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 수업>
책이 나오고 몇 군데, 이른바 "북토크"에 참여했다. 그동안 한나 아렌트의 책을 제법 읽었음에도 잘 모르겠다는 겸손한 독자들이 나의 북토크에 참여하는 것 같다. 최근엔,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정치'와 '한나 아렌트'에 대해 문득 검색하다 내 책을 만나게 되어 좋았다고 말하는 독자분을 만나기도 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이 잠깐 좋아지긴 했지만, 영화 <서울의 봄>에 대한 반향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므로, 한두 사례만 가지고 영화의 도움을 기대해선 안 되지, 생각한다.
북토크 때, 나의 라이프 스토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어떤 계기로 아렌트에 관심 갖게 되었는지 물어올 때가 그렇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나의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문화에 '말도 안 되게 유치하게' 저항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내 행실 말이다(내가 학교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음). 그런데 어떨 때는 초등3학년으로, 또 다른 때는 초등2학년으로 이야기한다. 딱히 무슨 뚜렷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내가 한창 초등학교 부적응 아동으로 지냈던 시기가 2학년 때였는지 3학년 때였는지, 정확하지 않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문득 12월초 비교적 최근의 한 북토크 때의 장면을 되짚어보다가 "아! 이번엔 내가 2학년으로 말했네?!" 하고 중얼거리게 되었다. 그런 다음, 다음 번 북토크에서는 내가 같은 사연을 털어놓을 때 초등 몇 학년으로 말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2학년이나 3학년이나 그게 그거라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