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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현

수현(修賢) 2

by 오수현



1.

작가에게 어떤 강렬한 감정이 찾아와서
그것을 표현하고자 할 때,
감정 자체에 매몰되면
글은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이 왜 그러한 감정 혹은 관념에 도달하였는지
스스로의 발자취를 따라 올라가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찰자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감정은 자연스레 밖으로 드러난다.



2.

글쓰기에는 분명 순간적인 요소가 있다.
무언가를 토해내고 싶은 욕구보다
강렬한 동력을 우리 작가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이유는
선물처럼 다가온 그를

자신이 정한 틀에 끼워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미적 당위를 내려놓는 순간
그것은 반드시 작가의 손에 잡힌다.

뮤즈의 천성은 언제나 밖을 향해 있는 고로.


따라서 우리가 조금만 양보하면 된다.

작가가 뒤로 물러선 만큼
글은 자연스레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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