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사업 철수에 따른 득과 실
LG전자, 이제는 1조 원 대의 특허 수익을 노리나? - 모바일 사업 철수에 따른 득과 실
LG전자는 재작년 모바일 사업을 철수한 이후, 작년 3월 '지식재산의 라이선스업'을 정관에 올렸고, 모바일 사업 과정에서 획득한 특허를 수익화하기 위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고 있다.
2022년 8월에는 애플로부터 8000억 원 대의 로열티를 지급받았다. 이제는 조 단위의 로열티를 넘보고 있다. 특허는 시작은 비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업에게 수익으로 되돌아오는 효자가 된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철수함으로써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을 제조하지 않으면서, 특허 계약 협상에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삶은 물리 법칙과도 같다. 힘의 균형점을 맞추어나가는 게임이다. 힘의 균형점이 깨지면, 알짜힘의 방향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을 제조할 때에는 자신이 보유한 지식재산(IP)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애플이나 삼성과 같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보유한 지식재산(IP)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특허로 상대방을 공격한다면, 상대방도 나를 공격할 수밖에 없는 힘의 균형점의 관계에 있다.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내 기술의 파이를 키워야 하고, 그래야만 경쟁사와의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기술의 지분율을 계산하여 로열티를 분배하거나, 개별 IP를 그룹화하여 블록딜을 하게 된다.
보통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각자가 가진 특허를 교차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한다. 서로에게 로열티를 면제해 주고, 특허를 교차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상호호혜를 위한 일시적 동맹이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할 때 획득한 특허는 국내 약 2만 건, 해외 약 6만 건에 달한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그 힘의 균형점이 깨졌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특허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와 반대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는 LG전자의 특허를 그대로 사용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경쟁자사 사라진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수 있는 기회이지만, 경쟁자의 특허가 내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내가 가진 특허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도 없다.
연기와도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허공에 총을 쏘아봤자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뿐이다.
'크로스 라이선스'는 서로에게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임을 떠올려 보자.
내가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으면, 상대방의 특허도 무용하게 된다. 공격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지 않고 판매하지 않으면, 특허 침해 이슈도 사라진다. 그러나,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는 돈을 내지 않고 'Thank you LG'를 외치며 공장에서 수많은 스마트폰을 찍어내면 된다.
LG전자는 더 이상 이 계약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한다면, 힘의 균형점은 LG전자로 쏠리게 된다. 알짜힘의 방향이 LG전자로 향한다. 상대방은 LG전자가 가진 특허를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적자를 내서 사업을 접는 것은 당신의 사정이지"라고 항변을 할 수도 없다. 한국 특허청과, 미국이나 유럽의 특허청에 'LG전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수만 개의 특허가 걸려 있다.
남은 방법은 LG전자가 보유한 모바일 특허의 사용료는 내는 것이다. 다른 제조사는 4G, 5G, 와이파이와 같은 통신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애플의 8천억 원의 로열티 지급 소식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LG전자는 다른 제조사들을 돌아다니며, 차례대로 빚 청산을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가 이제 하나의 스마트카로 변신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 이외에도 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도 레이더망에 들어와 있다.
LG전자가 스스로 빚 회수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다른 대안도 있다.
LG전자가 스스로 특허전문기업(NPE)이 되어 수익화를 얻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외의 특허전문기업(NPE)에게 특허를 양도하거나, 독점적 라이선스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특허전문기업(NPE)에게 추심 절차를 맡기면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부여받은 법적 권리를 활용하여, 로열티 수익을 얻어낼 준비가 되어 있다.
LG전자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제약도 무시할 수 없다.
법적으로는 다른 주체이지만, 맏형 격인 LG전자의 움직임으로 LG 계열사들에게 생기는 파장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가진 특허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무자비한 소송 전을 펼친다면?
이제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할 시점이다. 가만히 있던 상대방이 공격을 받으면, 자신들이 가진 특허로 반격을 준비하는 것이 인지 상정이다.
상대방은 공격자의 특허를 무효화하거나, 다른 사업군의 특허를 살펴볼 여지를 준다. 이는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 꽃놀이패를 가진 것과 무관하게, 계열사가 공격에 노출되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명분 없는 공격은 어렵지만, 선전포고를 받은 국가는 반격을 이유로 숙원사업을 이룰 명분이 생기기도 한다.
LG디스플레이나, LG이노텍 등 다른 회사들의 협력 관계도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 TV제품에 OLED 패널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LG의 패널동맹을 깨는 악재를 더하는 것을 부담스러운 상황이지 않을까.
지식재산(IP)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없다. 경영적인 면모와 업계의 동향을 두루 살피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플이 자발적으로 로열티를 낸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아직 삼성과 모바일 특허 사용에 대한 계약 체결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제약 상황 속에서도, 금융권에서는 LG전자가 보유한 지적재산권(IP) 자산의 수익화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접었지만, 통신기술을 지속하여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하고 있는 6G 통신 기술이나, 전장(VS),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최첨단 기술은 또다시 지식재산권(IP)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이들의 IP 수익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손인호 변리사. Copyright reserved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