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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현 Jan 01. 2024

아트 오브 러빙?

재회심리학에서 한수 배우기




        연애가 쉽지 않습니다. 자전거는 넘어질수록 실력이라도 느는데, 연애는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참이었던 명제가 다른 상대에겐 틀린 명제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다른 사람과는 큰 쟁점이 되니 말입니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마음 문만 더욱 굳게 닫힐 뿐입니다.  


        연애에도 공식이 있습니다. 혹자는 연애에 공식이 있다는 관념을 거부할지 모르겠습니다. 연애란 궁극적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고, 진정한 사랑이란 조건 없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므로 여기에 ‘공식’을 대입하는 건 연애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연애에는 분명히 공식이 존재합니다. 사람은 영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호르몬과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동물적 요소가 남아 있는 한 연애(사랑)는 언제나 기술의 일종일 것입니다.


출처: ChatGPT4



        여기 이별을 막 통보받은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상대방을 붙잡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다툴 때에는 자신도 욱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나쁜 말을 내뱉었는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그녀에게 용기를 내서 연락을 합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청년은 다시 한번 더 가슴앓이를 합니다. ‘난 이미 여러 번 기회를 주었고, 넌 변하지 않아.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연락하지 마. 끊을게.’    


        그녀 마음을 되돌리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두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사랑의 일반 원칙은 매우 간단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고.’ 이게 전부입니다 (실천이 쉽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만). 청년도 분명 최선을 다했을 테지요. 하지만 그의 선물은 정작 그녀가 원했던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또 그에겐 수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어떤 단점이 그녀에게 너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를 고쳐줄 것을 수차례 부탁하였지만 청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노력이 그에게 너무나 귀찮고, 또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로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야?’).


        ‘난 이미 여러 번 기회를 주었고, 넌 변하지 않아.’


        재회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변화하였단 걸 보여주면 됩니다. 말로만 바뀌겠다고 공수표를 날릴 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이면 됩니다. 실천은 많은 힘과 미덕을 암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변화는 공감 능력을 암시합니다. 변화하기 위해선 우선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변화는 유연한 태도를 암시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여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존심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변화는 강력한 실행력을 암시합니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변화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꾸준히 노력을 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한편 우리는 위 원칙을 "연애"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대원칙―상대가 원하는 걸 주고,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고―은 언제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상대 입장에 공감하는 능력, 인을 파악하고 곧바로 행동하는 능력, 또 그러한 마음을 꾸준히 유지는 능력을 잘 발휘할 수만 있다면 "재회"라는 단어는 애당초 등장지도 않았지요.


        대로 위 원칙은 학대적 관계(Abusive relationship)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쪽에서는 상대방을 위해 부단히 변화를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상대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신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학대적 관계의 한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학대적 관계를 확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상이 반복된다면 충분히 의심해봄직합니다. 어느 한쪽만 변화하는 관계는 결코 건강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건강한 관계에서는 양쪽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출처: ChatGPT4




이러한 태도, 즉 사랑보다 쉬운 일은 없다는 태도는 반대의 경우에 대한 압도적 증거에도 아랑곳없이 사랑에 대한 일반적 관념으로서 지속되고 있다.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만일 이것이 다른 활동의 경우라면 사람들은 열심히 실패의 원인을 가려내려 하고 개선법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이 활동을 포기할 것이다.

사랑의 경우, 포기는 불가능하므로, 사랑의 실패를 극복하는 적절한 방법은 오직 하나뿐인 것 같다. 곧 실패의 원인을 가려내고 사랑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주)문예출판사, p. 19)




        기술을 아는 것과 익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공식을 알고 있어도 훈련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연애(사랑)의 기술도 부단히 훈련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게 될 누군가를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마음 그릇을 키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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