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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아저씨 Aug 16. 2022

불편함이 일상이 되는 미래

아무도 일하지 않는 사회에서 내가 제공받을 서비스는 존재할까?

판데믹 이후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천만명이 넘게 살고 있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는 그 변화를 더 크게 느끼도록 증폭시킨다. 전염병의 공포가 정점을 향해 달려 나갈 때 사람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거리에서는 코와 입을 가린 마네킹 같은 사람들만 가득했다. 


공포와 두려움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더 이상 만남을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출근을 거부하고, 경제생활을 포기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은 이미 현실 속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사실 지루하고 따분한 작업으로의 해방은 반가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 고유의 작업환경이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서 많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더구나 직업전선에서 탈락한 이들의 자존감 상실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상승은 생존을 위한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에 사람들은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단순 노동과 서비스 업무에 대한 회의감은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단순 아르바이트의 구인난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른 새벽 어스름한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 골목골목에는 부지런히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소차가 보인다. 막차가 끊겨버린 자정이 넘은 시간 강남대로에는 집에 가려는 사람들이 빈 택시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리 동네의 식당과 편의점에는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 식사와 물건들을 살 수 있도록 언제든 준비되어 있는 사장님과 직원들이 있다. COVID19 이후 단순 노동이나 서비스직에 대한 인력은 점점 더 부족해질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각종 서비스업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경제의 한 축이다. 그러나 식당과 종업원이나 편의점 직원 버스기사와 같은 직업의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사회의 생태계는 급작스러운 경직과 예측을 넘어서는 실물 인플레이션 동반할 수밖에 없다. 


단순 서비스직과 아르바이트에 국한된 현상일까?

 

산업계 전반에서 COVID19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와 자택 근무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구글과 같은 회사들은 이제 더 이상 대면 업무를 위한 출근 대신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원격근무의 폭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원격근무를 장려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더 이상 일하고 싶지가 않다.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포기하거나 말 그대로 그저 자신이 원하는 최소한의 경제활동으로 살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미래사회에서 인간의 노동력은 그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한 활동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빈자리로 남게 되는 서비스직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차지하게 된다. 실제로 이제는 식당에서 키오스크 기기에서 주문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식당에서 이제 더 이상 손을 들고 주문하기란 점점 과거의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웨이터의 추천이나 종업원과의 대화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가능한 서비스로 남게 될까 걱정이다. 


강남역에서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무려 3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돌려가며 고군분투하였지만,  비싼 모범택시급의 요금을 지불하고서야 1시간 만에 겨우 집에 가는 택시에 몸을 싣게 되었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나오기 전까지 강남역 택시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는 기사 없이 손님만 가득 태우고 유유히 강변북로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오마카세 식당이 넘치는 강남


최근 유독 식당이나 편의점 문짝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구인광고가 눈에 띈다. 이제 자영업자들에게 인력 수급은 사업 자체의 존폐 여부가 걸린 문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단순 서비스직의 인력문제는 또 다른 사회현상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대면 서비스의 부재이다. 택시나 버스, 편의점 알바, 식당.... 등 우리가 일상에서 싸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인력 서비스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매우 상향 표준화된 고급 서비스가 그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오마카세로 불리는 식당은 매우 소수였다. 심지어 이런 곳을 찾는 사람들도 소위 돈이 많은 부자들만 가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식당들이 점차 상향 표준화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당장 지도 앱을 켜고 '오마카세'  검색하면 한 끼니에 십 수 만원 하는 식당이 빼곡한데, 심지어 당일 예약은 받지도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도 해외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식당들이 길거리를 점거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제하고 키오스크가 주문과 서빙을 대신하는 사회는 어쩌면 너무나도 차갑고 낯설게 보인다. 자동화가 가져다주는 미래는 효율과 이윤을 극대화시켜주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더욱 요원해지는 방향이다. 안타깝게도 2020년은 그것을 가속화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미래의 불편한 일상


나는 이렇게 상상해본다. 10년 혹은 20년 후 멀지 않은 미래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편의점 담배는 키오스크로만 구입할 수 있다. 식당에서 메뉴가 고민된다면 주인장의 추천 대신 스크린이 주문을 기다릴 테며, 메뉴판의 스캔해가며 딱딱한 인터넷에서 추천 정보를 찾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남들을 위해 일하지 않게 될 것이며, 오직 자신의 만족과 의미가 부여된 작업에만 노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일과라는 개념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어버린다. 그리고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주변의 봉사자들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지금의 현상을 잘 이해한다면 미래사회의 우울한 단면도 미리 엿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ergoneon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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