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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26. 2023

안하이동 재래시장을 찾아가다.

다낭 4일 차

한국과 다낭은 2시간 시차가 난다.

늘 습관대로 아침 5시 반에서 6시쯤에 눈을 뜨면

곳은 새벽 4시쯤이다.


글을 적거나 책을 조금 읽다가

6시 반쯤에 일어나 습관대로 아침 식사를 하러 간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반미하나 사서 먹으며 재래시장을 향해 걸었다.

베트남 반미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때부터 먹기 시작했다.

바게트 빵에 상추, 오이, 고수, 소시지 또는 돼지고기 등을 얹고

마요네즈와 가게 고유의 소스를 뿌려주는 일종의 샌드위치다.

국내나 해외에서 먹었던 딱딱한 반미와 달리 베트남 반미는 쌀가루로 만들져

겉은 바싹거리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2만 동을 주면 남자 손바닥만 한 빵과 각종 속재료에 계란 프라이를 추가해 준다.

아주머니의 손맛에 따라 반미의 맛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맛있다. 아침 식사 한 끼로 충분하다.

부평이 반미는 빵을 지칭하는 단어이므로 베트남에서  반미를 주문할 때

빵만 주어도 무방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Banh mi with pork라고 확실하게 써붙인 식당도 있다.

재래시장은 아침부터 붐볐다

좁은 골목길에 오토바이가 서로 교차하며 오가고

더러는 오토바이를 탄 체 주문하고 흥정해서 좁은 길을 더 좁게 만들었다.

길게 자른 돼지고기와 껍질을 벗긴 양의 머리,

긴 꼬리를 달고 있는 것을 보아 개로 추측되는 고기,

날카로운 발톱과 머리를 그대로 달고 있는 닭고기,

그리고 각종 야채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해서 푹쪄서 진한 된장국과 고추장을 밥 위에 얹어  싸 먹는

호박잎이 눈에 띄어서 반가웠다.

반가운 호박잎과 두부. 굵은 갈치를 구워 먹으면 그 맛이 기막혀 저절로 목으로 넘어갈까?  발가벗긴 닭발 색깔이 까만 것을 보니 이놈들도 몸에 좋다는 오골계의 일종일까?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았던 과일들이 재래시장에서는 많이 팔리고 있었다.

망고, 포도, 이름 모를 과일 두 종류와

'동남아에서도 감을 파네' 하며 감을 14만 동에 샀다. 제법 묵직하다.

숙소에  돌아와 맛을 보니 커스터드 애플이라고 불리는 볼록볼록한 과일은

달고 감맛  비슷하고 굵은 검은 씨앗들이 많이 박혀 있었다.

표면이 거친 파란 사과를 닮은 과일의 속은 배와 흡사했는데

아무런 맛이 없어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문제는 감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굵고 먹음직한 단감이라고 생각해서 다섯 개나 샀는데

껍질을 벗겨내고 먹어보니 떫은 감이었다.

감 모양새를 보고 순간 단감이라고 직감해서 샀다.

외지에서 모르고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물어봐야 된다고 여러 번 다짐했는데

이번에도 실수를 했다.

망고는 후숙과일이라 물렁해져 달콤한 맛이 올라올 때까지 상온에 두기로 했다.


바다에 접한 도시인지라 신선하고 다양한 생선들이 팔리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등에 둥근  뼈가 박혀있고 눈이 노란  갈치는 수입산이라  맛이 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5 지급 굵은 갈치가 있었다.

현지에서 싱싱하게  팔리는 갈치이니 잘 구워놓으면 국산 갈치만큼 맛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두족류 중에서 가장 맛있고, 국내에서는 한 철뿐 찾기도 힘든 무늬 오징어가 보였다.

살짝 데쳐 먹으면 너무 부드럽게 달착지끈 맛있는데, 미련이 남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큰 냄비와 작은 이동식 전자레인지를 보니  

다음엔 '한국슈퍼에서 고추장을 사고, 무늬  오징어를 사다가 데쳐서 먹어 볼까?' 하는

발칙한 생각이 들었다.

우측 하단의 긴 날개와 몸통에 세로 줄이 있는 무늬 오징어는 한치만큼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숙소로 돌아오다가 한그루 나무에 여러색의 꽃들이 맺힌 것을 보고 놀랐다. 희고 샛노랐고 붉고 분홍빛의 꽃들이 한꺼번에 달려 있으니 여러 종류의 화분을 가꾸고 돌볼 필요가 없겠다.


숙소 앞에서 시애틀과 인도네시아를 만나 의기투합하여 이발관을 가기로 했다.

블루비치 호텔 앞 여러 층의 건물에 100명 이상의 아가씨를 고용해서 큰 규모로 영업을 한다.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줄에서 기다려야 했다.

유튜브 상으로 소개되어 다낭의 관광코스로 등록되었는지

수시로 대형버스가 와서 손님을 내려놓았다.

이발관 예약자 명단으로 화이트 보드가  빽빽하다. 그만치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다.

면도를 하고 손과 따뜻한 돌로 마사지하다가

오이로 얼굴 전체를 덮어두고 귀지를 파냈다.

어찌나 섬세했든지 피부에 도구가 와닿는 느낌이 안들 정도였다.

옆자리로 옮겨 팔과 다리를 마사지한 후

머리를 샴푸해 주는 것이 끝이다.

이발관인데 머리는 깎아주지 않았다.

그냥 한 번쯤 경험삼아 해 볼만한 것이지만 남에게 권할 만하지는 않았다.


이발관 앞 식당에서 점심식사로 해물탕을 먹었는데 국물이 시원했다.

16첩 반찬이 나왔고, 깻잎을 추가해 달라고 하니 더 갖다주었다.

역시 우리의 음식문화가 최고다. 반찬이 많아 좋았다.

음식을 다 먹고 나니 모닝글로리 볶음이 나왔다.

주문하지 않았다고 하니 함께 딸려오는 반찬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음식의  순서가 없다.

식사 전에 먹고 싶어 전체 요리를 시켜도 주요리보다 늦게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고

때로는 아예 나오지 않지만 계산서에는 버젓이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식후 계산서를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다른 곳은  수가 없다.

카페에 앉아 노후의 소일거리, 낚시, 여행 경험과

다낭 사는 얘기 등을 나누며 하루를 보냈다.


내일도 종일동안 비가 온단다.

어떻게  현지인을 사귀어서 수산물 입고장을 알아보고

선상 낚시도 한판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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