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두피관리
나이가 드니 서러운게 많은데 그중 하나가 머리숱이다. 머리숱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고 늘 적당하게 있었고 파마를 하든 염색을 하든 늘 적당히 마음에 들게 나왔었다. 덮수룩하지도 휑하지도 않고 나에겐 만족스러운 상태였다, 항상.
봄과 늦가을이 오면 '요즘 털갈이하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많이 빠지던 때가 있었다. 일주일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엔 그냥 한 번 머리쓰다듬으면서 빠진 머리를 정리하면 그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턴 '한 번'머리쓰다듬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았다. 쓰다듬으면서 이어서이어서 계속 연결고리가 되어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모아놨더니 수북해졌다. 시즌으로서의 털갈이가 아니라 그냥 인생이 무한반복털갈이가 되었다.
파마를 해서 그런가 싶어 2-3년 파마를 안해도 머리카락이 빠지고 머리가 길어서 서로 엉키나 싶어 단발로 잘라도 머리카락은 전과 같은 규모로 빠졌다. 우리 가족에게는 외식도 배달음식도 드문일이라 식습관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이게 '노화'라고 하면 내가 진짜 늙을 때까지 이렇게 빠지나 싶어 끔찍한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37세부터 시작된 흰머리의 역습때문에 2달에 한 번 꼴로 뿌리염색을 한 것이 탈모라고 느끼는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체험단앱에 '두피관리'에 관련된 업체들이 상당히 많았다. 사실 미용실에 가면 머리감겨주고 마사지해주시는게 정말 힐링이었던터라 두피관리샵에 가면 진짜 힐링이겠다 싶어 몇몇군데 신청을 했고 선정된 곳에 방문했다.
모든 두피관리샵들엔 설문지가 있었고 거의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두피에 관한 문제점(가려움증인지 탈모인지) 등을 쓰고 수면시간과 식습관 흡연과 음주여부, 염색이나 파마횟수 등을 적었다. 나는 음주도 흡연도 하지 않으며 불면증도 없었기 때문에 생활습관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모든 샵에서 들었다.
그리고 두피관리샵에서 가지고 있는 기계로 내 두피의 사진을 찍었다. 두피가 붉어진 부분, 모공주변에 각질이 낀 모습, 모낭에서 머리카락이 네댓가닥은 있어야 하는데 한두가닥 겨우 붙어있는 모습 등등. 이런 것들을 종합해봤을 때 탈모 초기는 지났고 중기에 접어드는 것 같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항상 들으며 메뉴얼대로 두피관리를 받곤 했다.
언뜻 생각해봐도 5군데는 넘는 두피관리샵에 갔는데 두피의 상태를 파랑-초록-노랑-주황-빨강 등의 단계로 표현하는 기계가 있기도 하고, 아예 점수로 표현하는 기계가 있었는데 내가 갔던 한 관리샵의 기계는 나의 두피사진을 인식하고는 탈모점수 27점이라고 화면에 나왔다.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며 관리를 받았다. 앰플을 도포하고 스팀모자를 쓰고 불리고 샴푸를 하고 스케일링을 하고 LED같은 빛도 쪼이고 그랬다. 그 두피샵의 원장님께서는 블로거에 대해서는 5+5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시면서 비용때문에 놀라시겠지만(100만원정도) 3-4차례 꾸준히 관리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걸 느끼시면 생각이 달라질거라고 하셨다.
탈모점수가 27점이면 사실상 나는 민머리의 단계로 진입하는 것인가 싶고, 100만원 들이면 한 번도 풍성해본적이 없는 내가 풍성해질 수 있을까 싶고, 3-4차례 받아서 덜빠지는 걸 느낄 수 있으면 체험단으로 더더욱 두피관리를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충격을 머금은 체 귀가하면서도 체험단앱을 둘러보았다. 나의 간절한 바람 덕분인지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3군데의 두피관리샵이 선정되었다. 3번 정도 관리를 받으면 좀 달라지겠지 생각하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 두피관리샵으로 갔다.
프랜차이즈가 아니었는데도 바로 전에 갔던 두피관리샵과 같은 기계를 사용하는 곳이었다. 점수가 나오던 그 기계말이다. 무덤덤하게 손님맞이를 하시고 내가 작성한 설문지도 그냥 스윽 보시고는 여전히 무심히 내 두피를 그 기계로 찍으셨다. 화면엔 탈모점수 75점 이라고 나왔다.
"좀 건조하시네요. 탈모까진 아니고. 가려운데 있으세요?"
"아니요."
"그럼 바로 스케일링하고 샴푸하실게요."
내가 봤던 두피사진은 전에 갔던 두피관리샵이나 여기나 비슷한데 점수는 왜 다를까 싶기도 하고 사진찍는 부위에 따라 점수가 다른가 싶기도 하고 이미 한 열흘전에 관리를 받고 왔기 때문에 두피상태가 좋아 점수가 높아졌나 싶기도 했지만 같은 기계인데 진단이 이렇게 다른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좀 웃기기도 했다. 샴푸하기 전에 머리에 온수를 맞으며 세상좋은 힐링을 하고 있는 내게 말없던 원장님이 물었다.
"두피관리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네."
"언제 받으셨어요?"
"한 2~3주 된 것 같아요(사실은 열흘)"
"어디서 받으셨어요?"
"000라고, 판교에 있는.."
"아...."
"여기는 프랜차이즈가 아닌가요? 근데 거기랑 기계가 똑같아요."
"아 그래요? 저흰 크진 않고.. 근데 같은 기계로 진단받으셨어요?"
"네. 제 탈모점수가 27점이라고 하더라구요."
"네? 저 기계로요?"
"네."
"어머, 27점? 어떻게 하면 27점이 나오지?"
갑자기 샴푸를 묻혔던 손을 다시 씻으시는것 같았다.
"원래 젖은 머리엔 기계를 쓰면 안되는데.. 어떡하지? 손님 바쁘세요?"
바쁜 일은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타임에 갔기 때문에 늦어지면 원장님의 퇴근시간이 늦어지는거지 나는 괜찮았다.
"아니요."
"그럼.. 하.. 죄송한데 잠깐 이쪽으로.. 원래 젖은 머리엔 기계를 쓰면 안되는데. 일단 좀 말려볼게요."
내가 이 두피관리샵에 들어왔을 때부터 보였던 무덤덤하고 무심하고 무뚝뚝한 모습은 싹 사라지고 갑자기 분주하고 정신없고 안절부절 못하시는 모습이셨다. 위쪽 머리를 드라이기로 분주하게 말려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대체 어떻게 찍으면 27점이 나오지? 우리 가게에 진짜 '대머리'라고 불러도 될만한 분들이 오시거든요. 근데 그분들 찍어도 27점이 안나와. 근데 손님이 27점이 나왔다고요? 내가 이 기계 설명회 다 갔는데? 기계 세팅을 다르게 해놓은건가? 와, 내가 이래서 돈을 못버나봐. 대체 어떻게 찍은거야? 하아.. 그럼 정수리 이쪽만 좀.. 손님 어디가 제일 많이 빠지는 것 같아요? 여기?"
(내 머리카락이 어디서 빠지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어디든 대답을 해야할 것만 같았다. M자 탈모라인을 가리키며) "애기 낳고도 여기가 제일 휑하긴 했어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주눅든 기분이었다. 괜한 말을 했나.. 정수리쪽이랑 이마 양쪽라인을 찍어봐도 최하점수가 60점 밑으로는 내려가질 않았다.
"아니, 내가 이 바닥 몇 년짼데. 두피 색깔만 봐도 알지. 이 두피가 어떻게 27점이 나와. 와, 거기 장사 잘한다 진짜."
여러번 사진을 찍어보시다가 다시 샴푸를 하고 정해져있던 프로그램대로 두피관리프로그램을 마쳤다.
"나는 많아야 5회권정도 팔지, 10회권 이런거 안팔아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고. 보통 3회정도 하면 괜찮아지거든요. 가려움증 같은건 금방이라."
"그럼 일반적으로 주1회씩 3회정도 받으면 되는거에요?"
"아니요. 일주일은 너무 바터. 열흘에서 2주정도가 적당해요."
나도 이 말씀에 동의하는게, 두피관리(아마도 스케일링인것 같다)를 받고 오면 한 2-3일은 사알짝 두통이 있다.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받으면 한동안 시린것처럼. 그래서 주1회는 너무 바트다고 하신거였던것 같다.
"솔직히 좀 가격이 있으니까 체험단으로 하실 수 있을 때 많이 하시고, 정기적으로 받으시는 것도 좋지. 근데 이렇게 새로 나는 머리도 있는데 27점이라고 하면 안되죠, 진짜. 손님은 뿌염때문에 계속 두피에 자극을 주게 되니까 드시는거 조심하시고, 그러시면 되요. 심각한거 아니에요."
화기애애하게 두피관리를 마쳤다. 그 후로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체험단을 통해 2회 정도 각기 다른 두피관리샵에서 관리를 받았다.
두피에 영양을 주었다,
관리받는 시간동안 힐링타임 제대로 누렸다,는 것에 만족한다. 머리카락이 덜빠지는건가 싶지만 쓸어담다보면 엄청 많고 걱정이 되긴하지만 또 새싹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다.
체험단엔 희로애락이 있고 장삿속이 있고 양심도 있고 수다도 있다. 그래서 끊을 수 없다.
나이 오십쯥 되면 돈보다도 머리숱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건강한 음식 먹고 건강하게 운동하며 내 목숨도, 내 머리카락도 지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