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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Jan 27. 2021

대해적 시대.

보물 지도는 정말 있는 걸까?


만화 원피스의 시작은 '해적왕 골드 로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죽은 '골드 로져'가 남긴 보물 지도를 찾기 위해 해적들이 횡횡하게 된 시기, 이 만화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자신이 만든 이 세계관에 '대해적 시대'라는 이름을 붙었다. 대해적 시대에는 당연히 해적이 선망의 직업일 것이다. 시골 소년 '루피'는 꼬마인 주제에 당당히 자신이 가장 위대한 해적이 될 것이라 선언하고, 지금도 열심히 그 꿈을 찾아가고 있다. 하긴 만화뿐만이 아닌 실제로도 아직 소말리아에서는 해적이 꽤나 유망직종이라고 하던가. 이렇게 지구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대해적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버 김계란이 결국 본인의 유튜브 페이지 '피지컬 갤러리'에 활동 정지를 선언했다.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짜 사나이'의 두 번째 시즌이 중반에 치달았을 무렵, 불거진 논란들에 결국 무릎을 꿇고만 것이다. 나 역시 가짜 사나이에 대해서는 꽤나 시간을 할애해서 애청한 만큼 할 말이야 무수하게 많지만, 뭐라고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그저 '내 생각대로 나의 공간에 낙서를 하는 것이 뭐가 어떤가' 생각하면서도, 생각을 마음껏 떠들기가 망설여지는 시기. 소말리아가 아닌 유럽 혹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나는 지금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성별 간은 말할 것도 없이 지역별, 세대별, 계층별, 정치적 견해 별 모든 차이로부터 빚어진 갈등이 유례없다. 그리고 오늘 아침 마침내 쓰러진 김계란의 소식을 접하며, '다름'과 '틀림'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 이 시대상에 가장 먼저 죽어나가는 것은 바로 김계란 같은 만만한 크리에이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나는 문득 지금이 바로 크리에이터들의 무덤 시대가 찾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외딴 시골 섬의 소년 루피가 대해적을 갈망했듯, 갈등의 시대에는 자극 점을 찾아 논란을 만들어내는 하이에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득세하고 있다.


다름을 위해 싸우는 많은 투사들이 결국 획일화를 강요하고 있다. 포옹력을 머금은 신념과 꼬인 이데올로기는 확연히 다르다. 고집스러운 이데올로기는 항상 '나만이 진실'이라 여기게 되고, 결국은 이를 넘어 나와 다른 나머지를 업신여기게 되기 마련이다. 페이스북은 왜 하필 친구의 댓글까지 내게 보이게 하는 것인가. 오늘도 그 어느 정당의 특정 정치인에게 '쌍욕'을 하는, (내게는 너무 착한) 어느 동생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나의 사적 영역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사적 영역은 우연이라 한들 보고 싶지 않다.


금요일인 오늘은 아내에게 돈카스 혹은 LA갈비를 해주기로 약속한 날이다. 지난 주말부터 호언장담했기에 아내는 오늘 아침까지 기대하고 있었고, 이제 게으름을 부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다행스레 돈카스나 LA갈비나 준비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시작은 언제나 고기를 먹기 좋게 양념해서는 재워놓으면 그만이다. 언젠가 시간이 더 흐르면 아내와 나는 지금의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레시피의 르네상스 시대'일까 아니면 '비만을 견고히 하던 시기'이려나. 아무래도 좋다. 그저 COVID-19가 하루빨리 사라져, 최악의 전염병으로 전인류가 고생하던 시대로 남아있지만은 않기를.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금요일이 아니지요 =)

작성한 지가 한참인 것 같은데, 전염병은 여전하다는 것이 뭔가 씁쓸하다고 할까요.

제가 사는 프라하는 조금 전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금요일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이라

주문을 거는 것이 조금 민망스러운 그런 아침입니다.


볼품없고, 제멋대로인 이야기들을 항상 라이킷 해주시는 몇몇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하루 잘 채워나가고 계신 거죠? 짧게 응원하는 마음도 동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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