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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25. 2023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을 가다.

다낭 3 일차

밀가루가 아닌 쌀로 빚은 국수라 부담감도 적고

국물도 시원해서 한국인에게 친숙한 쌀국수를 파는 식당이

다낭의 길목에서는 몇 집만 건너면 하나씩 있을 정도로 즐비하다.

쌀국수 식당 앞에 '훼씨 집안의 쌀국수'라는 의미의 'Bun Bo Heui'라고 쓰인 입간판이 있는데

식당마다 국물맛과 속재료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먹을만하다.


베트남의 쌀국숫집은 단순하다.

고 둥근 솥에 파인애플과 각종 야채, 고기뼈나 육류, 약재 등

자기들만의 특정 재료를 넣고 오랫동안 삶아 육수를 만들어 두고

주문에 따라 오징어, 새우, 소갈비나 편육, 돼지족발 등을 추가해서 내놓는다.

국물은 다 똑같고 가격에 따라 얹는 고명이 다르다.

7만 동을 내면 그 집의 모든 고명을 조금씩 다 먹어볼 수 있다.

왕갈비를 얹어주는 번보훼는 아침 식사로 먹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했다. 한국의 맛있는 왕갈비와 맛이 똑같았다.

2일 차 아침으로 먹은 본 보 훼에는 돼지족발, 소고기 편육이 들어있어 국물이 시원했고

오늘 아침에 먹은 본 보 훼에는 소 왕갈비가 떡하니 얹어 있었다.

국물맛은 조금 달랐지만 고기맛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갈비탕  왕갈비맛과  똑같았다.

6.5만 동, 우리 돈 3.5천 원에 맛있는 왕갈비를 뜯는 기분.

양이 푸짐해서 아침 식사로는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초등학교앞.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놀고  있고,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엄마들의 극성은 어느 나라나 다 같은 모양이다.

재잘되는 아이들 소리에 학교가 있나 보다 짐작했다.

골목을 돌아가니 운동장에서 초등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이른 아침 학교에서 자유롭게 운동을 허용하는 베트남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아이들이 등교 첫 시간에 자유롭게 뛰어놀고 운동을 하게 되면

두뇌와 생체리듬이 깨어나고 육체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어떻게 이런 생산적 교육체계를 가졌을까 궁금해하다가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배운 교육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베트남식 교육효과가 높아졌고,

아시아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배 좀 꺼트리릴겸 해변을 걸었다.

조깅을 하거나 파도를 몸으로 받아내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해변에서 서핑보드를 허리에 끼고 물가로 다가가 파도를 가르며

바다로 나가는 한 서퍼를 눈으로 따라갔다.

보드에 엎드려 전진하다가 파도가 밀려오면 잠시 기다리고 다시 팔을 저어 나갔다.

한참을 전진하더니 작은 점같이 작게 보였다.

큰 파도를 기다리는 듯 선뜻 보드로 올라가지 않고

파도에 가려져 보였다가 안보였다를 반복했다.

그러길 10여분. 그만 내가 지쳐 눈길을 거두고 말았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기대했던 큰 파도를 만나 보드에 몸을 싣고

아슬아슬하게  파도 위를 가르며 곡예를 즐기다가 무사히 해변에 닿았을까?

오후 1시에 차를 불러 호이안으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인도네시아가 합류했다.

먼저 가는 길에 안방비치에 들렸다.

아름답다는 소문은 서양인이 많이 찾아오고

쭉쭉빵빵 비키니 차림의 서양녀들이 아름답다는 얘기였지

해변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해변은 도리어 좁고 파도가 약해 미케비치보다 못했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남동쪽으로 30여 km 떨어진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다.

15 ~ 18세기에는 중국, 일본과 서양에서 각종 물류가 오가던 국제무역항으로 번성했다.

다낭이 주목받으면서 쇠퇴해졌으나 국제무역항 시절의 옛 모습이 잘 간직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몇 주전 큰 홍수로 강이 넘쳤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다행히 잘  정리되어 있었다.

소원을 빈다는 작은 배들이 떠있는 투본강 양가에는

베트남 전통의 노란색 회칠을 한  전통가옥들이 줄을 서있었다.

밤이 되면 각양각색의 조명등이 밝혀져 오래된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소원배를 타고  한 가지 소원을 빌면서 작은 등을 강 위에 띄워 보낸다고 하는데

우리는 일정상 구도심 골목길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좁은 골목길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노란색 옛 건물 들은 모두 상품을 파는 가게와 식당으로 변신해 있었다.

파는 상품들이 다양해서 상업화된 것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예전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너무 상업화된 것이 눈에 거슬렸는데

서양인들에게는 모든 것이 이국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프를 취급하는 가게에서 처음 보는 문양에 호기심이 일었고

길거리에서 파는 타코 모양의 간식은 직접 맛을 보았다.

한 무리 수채화 동우회가 골목에 앉아서 구건물을 그리고 있었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사진을 옆에 두고

극세사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이었다.

사실적 표현과 정성에 '와우 정말 놀라웠다.'.

작품 한 점에 우리  돈 1.5백만 원 정도 했다.

'기법과 정성은 놀라운데 사가는 사람은 있을까?' 괜한 걱정을 했다.

극세사 바느질로 완성시키는 작품들

내 취미 중 하나가 수채화  그리기이니

가는 곳마다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베트남 아가씨의 뒷모습과 빨간 단풍잎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오는 길에 오행사에 들렸다.

흙, 물, 불, 나무, 금속 등 5개의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오행사는

손오공이 5백 년 동안 갇혀 있었다는 엉뚱한 전설이 붙여져 있다.

마블 마우틴이라고도 불리며 넓게 펼쳐진 평지에 홀로 우뚝 솟아있다.

입구가 보이는 크게 뚫린 동굴은 석회암 동굴이라고 하는데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종유석이나 석순은 보이지 않고 선이 굵은 남성적 동굴로 느껴졌다.

동굴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고, 계단을 따라가면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구멍도 있다.

사람이 죄를 짓고 죽으면 저승사자에게 이끌려 심판을 받아 지옥에 간다는

권선진악의 이야기를 동굴내부 곳곳에 적용시켰는데 너무도 작위적이라 어색했다.

시간이 늦어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춰 산 위를 오르지 못해

여러 개의 절과 주변 전경은 보지 못했다.

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엘리베이트와 동굴 내부 구조를 설명하는 안내도
산 내부  전체가 동굴로 뚫려져 있고, 지진이 발생했는지 커다란 암석 기둥중간이 뚝 잘려 얹갈려 서 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중식당에 들려 짬뽕을 시켰다.

기름지고 얼큰한 국물이 홍콩반점의 맛과 유사했다.

한국인이 경영해서 김치, 노란 무와 고구마 맛탕 등 반찬이 제공되어 반가웠다.

베트남은 반찬 하나 없이 주문한 음식만 달랑 나오니 섭섭하다.


호텔 주변 위치를 익히고자 골목길을 걷다가

팝 가게에 들러 현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꼼짝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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