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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28. 2024

다시 찾은 몽골은

내부의 변화가 절실한 울란바토르

처음  타보는 몽골 Miat 항공은 평일  출발이라 승객 수가 적고

한국의 저가항공에 비해 좌석 간 거리가 넓고

무료로 제공하는 비프 식사 세트가 푸짐해서 좋았다.

밥과 야채보다 사각모양으로 큼직하게 자른 소고기가 더 많아

고기가 흔한 몽골이라는 나라로 날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밥에다 조린 소고기와 야채를 얹어 먹는 나와는 달리

소고기 조림을 집중적으로 먹고 밥을 조금 곁들이는 앞자리 몽골인에 의해

고기가 그들의 주식이라는 것을 식사방식을 통해 확인했다.


특히 무료한 비행시간을 달래주는 최신 미디어 체계에 놀랐다.

앞자리 등받이에 잡지와 안내책이 꽂혀 있고 스마트  폰을 얹어두는 홀더가 장착되어 있었다.

앞자리 몽골인이 폰을 사용해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주마간산식으로 뒤적이는 것을 보고

안내책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미디어 사용법을 찾아냈다.

꺼둔 폰을 켜서 비행모드로 설정하고 Miat 항공에 접속해서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냈다.

좌석마다 모니터와 유선 케이블을 설치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무선 인터넷 서버와 승객들의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오프라인 미디어 방식을 채택했다.

나는 우연히 전설의 '스몰 풋'과 만나는 예티(빅 풋)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봤다.


아시아 정상회의 아셈 개최를 위해  신축한 공항으로 마중 나온 솟다의

(몽골인 이름인데 영어표시는 SUVD, 어떻게 해서 솟다로 발음되는지 알 수가 없다)

차를 타고 울란바토르 시내로 향하는 편도 3차선 도로는 얼마가지 못해 병목현상의 도로와 이어졌다.

인구 380만 명 중 60% 이상이 집중해서 살고 있는 수도 울란바토르는

계속해서 아파트 공사가 이어지고 도로가 신설되지만 급증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한다.

4시에 공항을 출발한 차는 7시가 다 되어서야 수흐바타르 광장 앞 블루 스카이 호텔에 도착했다.


6시까지 근무하는 관공서의 업무시간이 종료되어  바호텔 내 식당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온드라가 데려온 초등학생 아들을 포함한 6명이 먹을 음식으로

몇 명이 먹을 수 있다는 표시는 없고 총 6,800 칼로리라는 에너지양 표시만 되어 있는 세트요리를 주문했다.

양념치킨, 양갈비구이, 쇠고기갈비, 돼지고기, 소시지와 감자튀김,  몇 종류의 야채 드레싱, 그리고 음료.

고기 비린내를 거의 제거한 육고기 요리가 입에 잘 맞았다.

배부르게 먹고도 남은 식사비용은 한화 16만 원. 몽골 물가도 만만치 않다.


숙소는 인근 스프링스 호텔로 예약했다.

룸 상태는 우리나라 중간급 모텔  수준같이 저급해 보이는데 1박에 9만 원대다.

예전에 묵었던 3만 원대 4성급 홉스골 레이크 호텔, 작년에 묵었던 6만 원대 칭기즈칸 호텔이

이젠 1박에 11만 원대로 올랐다.

다음날 쇠고기, 미트볼 각 한판, 오이 저림과 볶음밥으로 저녁식사를 한 The bull의 샤부샤부 식사가

1.8만 원. 국영백화점 카페에서 주문한 카라멜 마키아토가 5천 원대이리나라 가격에 버금간다.

물가가 오른 만큼 몽골인 급여가 올랐다고 하니 이방인들의 여행비용만 급격히 올라간 셈이다.

예전에 식사와 기름값을 별도로 하면 하루 차량제공과 가이드 비용이 10만 투그릭이면 족했는데

이제는 그 두 배이상을 요구한다.


온드라는 울란바토르의 물가에 비례한 수입의 증가는 삶의 여유를 주고 있다고 했다.

물가는 올랐지만 최근 급여가 100%쯤 올라 월 300만 ~ 400만 투그릭을 받게 되어 만족한단다.

일반 은행 대출 이자는 20%대에 근접하지만, 6 ~ 7%의 주택대출 특혜를 받을 수 있어

2 ~ 3억 원대의 아파트를 구입해 사는 월급쟁이들은 월 160만 원을 받아

20여 년 동안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가면서도 살아가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은행 부지점장으로 일하는 러시아계  온드라는 세 자녀 중  영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 4개 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첫째 3 아들이 미국 대학교로 유학 보내달라는 요구에 대해 경제적 부담보다는

자유분방한 국가에서의 마약과 폭력과 같은 비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 유학을 말리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호주로 돈벌이하러 나가고 있어

급여를 올려야만 몽골에서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일할 젊은이들이 줄어들어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도 용이해서 대학생활이 자유롭다.

돌아오는 날 시내에서 공항까지 차를 태워준 온드라의 대학생 조카와 이모의 아들은

휴대폰을 보며 키득키득 웃고 운전 중에도 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선택해 듣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였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오는 길에, 가는 길에 블랙 핑크 멤버 로제와 미국가수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K 팝 '아파트'를 처음 들었다.  한국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노래를 몽골에서 들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5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할 정도로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었다는 최신 노래라고 했다.

지금 세계의 중심에 K 컬처가 있다.


젊고 똑똑한 사람들은 돈벌이하러 해외취업으로 나가고

고생고생하며 일하지만 수입이 적은 시골 출신들이 수도로 몰려들어 인구는 늘어나고

제한된 도시의 부족한 인프라로  울란바토르는 몸살을 겪고 있다.

수도 전체의 난방을 책임 지우고 도시외곽에 설치한 열병합 발전소는

도시가 팽창되어 이미 도심 내부에 위치하게 되었고

난방 총량의 부족으로 도심 내 주택이나 게르에서는 무연탄을 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뿌옇던 도심의 스모그 현상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매캐한 냄새로 숨쉬기가 불편했다.


거리상 30분이면 충분한 공항에서 도심까지 차량 주행시간이 낮에도 3시간이나 걸리고

울란바토르 내 도로에서도 차는 뒤엉켜  경찰이 교통량을 통제하기에 바빴다.

먼저 차머리를 들이밀면 먼저 갈 수 있고 

신호표시가 없는 곳에서도 불법 좌회전을 서슴치 않는 운전습관  개선이 절실해 보였다.

폭증하는 차량수를 줄이기 위해 신규 차량등록을 통제해 차량 취득을 어렵게 하고

교통체증으로 소비되는 인건비와 기름값을 줄이기 위해 차량 5부제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대중교통수단으로 신규 버스가 많아진 것은 바람직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칭기즈칸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사무실을 방문했고

오랫동안 한국인과 거래를 담당한 온드라의 빠른 일처리로 오전 중에 모든 일을 마쳤다.

온드라 사무실에서 제공한 간식과 음료로 배가 불렀다.



점심때가 되어도 배가 꺼지지 않아 GS24에 들러  국컵라면과 삼각김밥 하나로 식사를 대신했다.

미니 슈퍼의 상품과 가게 배치는 한국과 동일하고

다른 점은 즉석음식 코너에 여러 개의 의자를 배치해서 갈만 한 곳 없는 젊은이들이

음료 하나 사서 앉아 카페처럼 오랫동안 재잘거리거나 

노트북을 켜고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익일 새벽 1시 50분 비행기를 타기까지 남은 시간을 메꾸기 위해 국립백화점과

고비 캐시미어 상가를 서성거렸다.

백화점 지하 슈퍼마켓에 야채는 귀한지 찾아볼 수가 없었지만

수입한 듯한 온갖 종류의 과일들과 통째로 토막 낸 고기들이 넘쳐났다.

다양한 종류의 꿀과 치즈에 눈독을 들이다가 구매하는 것은 포기했다.

작년에 몽골에서 사갔던 꿀이 아직도 조금 남아 있어 구매욕을 억제하기로 했다.



1층 꽃가게에서 꽤 비싸게 팔리고 있는 장미와 국화 등은 모두 해외 수입산이란다.

홍 장미와 다양한 색깔의 국화류를 처음 봤다.

자주색, 청색, 녹색 국화가 있다니? 놀랍다.

다양하고 이색적 빛깔의 꽃 개발을 시도하는 서양인들의 노력이 새삼스럽다.

지난날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수 십종 장미의 색깔, 꽃잎의 구성과 배치에 놀란 적이 있다.


몽골의 캐시미어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들의 한 달 치 월급과 맞먹는 고가의 캐시미어 상가에 현지인과 외국인이 북적거렸다.

추운 몽골에서 젊은이들은 노스페이스나 나이키 패딩으로 겨울을 버티지만

월급쟁이나 돈푼  꽤나 있는 사람들은 따뜻한 고가의 캐시미어로 몸을 감싼다.

뚱뚱해 보이는 두꺼운 패딩보다는 얕은 캐시미어가 자신의 몸매와 부를 드러내기에 적합하다.

지난해 겨울 부산에서는 이곳에서 산 캐시미어 티셔츠를 입을 기회가 한두 번에 불과했다.

너무 따뜻해서 더위를 느낄 정도로 답답하고, 털실이 부드럽고 얇은 옷 간수가 부담스럽다.

아내  생각으로 고비 상가에 들렸다가 같은 생각에 구매를 포기했다.



몽골 하면 한 때 세계를 제패한 칭기즈칸의 용맹과 지략을 떠오른다.

지금은 그 기백과 위상은 찾아볼 수는 없지만

기골이 장대한 몽골인을 만나면 그 가능성의 기회가 다시 한번 열리기를 기원하게 된다.


이번이 몽골 마지막 방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호 조건으로 또 다른 계약을 맺어 후내년 4월에 다시 몽골을 찾게 되었다.


도심에 Seoul Street가 있고 수 백개의  CU, GS24와 여러 개의 이마트가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광활한 광야를 질주하며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자리를 보며 미래를 꿈꾸는 나라.

내부의 실속 있는 변화로 풍요롭고 자유로운 나라로 발돋움하길 진실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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