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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퇴한 트레이너 Jun 05. 2022

필라테스 동작을 잘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방법

초보자와 숙련자의 차이

트레이너가 되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막상 일은 말로 한다. 특히 필라테스 트레이너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입이 쉴 새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말하다 보면 진짜 입에서 단내가 나서 중간에 가글을 꼭 하고 물을 많이 마셔줘야 한다.



너무 많은 말을 하다 보면 듣는 회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집중이 안되고 정보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회원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트레이너가 의도한 대로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차근차근 하나씩 알아보자.



좋지 않은 설명 유형 1. '몸으로 직접 시범 보여주기'


회원이 할 동작을 트레이너가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은 언뜻 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회원이 트레이너의 시범을 보는 동안 가만히 있으면서 운동의 흐름이 끊긴다. 이렇게 동작이 넘어가면서 한두 번씩 흐름이 끊기면 집중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회원이 시각정보에 과하게 의존하게 된다. 필라테스는 생각하는 운동이라고 할 만큼 스스로 몸의 상태를 느끼고 움직임을 컨트롤해야 한다. 그런데 보고 따라 하는데 급급하다 보면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몸을 사용하고 변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느끼기가 힘들다.



요가 같은 경우는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 요가원에 거울을 설치하지 않는다. 거울을 보면서 자세나 외형에만 신경 쓰면 오히려 집중이 떨어지고 몸을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필라테스도 거울을 보면서 하지 않는다. 시각정보가 아니고 몸의 기억과 감각에 의존해야 평소에도 습관처럼 바른 움직임과 자세가 나오기 때문이다.



운동하면서 거울을 보면서 운동을 하면, 얼굴 확인하고, 옷매무새 보고, 다른 사람 운동하는 거 보고, 머리카락 넘기느라 집중을 못한다. 필라테스 수업 중에 웨이트 동작이나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거울을 보면서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필라테스 동작을 할 때는 거울을 보면서 하지 않아야 훨씬 더 효과가 좋다.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옷도 짝 달라붙게 단정하게 입고 헐렁한 옷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는 반드시 제거하고 머리카락도 흘러내리지 않도록 묶거나 헤어밴드를 하는 것이 좋다. 간혹 보면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계속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운동하는 회원이나, 수업하는 트레이너를 보면 고개가 절레절레 자동으로 돌아간다.



좋지 않은 설명 유형 2. '얘를 이렇게 하세요.'


이 말의 전제는 트레이너가 몸을 사용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역시 시각정보에 과하게 의존하게 된다. 또 '얘'가 뭔지, '이렇게'가 뭔지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되기 때문에 머리에 버퍼링이 생긴다. 게다가 시각정보와 해석한 청각정보의 동기화 과정이 또 필요해진다. 여기에 운동하면서 힘든 것까지 더해지면 살짝 멍한 상태가 된다. 즉,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잘 못 알아듣는다.



오직 트레이너의 설명만 듣고 회원이 정확한 움직임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1. 구체적인 명칭

2. 정확한 자세 인지

3. 단계별 구분동작

4. 원포인트 레슨

5. 말하는 기술


ex) 싱글 레그 스트레칭

매트에 바르게 누워서 두 무릎은 기억자로 들고 테이블탑 자세로 준비해주세요. 발끝은 포인으로 하고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팔꿈치를 살짝 구부려서 바깥쪽으로 벌려 팔을 둥글게 만들어 주세요. 먼저 다리 움직임을 해볼게요. 오른 다리를 앞쪽 45도 방향으로 길게 뻗어보세요. 이때 오른손은 왼쪽 무릎 위로 이동합니다. 이제 천천히 오른 무릎을 구부려서 제자리로 돌아오시면서 반대쪽 왼다리를 뻗어볼게요. 역시 왼손은 오른 무릎 위로 이동합니다. 그렇죠. 다시 반대쪽 하나. 좋아요. 둘. 반대쪽. 하나. 둘. 하나. 둘. 이 동작을 이제 호흡이랑 같이 하는 거예요. 천천히 다리 돌아오면서 마시고 반대쪽 다리 뻗으면서 내쉬고. 그렇죠. 하나. 둘. 하나. 둘. 이번엔 빠르게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정지 천천히 테이블탑 자세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이 동작을 상체를 들고 해 볼 거예요. 동작하면서 몸통이 흔들리지 않게  코어의 힘을 잘 유지해주세요.

이제 마시는 호흡에 몸을 길게 늘여서 준비해주시고요. 내쉬는 호흡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날개뼈 아래쪽까지만 상체를 들어 올려 볼게요. 좋아요. 마시면서 준비했다가 내쉬면서 오른발 먼저 하나. 마시면서 돌아오고 내쉬면서 둘. 왼발. 하나. 후. 둘. 후. 하나. 무릎을 잡고 상체 좀 더 올라오면서 둘. 그렇죠. 하나. 둘. 하나. 둘. 이제 빠르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네 천천히 머리 내려놓고. 다리도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놓습니다. 잘하셨어요. 이게 싱글 레그 스트레칭이라는 동작이에요. 하면서 목 아프지는 않으셨어요?



1. 구체적인 명칭


처음 동작을 배울 때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동작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러려면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말로 일러줘야 하고 '오른 다리를 앞쪽 45도 방향으로 길게 뻗으세요.' 같이 구체적으로 명칭을 이야기해줘야 한다. 눈을 감고 말로만 듣고 움직여도 정확한 동작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서 회원이 트레이너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트레이너가 직접 몸으로 시범을 보여주면 트레이너의 설명하는 스킬은 절대 늘지 않는다. 답답하더라도 말로 계속해서 내가 어떤 점을 잘 설명 못하는지 느껴야 한다. 그래야 개선이 가능하다. 회원이 멍청해서 못 알아듣는 게 아니고 트레이너가 설명을 제대로 못해서 회원이 못 알아듣는 거다.



자주 하는 움직임이나 자세는 하면서 이름을 계속 알려준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이름만 이야기해도 자세나 동작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불필요한 설명을 줄여줄 수 있다.



2. 정확한 자세 인지


싱글 레그 스트레칭을 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테이블탑 자세나 엡 프랩 동작은 알아야 한다. 사전에 그에 대한 인지가 어느 정도 되어 있어야 진도가 나갈 수 있다. 동작을 할 수는 있지만 조금 부족한 부분은 다음 동작으로 진도가 나가면서 보완해 준다. 잘 안된다고 계속 테이블탑 자세랑 엡 프랩 동작만 할 수는 없다.



'좋아요.', '그렇죠.'는 일종의 추임새다. 중간중간에 해줘야 회원이 동작을 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안 그러면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계속 의문을 가진다. 동작에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확인과 칭찬을 계속해줘야 한다.



그리고 숫자 카운트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불필요한 설명을 줄이고 필요한 설명에 집중할 수 있다. 동작 설명 뒤에 숫자를 붙인다. 그렇게 몇 번 설명 후 숫자만 말하면 자동으로 동작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동작을 하면서 부족한 포인트에 대해 설명하기가 좋다.



3. 단계별 구분동작


회원이 가만히 있으면서 설명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쉬운 움직임부터 하나씩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 먼저 다리만 연습을 해서 팔다리의 정확한 움직임과 다리의 각도, 그리고 호흡과의 리듬을 익숙하게 해 준다. 힘든 동작이 아니기 때문이 듣는 사람의 마음이 편해서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온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면서 자세가 흐트러질 일이 없다.



그다음 상체를 들고 본동작을 해주면 설명할 내용이 많이 줄어서 동작을 더 정확하게 봐주고 수정해주기가 좋다. (당연히 손보다는 말로 수정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다음번에 같은 동작을 다시 할 때 부족한 부분만 조금씩 보완해서 설명해 주면 된다. 같은 설명이라도 좀 더 자세하게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보다 나은 동작을 이끌어내게 된다.



4. 원포인트 레슨


구분동작의 연장선으로 처음부터 완벽한 동작을 바라면  된다. 처음에는 호흡 리듬과 코어 컨트롤, 그리고  신장에 대한 짧은 큐를 줬다. 하지만 다음번에 같은 동작을 한다면 필요한 요소 한두 개를 추가해  것이다. 다리에 대한 각도 변경이나 견갑 안정, 이미지   무리하지 말고 하나씩 나간다. 이런 식으로 동작을 할 때마다 조금씩 추가해서 동작을 완성시켜 나간다. 거기에 변형 동작을 넣거나 운동 횟수를 늘려주면 된다.



5. 말하는 기술


정확한 발음과 발성. 친근하면서도 활기찬 높은 톤. 그리고 중요한 단어를 잘 전달해 주는 음고와 성조. 이런 기본적인 말하기 기술도 당연히 중요하다. 잘 모르겠다면 리포터나 성우 같은 롤모델을 한 명 정해서 성대모사하듯이 따라 하면 좀 쉽다.



자신이 설명하는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다. 그러면 과하게 자주 쓰는 단어나 이상한 습관, 말투 이런 게 더 잘 들린다. 자. 네. 응. 쭉. 이런 말을 과하게 많이 하기가 쉽다. 의식적으로 불필요한 부분에서는 줄이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 회원에게 내용이 더 잘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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