나 자신을 돌아본다.
과거의 나를 투영해서 위로하는 거라면 차라리 낫다.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고 악을 써서 빚을 만들어두려는 건지 나도 나 자신을 알 수 없다.
나는 누군가를 순수하게 응원한 적 있었나? 평가하지 않고 바라본 적 있었나? 누군가의 실수를 눈감아 준 적 있나?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둔 적 있는가? 관계를 호의에 대한 거래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되묻는다.
이 모든 원인은 식상하게도 낮은 자존감과 자기 확신을 못함의 문제다. 나는 홀로 설 수도 없다 생각하고, 관계에 대한 내 정의조차 믿지 못하는 것이다.
안다고 바뀌면 참 좋을 텐데 딱히 진전은 없어 유감이다.
순수함은 강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다. 악할 수 있지만 선함을 선택하는 것. 조금 더 보태면 강하니까 생각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으며, 나를 내어줄 수 있고, 타인을 위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위로와 공감은 일종의 기만이지 않을까.
순수한 위로를 건넬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