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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개 Feb 13. 2024

왜 벌써 2월 중순

2023년도 이제 겨우 정리했는데요?

23년이 지났다. 뿐만일까? 벌써 2월 중순이다. 정리라는 건 감정이 녹기 때문인지, 쓰다가 보니 제목에 비해서는 제법 진지한 얘기를 하게 돼버린 것 같다.


잠깐사이에 아득한 일이 되어버린 모든 것들에 유감을 표하고 싶다. 사건들에는 어떤 감정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것은 소중하지만 늘 거리가 필요하다. 난 그 적당함을 찾지 않은 채 부유했다. 내 무언가가 완전히 마모되기 전에 붙잡았어야 했을까? 잘 모르겠다.

혹시나 싶은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고,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받았다. 만족할 만큼 소모했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졌다.

'왜 나는 인생에서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자꾸만 내버리는가.'

작은 균열의 파문이 일었다. 실은 가능성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날 궁금해주고, 걱정하고, 신경 써주고, 자신을 알려주고 싶어 하며, 배려를 주고받는 것을 원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걸까? 다들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 그렇기에 청자가 되길 자처했지만, 아무도 되돌아오지 않은 채 청자가 된 나에게 토악질하듯 본인 이야기를 쏟아낼 뿐이었다.

3년 전과 같은 상황이다. 사회성이고 나발이고 전부 바닥난 뒤에 알게 된 건,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태도의 변화다.

예전이면 소외감이 들었을 법했을 상황에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 내 컨디션을 신경 쓰면서 놀게 되었다는 것, 맹목적으로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나를 위로할 줄 알게 되었다.

나의 무엇이 달라진 걸까 더듬어 본다. 결국 내가 바로 섰기 때문이었다. 그 중심엔 나를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 존재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근 2-3년의 의미는 내가 날 사랑하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것을 이제 의심하지 않는다.

나를 다독이고, 나와 함께하고, 위로한다. 결국 내가 나의 청자가 되어야지. 누군가가 해주지 않으니 그렇게 되어야지. 다시 다짐한다.

이대로 쭉 자라면, 무조건 내가 맞다고 우기는 사람이 될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그렇다고 나를 사랑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나아가겠다. 나아가고 싶다. 나에게도, 언젠가 만날 누군가에게도 같이 좋은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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