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정신차리고 만든 가성비…갤럭시A52·A72 경쟁력은
어떤 제품부터 먼저 소개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A시리즈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올해 갤럭시A12를 시작으로 A32, A42, A52, A72가 출시됐거나 시장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갤럭시S21, 아이폰12 등 800달러 이상 고가폰 위주였던 국내시장이 지난해엔 400달러 이하 비중이 전체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는 것도 A시리즈 판촉을 부추겼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가성비 제품들과 경쟁이 치열한 동남아, 인도, 유럽 등에서 시장 점유율 싸움이 치열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삼성전자는 유럽, 중남미 중동아프리카에서는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아시아에선 화웨이, 비보, 샤오미, 오포 등에 밀려 5위에 그쳤습니다.
우리시간으로 17일 공개된 갤럭시A52(LTE, 5G)와 A72(LTE)는 이런 시장환경에서 점유율 방어를 위해 설계된 제품입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나왔던 갤럭시A51·A71에 비해 대폭적인 성능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이를 5가지로 요약하면 (1) 디자인 (2) 90·120Hz 화면주사율 및 밝기 (3) 6400만 화소 OIS (4) IP67 방수방진 (5) 원UI 3.1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 출시 일정과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유럽 출시 모델 가격을 보면 우리돈 40~60만원대로 지난해 출시된 A51·A71과 가격대가 비슷합니다. 말 그대로 가성비를 끌어올린 건데요. 무서운 스펙으로 무장한 중국 스마트폰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만큼 경쟁력이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 아쉽던 스펙 다 넣었다…화면은 S21 지지 않아
갤럭시A52는 6.5인치 FHD+(1080 X 2400) 슈퍼 OLED 화면을 탑재했습니다. A72 역시 같은 화면 해상도로 화면 크기만 6.7인치로 더 큽니다. 화면 크기는 전작과 같지만 화면주사율이 A52는 LTE와 5G 모델이 각각 90Hz, 120Hz로 올랐습니다. 화면주사율은 1초에 화면을 몇 번 보여주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오를수록 화면이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주로 프리미엄 제품에 탑재되는 기능입니다. A71 역시 90Hz의 화면주사율을 지원합니다.
화면주사율과 더불어서 화면 밝기가 기존 400~500니트 수준에서 최대 800니트(1㎡ 당 촛불 1개의 밝기)로 올랐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화면 밝기는 사소한 요소일 수 있지만 사용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밝기가 낮으면 햇빛이 많은 야외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화면이 잘 보이지 않죠. 그런 점에서 전작인 A51, A71은 50~60만 원대 스마트폰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갤럭시S21 울트라(최대 1,500니트)까진 아니지만 밝기가 개선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점입니다.
전체적인 카메라 스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64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에 OIS(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 적용됐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지난해 출고가 80만 원대로 나왔던 LG벨벳에도 빠져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던 기능입니다. 반대로 애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폰SE 2020년형 모델에 탑재하면서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OIS는 특히 야간 사진을 찍을 때 힘을 발휘합니다. 빛의 정보가 부족한 야간에는 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느려져 제품이 고정되지 않으면 고품질의 사진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전작에는 빠져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A52와 A72에서는 야간 사진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수심 1m 이내에서 30분간 버틸 수 있는 IP67 방수방진, 플래그십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적용된 최신 소프트웨어(SW) 원UI 3.1까지 적용되면서 가격대비 `S21`일반 모델(99만9천 원)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스펙만으로 평가한다면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일부 카메라 성능만이 플래그십과의 등급 차이를 결정합니다. 갤럭시A32가 후면 글래스를 탑재한 것과 반대로 A52, A72는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했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다른 A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무선충전 역시 지원하지 않습니다.
● 다양한 스펙 중저가폰…A52·A72 경쟁력은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비슷한 가격대 중국 제조사들의 스펙도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갤럭시A52와 A72가 유럽시장에 먼저 출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저가 스마트폰들은 각 제조사마다 출시하는 국가, 일정, 가격까지 모두 다릅니다. 현재 A52와 A72와 경쟁할 만한 제품을 출시하는 중국 제조사는 샤오미, 비보, 오포, 원플러스 등이 있습니다.
샤오미는 조만간 홍미노트10 시리즈를 국내에도 출시합니다. 국내 출고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먼저 출시된 인도 기준, 최고 사양 모델 홍미노트10 프로 맥스의 가격은 우리돈으로 30만 원 수준입니다. ▲ 6.67인치 OLED(1080 X 2400) 화면(최대 밝기 1200니트) ▲ 최대 120Hz 화면주사율 ▲ 1억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 등을 탑재합니다. AP는 A52(LTE)와 A72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 720G보다 GPU 성능이 미세하게 나은 스냅드래곤 732G가 적용됩니다. 스펙상 화면 밝기와 주사율, 일부 카메라 화소와 AP에서 더 나은 모습입니다. A52, A72와 다르게 OIS, 방수방진 기능은 빠졌다는 제약은 있습니다.
가격대를 조금 높여 우리 돈 60만원 이상인 샤오미의 K 시리즈에서는 더욱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S21 북미 출시 모델에도 탑재된 스냅드래곤888이 탑재되고, 8K 촬영도 가능합니다. 물론 방수방진 등급이 IP53수준으로, 갤럭시A52보다 낮고 OIS는 빠집니다.
우리 돈으로 50만 원대인 오포 레노5 5G(Reno5)도 ▲ FHD+ OLED (1080 X 2400) 화면 ▲ 90Hz 화면주사율 ▲ 후면 글래스 마감 ▲ 스냅드래곤765G 등의 스펙을 갖습니다. 카메라는 6,400만 화소로 A52 및 A72와 동일하지만 OIS는 역시 빠지고 방수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같은 모델이라고 해도 출시 국가마다 스펙과 가격이 달라지기에 특정 제조사의 특정 모델이 우위에 있다고 단정지을 순 없습니다. 소비자마다 기대한 기능이 모두 다르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될텐데요. 화면에 집중하는 제품이 있는 한편 AP나 카메라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합니다.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갤럭시A52와 A72는 무난한 AP에 높은 주사율을 적용한 디스플레이, OIS가 탑재된 카메라, 방수방진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제품입니다. 어느 기능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전반적인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죠. 지난해처럼 A 시리즈를 통해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 매출을 방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제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입니다. 미국 IT매체 CNET은 새로운 갤럭시A시리즈에 대해 "고급 사양을 자랑하지만 S시리즈 보다 가격이 저렴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