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행복을 채워넣는다.
두꺼비는 아직 몸집이 작아 밑을 다 막지못한다. 조금 침침해도 어쩔 수 없지. 두꺼비는 조금씩이지만 제대로 크고있으니까.
괜찮아. 행복이야 다시 채우면 되지. 기죽지마 짜샤.
야 좀 쉬자. 어차피 다 샜는데 뭘 힘들게 막아.
우울에 널브러진다. 여태 채워본적 없는 것을 조금 늦게 채운다고 인생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마을 잔치 한번 못간다고 죽겠냐. 내년에도 할텐데.
밥이나 먹자. 불닭 콜? 아 개좋지 맥주도 먹자.
야 너 그 광고 봤냐? 물터지는거 막는 테이프? 요즘은 유리 본드도 있대. 뭐든 사다가 붙이고 냇가에 수도까지 끌어다 오면 자동으로다가 행복회로 굴릴 수 있어. 너나 나나 그전까지만 고생하는거야. 나 천재? 인정?
두꺼비는 말없이 씨익 웃는다. 근데 이거 나름 자동 시스템인데 사업기획서 써서 고을 원님한테 넘겨주면 잔치 한번 더 열어주지 않을까?
실 없는 소리 짓껄이면서 잠깐 낄낄댄다. 두꺼비는 내가 조금 더 빨리 커볼게 한다.
새끼 멋있기는. 안그래도 돼.
두꺼비가 없었을 땐 독을 채워보려는 생각 자체를 해본적이 없다. 저가 한번 막아보겠다고 덤비는데 얼마나 고마워. 나는 닥치고 머리박고 감사합니다 더 빨리 물이나 날라볼게요 해야되는거다.
두꺼비가 다 못컸다는 이유로 밑을 못막았다고 한다? 그건 미친놈이지.
야, 누가 뭐라하면 지가 구멍 막아보라고 지랄해 알았지? 천천히 커. 클 수 있을 만큼만. 그래도 돼. 쉰다고 몸이 줄어들진 않을거 아냐. 안죽어 안죽어.
독이 깨진 건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다. 짱돌 날라오는데 장독이 갑자기 발이 달려서 도망가거나 강철이 될수는 없는 거잖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거지. 그건 네탓도 내탓도 아니다.
채워놨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빠지는게 어딘지. 지금도 빠지는 속도도 괜찮아. 채워놓고 잽싸게 등목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감지덕지지 뭐.
이제 다 우울했어? 오케 그럼 이제 또 채우러 가보자고. 탁탁 털고 일어난다.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