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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Sep 04. 2024

학문으로서 교육의 크나큰 문제

전문적인 학문이나 비전문인들이 개나소나 떠들어제낄 수 있는 것

대학교 시절을 포함해 거진 20년쯤 교육을 나의 학문이자 업으로 삼아 공부하고 연구하며 느끼는 큰 문제 중 하나는 교육이라는 것이 학문으로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이중적, 삼중적인 면모가 있는데, 교육을 행하는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나 사회적 존중은 사라진데 비해, 교직은 어려운 일이고 힘든 일이라 3D업으로 여기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은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풍토라 생각한다. 또한 이상한 것은 교육 현장의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은 낮아진데 비해 학교 외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사교육 강사들이나 상담사들 혹은 아동 심리 전문가들에 대한 인정은 또 높아진 것 또한 이율배반적인 풍토다.


우리나라는 입시교육을 교육의 중심으로 삼아, 대학교(수능)~고~중~초~유로 이어지는 탑다운 방식으로 교육체계가 형성되다보니 오로지 입시만이 모든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되었다. 그러면서 사교육시장에 입시를 위한 교육을 의존하게 되며, 학부모나 사회가 정식 교육기관인 학교에 바라는 것이나 심지어 아이들조차도 학교를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는 기관 정도로 여기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가는 나로서는 이런 인식이나 문화가 정말 끔찍하다. 학교 외에서 아이들을 만나서 가르치는 다른 선생들이나 전문가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교육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학교라는 국가 기관이 역설적이게도 이미 국가의 주도 아래 오래 전 붕괴했고 그 현장은 교사들이 목숨걸고 끌고 가는 형국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교육 정책이나 제도를 세우는 교육부 장관, 교육감, 교육위원회의 사람들이 대개 교육학이나 교육현장과는 거리가 먼 양반들이 자리를 차지해 교육의 방향성을 설정해 끌고 가는 현실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이유다.


사실 교육이라는 것이 그렇다. 학문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굉장히 큰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이자 업인데 불구하고, 학교라는 것은 수요자(학생, 학부모)로서 누구나 경험해본 학문이기에 소위 말해 개나소나 떠들어제낄 수 있는 분야라는데 그 모순의 원인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최소 12년~16년 정도의 학교 생활을 하기 때문에 누구나 교육에 관한 '개똥철학'을 갖게 된다.  


사람들의 '학교는 이래야 해, 교사는 이래야 해, 교육은 이래야 해.' 식의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교육이라는 것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본 적도 없는 양반들이 교육에 대한 개똥철학만을 가지고 교육 제도나 정책을 세우는 심히 중대한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 교육계에나 우리 나라에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극은 결국 학교에서 배움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아이들에게로 돌아가 펼쳐진다. 교사는 이런 현실에서 심히 무기력해진다.


그와 별개로 최근 개인적으로 내가 경험한 일은 이런 것이 있었다. 교실에서 해당 아이를 가장 많이 관찰하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나의 관점과 생각보다 상담센터에서 일주일에 한두시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사의 조언을 더 신뢰하는 학부모를 만나는 경험. 이런 일은 사실 최근 몇년간 비일비재하게 경험하고 있다. 어째서 하루의 절반가량을 해당 아이와 생활하는 내가 교육전문가로서 신뢰받지 못하는 것인지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실제로 내가 교육 전문가로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필요할 것 같아, 예전에 봤던 논문들을 새삼 다시 공부하며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이것이 교사로서 나의 개인적인 신뢰문제는 아닐 듯 하다. 전반적으로 사회적 풍토가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여기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 근본적 이유가 아닐까.


방송에 유아동 심리 전문가로 활약하는 모 의사가 교육자가 아니라 의료인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내가 교육 전문가로서 그와 같은 이야기와 처방을 내놓을때에도 오히려 사람들이 교사의 이야기보다는 그 의사를 오히려 교육 전문가로서 더 신뢰하는 것은 교사들의 개인적, 개별적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내게 교사로서 남은 과제라면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내가 교사로서나, 교육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더 키워 아이들을 잘 가르칠지 아이들과 어떻게 더 전문적으로 잘 살아갈지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한다.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가 외려 교육 전문가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가 된 것이 서글프지만 그것을 해결하고 꿰뚫는 방법은 결국 '근본'일 수 밖에는 없다. 더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 좋은 교사이자 전문가로서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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