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Nov 30. 2023

태양의 나라, 바나힐을 찾아가다

다낭 여섯 번째 이야기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준비해 온 진라면 5개 중 하나를 끓여 먹고

무늬 오징어를 사러 새벽시장을 향했다.

길거리에서 숯불을 피워 반미 속재료로 사용할

돼지고기를 굽는 냄새가 입맛을 동하게 했다.


시장통은 지난번보다 덜 붐볐으나

내가 찾는 무늬 오징어는 보이지 않았다.

숙회해서 먹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초장까지 샀는데

정작 무늬 오징어가 없다니...

그렇게 되면 무늬를 살 때까지 계속 시장에 올 수밖에 없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섭섭해서

망고, 파인애플, 몽키 바나나과 잭푸릇 한 조각을 샀다.

그리고 입맛을 돌게 했던 반미 하나를 사서 먹으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천 원 한 장이면 아침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맛있는 반미를 살 수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청승맞게 라면까지 준비했담?


예전 클락 하이트 비치에서 호핑투어 가던 길에

10kg가 넘는 잭푸릇을 사서 두고두고 먹던 기억이 났다.

오랜만에 먹는 잘 익은 잭푸릇은 사각거리는 식감은 그대로고 맛은 달고 깊었다.

한시장에서 사 먹은 두리안과 같이, 오늘부터 잭푸릇도 내가 선호하는 과일이 되었다.


달과 태양을 형상화한 시간의 문을 통과하면 마법과 거인의 신기한 세계로 인도하다는 바나힐의 타임 게이트. 과연 그럴까?

바나힐의 날씨는 아무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하는 인천의 걱정이 사실인 듯했다.

케이블카를 탈 때까지는 산아래 계곡과 쭈아산의 푸른 숲이 선명하게 보이더니

산중턱을 넘더니만 갑자기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정말 한 치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아득했다.

6개의 케이블 카가 사람들을 쭈아산 정상까지 부지런히 나른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을 피해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세계기록을 보유한 길이 5,801미터의 무정차 단일 트랙 케이블 카가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1,485미터 높이인지라 해안보다 10도 정도 온도차이가 나서 제법 한기를 느꼈다.

이블 카에서 내려 안갯속을 더듬거렸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지독한 안개다.

건물의 형상이 온전히 보이지 않아 번째 목적지인 사원 밀집지역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오랜 도시 생활로 동물적 감각도 무디어져 버렸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면서 방향감각이 되살아났다.

사원  입구는 왕궁의 진입로처럼 꾸며져 있다. 석탑과 달마대사상 등 불교식 기념상과 정원수로 잘 장식되어 있지만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껴졌다.
법당 내부에는 석가불 외에 여러 분이 모셔져 있었다. 모두 피부가 깨끗하고 여인네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을 보니 모두 깨달아 생사를 해탈한 분이다.

20세기초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인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휴양지로 건설한 리조트.

건물을 확장하고 케이블 카를  설치하여 세계인을 부르고 있다.


1,500 고지 산 위에 넓은 부지를 마련하고 다양한 양식으로 축조된 건축물, 건축물들.

스페인 세고비아성을 닮은 유럽풍 건물, 지붕과 철탑이 뾰족한 프랑스 마을,

루브르 박물관의 원뿔형 유리건축물을 연상하게 하는유리탑을 둘러싸고 있는 테라스,

거인의 러브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아틀라스의 대형 조각상......

대리석 등 고급 건축재료로 지은 건축물들이 크고 화려한 듯했지만

거의 모두 어디서 본 것들이라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건물, 광장, 마을들의 외관은 모방할 수 있었겠지만 콘텐츠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겨우 호텔  숙소로 이용하거나, 간식과 음료를 팔고 물건이나 팔고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와 용의 형상을 세워  둔다고 해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과 외관에 신경 쓰고 투자한 만큼 이야기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아니면 디즈니랜드처럼 아예 쉽게 대형 놀이공원으로 만들던지......

그 좋은 건축물 내부가 텅텅 비어서 안타까웠다.

차라리 이른 창의적 소재가 더 좋아 보인다. 물론 형상외에 그럴듯한 Story telling 추가가 필수적이다.


골든 브리지. 지도상에서 그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용다리라는 표현이 낯설고 어색했다. 처음엔 다른 건축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영어식 표현에 익숙해졌는지......

그나마 절벽 위에서 거대한 손 2개가 다리를 받쳐주는 창의적인 형상이 있어서 좋았다.

독창적인 것이 있어서 사람들은 그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골든 브리지는 바나힐의 상징이 되었다.


길게 케이블 카를 탔다는 기억만 남았다.

어쩌면 세계 여러 곳을 다녀 본 경험이 없다면

바나힐의 건축물들이 신기하고 새로울 지도 모르겠다.

태국의 미니시암의 축소된 건물보다는 실물을 보는 것이 감동스러울 지도 모르지.


매거진의 이전글 한때 베트남의 수도, 세계문화유산 후에를 찾아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