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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25. 2023

만원 한 장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시장을 가다

다낭 2일 차

환전은 해외 여행객의  고민 중 하나다.

여행 초보자는 잔돈이 여러모로 쓰기 편할 것이라며 5불, 20불짜리를 두툼하게  가져갔다가

현지에서 환율을 낮게 쳐주어 낭패를 본다.

100불짜리로 환전해 가서 현지돈으로 바꾸는 것이 제일 득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의 사정에 따라 환율은 달라지고 달러를 직접 받는 곳도 있다.

예전에 아르헨티나에 갔을 때 100불의 공식 환율은 8.3인데 시내 깜비오에서는 12로 쳐주었다.

이 경우 어느 일본인처럼 식당에서 달러로 지불하는 것은 현지를 몰라서 보는 큰 손해다.

베트남은 우리  5만 원 지폐를 높은 환율로 바꾸어 주니 달러를 가져올 필요가 없다.


나는 해외여행 시 트래블로그 카드를 애용한다.

환전 수수료  전혀 없이 베트남 돈으로 충전했다.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다낭에서 인출수수료 한 푼 없이 현찰았다.

적은 금액이지만 이득을 본 기분이라 즐겁다.

그랩을 타고 한시장에 도착했다.

한 블록 크기의 작은 규모이지만 제품 가격이 저렴해서 한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한국에서 파는 베트남 생산  유명 브랜드 상품들이 1만 원  아래의 가격에서 뭉텅이로 팔린다.

부평이 1.1천 원 하는 한국산 직수입 담배를 사고

인천이 소주 안주거리로 한치 500g을 2.1만 원에 사고

나는 모자, 반바지와 티셔츠, 손가방 하나를 샀다. 짝퉁일 텐데 질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애플망고 2kg과 부평이 권해 말린 두리안 2 봉지 샀다.

인천과 부평은 그랩을 호출해서 호텔로 돌아가고

시애틀과 나는 시내를 걸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빵빵거리며 종횡무진 달리는 오토바이들이 사람 혼을 뺐다.

태연한 척하며 거리를 횡단하지만 옆에서 달려드는 오토바이에 깜짝깜짝 놀랐다.


 박물관에 들렸다.

11 ~ 13세기에 제작된 매우 정교하고 다양한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각 단독의 작품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종교 사원의 장식품들로 사용된 것들이다.

재질이 사암인지라 필요없는 부분을 떼어내기는 쉬었을 것이지만

채택한 소재들이 상상의 동물들이고, 동물들의 조각 포즈재미있다.

상상력이 뛰어나다.

뚱뚱한 몽통의 코끼리가 살짝 머리를 돌리고, 원숭이는 하체를 올려 절을 하고, 소는 넙죽히 업드려 희생을 상징한다.
코끼리가 머리를 들어 위엄을 부리고,  화려하게 장식된 해태상이 교태를 부리고, 새가 뱀을 쪼아먹으며 풍만한 몸을 자랑한다.

경주 박물관에 전시된 부처님이 앉아 있는

연꽃좌대의 살짝 뒤틀린 표현을 극찬하는 전문가의 얘기가 생각났는데,

이러한 신라  장인의 독창적 표현이 이곳에서도 발견되니 놀랍다.

그리고 석굴암 입구의 금강역사와 본존불을 둘러싸고 있는 제자상들이

이곳 조각상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하다.

이곳의 사암과 달라 신라시대의 석공들은 단단한 화강암 재질이라 더 수고가 많았으리라.

다른 교통수단이 없던 고대에도 당시의 트렌드와 기술이 교류되어 

각국의 문화에서 유사성이 발견되고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흔적이 엿보였다.

역사상과 연꽃 좌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젖가슴을 반복해서 표현했다. 조각상들이 참으로 정교하고, 예상과 달리 날씬한 것이 당시 여인들의 미의 기준이었나 보다.
박물관 뒤 나무가지들에서 뿌리가 내려와 둘레가 족히 몇십미터는 되어보이는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다낭을 가로지르는 강을 건너기 위해 용다리를 이용했다.

반복되는 아치형 현수교를 구불대는 용으로 표현한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졸지어 용다리는 다낭의 상징물이 되었다.

이야기가 있어야 명물이 된다. 그래서 Story telling이 중요하다.

부산도 주목받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담긴 상징물이 필요하다.

돌아오는 길에 오징어 쌀국수로 유명한  맛집에 들렸다.

조그마한 한치와 새우가 통째로 들어 있고,

다진 고기 덩어리, 오뎅고명으로 얹어 는 것이 이 집의 특색이다.

오징어 맛 육수가 색달랐다.


1층에서 떠들썩하는 단체  소리가 났다.

식사 후 2층에서 내려와 보니 다낭 이쁜이 유튜버가 이끄는 한국 여행객들이었다.

여행 가이드와 유튜브로 바쁘게 사는 그를 현장에서 보았다.

파도가 일렁거리는 미케 비치을 따라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온통 땀범벅으로 번질거리는 얼굴과 햇볕에 노출된 팔뚝이 붉게 익었다.

샤워를 하고 몸을 식히면서 다낭 1 일차를 정리하다가 잠깐의 오수에 빠져들었다.


용다리 밑  선짜 야시장을 가기로 한 약속 시간에 맞춰 몸을 일으켰다.

야시장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낮에 간 한시장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이 더 저렴해서

헬스장에서 입을 수 있는 빈바지와 티셔츠 몇 장을 추가로 구입했다.

나이키 로그가 선명하고 품질도 그럴싸하게 보였다.

야시장 먹자판이 펼쳐진 곳에서 호객하는 아가씨를 떨쳐내지 못했다.

레이피쉬 3마리와 새우, 맛조개, 한치와 문어, 모닝글로리 볶음이 75만 동이라고 부추겼다.

재미로 흥정을 하고 새우와 맛조개를 덤으로 요구했다.

숯불에 구운 해산물이 입맛을 돋구었다.

쫄깃쫄깃한 맛조개, 치즈와 칠리소스를 뿌린 크레이피쉬가 먹을 만했다.


갑자기 하루종일 말랐던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익숙하게 천막을 펼쳐 비를 가리고 사람들은 태연히 먹는 것에 집중했다.

잠시 후 스콜성 비가 그치고 야시장은 다시 북적되었다.

숙소 근처 해산물 식당에 내려 2차로 도미튀김과 조개볶음을 주문했다.

이 식당이 주변에서 제일 가격이 착하고 맛이 좋아서 찾는 이가 많고

주인이 길 건너 인기높은 마사지 집을 운영하는 부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10% 마사지 비용을 할인받는 방법과 가게를 대표하는 아가씨가 예쁘다는 얘기도 곁들렸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 지역 사람들과 소식을 이렇게 자세히 알까?'.


부른 배를 두드리며 돌아와

여러 사람들이 호텔 앞 카페에 앉아 오늘 경험과 맛집 순례 등 뒷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에서 늦도록 풍성한 야기를 나누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상인 모양이다.


내일은 호이안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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