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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Nov 30. 2024

2박 3일 몽골에서의 분투기

울란바토르 사우나 체험기


전국 곳곳에 내려진 폭설 경보는

대구에서의 울란바토르행 비행출발 시간을 3시간이나 지연시켰다.

수도권 폭설 때문에 대구로 비행기를 보내지를 못해  출발시간이 계속 변경되었다.


그 덕분에 몽골 칭기즈칸 공항 도착 시간도 3시간 늦어

밤 11시에  도착할 비행기가 새벽 2시가 넘어 도착했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몽골 청년의 차량 동승 제안에 혹해서

그가  수하물을 다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를 마중 나온 친구들이 네 명이나 되어 빈자리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수하타르 광장옆 호스텔에 도착하니 문이 닫혀 있었다.

늦을 수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메일을 보냈지만

새벽 3시가 넘은 시간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었겠지.


(1)

새벽  4시에 100불 이상하는  인근 호텔로 들어가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역할을 하는 인근 GS25를 찾아가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자리를 잡아 가방을 내려놓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동안 아랫배에 신호가 왔다.

분출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미니 마트 안에는 화장실이 없다.

휴지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뒷골목으로 들어가도 음침한 곳이 없다.

울란바토르 최대  중심지라 모든 건물과 도로에 불이 밝혀져 있다.

인근 건물들과 떨어진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가장 적합해 보여 자리를 잡고 시원하게 내밀어 냈다.

노출된 자연 속에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누며 하늘을 바라다본 경우가 얼마만인가?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에 외갓집에서 겨울철 한 밤을 밝히던 둥근 달빛을 받으며

거름등성이 옆에 쪼그려 앉아 똥을 눌 때 맑간 엉덩이가 시려 몸을 떨었던 기억이 났다.


몽골의 겨울은 춥고도 춥다.


건물의 조명과 가로등이 환하게 비추는 울란바토르  한가운데에서 무사히 거사를 마치고

소복이 쌓인 눈으로 싸질러 놓은 똥을 감쪽같이 덮었다.

아마도 똥은 몽골의 혹독한 겨울 동안 냄새와 함께 꽁꽁 얼어서

날이 풀리는 내년 4, 5월까지는 고스란히 형태가 잘 유지될 것이다.

봄이 다시 찾아와 훈훈한 기운으로 얼었던 똥이 녹아 구린내가 진동할 때

누군가가 '어떤 미친놈이 똥을 싸 낳네'라고 투덜거리며 치우거나

그전에 발견되어 딱딱하게 얼어붙은 냄새나지 않는 똥덩어리를 간단히 치워낼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2)

GS25로 돌아와 컵라면 하나와 아이스크림, 물을 마시며

GS25의 wifi에 연결하여 울란바토르의 사우나를 검색했다.

여러 개중 나란톨 시장 인근에 위치한 남양주문화센터 내 사우나가 마음에 들었다.

여전히 캄캄한 새벽이라 걸어가기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지나가는 차를 세웠다.

사우나 앞에 도착했고, 택시비로 우리 돈 2천 원을 지불했다.

건물명을 한국이름 그대로 남양주문화센터라고 붙이고

한국식당과 사우나를 유치시킨 한국인이 대단해 보였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서는  찜질방을 포함한 비용 4만 투그릭을 지불해야 한다.

공항에서 5만 원을 환전한 12.3만 투그릭으로

택시비 8만, 마트 1.7만, 택시비 5천 투그릭을 지불했으니 남은 몽골돈이 부족했다.

미국돈 11달러와 3천  투그릭을 지불하고 땀복을 받아 들었다.

1층 목욕탕과 마사지실, 2층 찜질방 2개와 식당,

3층에 남자 수면방에는 30여 개의 매트와 이불, 베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짧은 잠에서 깨어나 목욕탕으로 내려갔다.

건, 습기 사우나방에서 땀을 흘린 후 냉탕에 들어갔다.

얼마나 차가운지 1,2분도 버티기 어려웠다.

여러 몽골인의 눈길을  받으며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으면서

목욕탕 카운트를 지키는 사내에게 다가가서 영어로 wifi 암호를 물었다.

목욕탕 안에서만 사용가능하다는 한국말을 하며 암호를 입력해 주었다.

그는 밀양에서 감자, 양파 캐기 등의 일을 하며 5년 동안 한국에 있었다고 했다.

3년을 일하고 불법체류로 2년을 더 일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결국 추방당했지만 몽골에 돌아와서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지금은 월임대로 목욕탕을 빌려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돈벌이가 좋은 한국으로 다시 가고 싶지만 불법체류로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못 가고 있다.

5년이 지나면 불법체류자 입금비자발급 중단 기간이 해제되므로

이제 4년이 지났고 1년 후에는 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그의 친구들은 한국에서 일하며 하루 일당 13, 4만 원씩  벌고 있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동남아 사람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나라가 되고 있다.

국제노동규약을 따르고 있는 한국은 타국민에게도 차별 없는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한국에서  그들의 임금은 자국의 인건비에 비해 수배, 많게는 십배 이상이다.

한국에서의 취업을 손꼽고 바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수년간 일하고 돌아가  자국에서 한국과 중개무역, 아파트 구매와 임대, 개인사업 등으로

단번에 중류층 이상의 등급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여러 유튜브에 소개되고 있다.

자국에서 여러 나라와 무역으로 크게 성공해서 엄청난 규모의 집과 부를 소유한

방글라데시 형제도 그 시작은 한국에서의 일해 모은 자금과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의 일하는 대가가 다 좋은 결과를 맺는 것은 아니다.

소수이지만 처음 경험한 자본주의의 경제력과 분망한 자유, 술과 여자,

버는 돈으로 주색잡기를 즐기다가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을 다 채우고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얘기들.

자국에서 허망했던 기억만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거나

있는 대로 다 써버리는 잘못 배운 버릇을 지금도 못 버리고 있다는 하소연.

공연히 눈만 높아져 수입이 적은 웬만한 일은 할 수가 없고

크게 벌 수 있는 한 건만 찾게 다는 얘기들.


한국이 자기들 삶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여러 얘기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월 받은 돈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는

중국 곤명 조선인의 경우와 베트남 청년의 얘기를 현지에서 들었을 때와

눈이 한층 높아져 거들거리는 몽골 가이드를 볼 때는 비애를 느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허영심에 대한 경계와 통제를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남양주문화센터 사우나에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어설픈 발음으로 인사하며

한국에서 절단기 일을 하다 손가락을 잃었다고 얘기하는 몽골 사내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한국말이 서툰 것을 보아 3년을 보냈다는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도 힘들었을 테고

손가락도 잃었으니 그  경험은 결코 밝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된다.


(3)

사우나에서 나와 칭기즈칸 광장까지 걸었다

온두라를 만나 짧은 시간에 업무를 마치고

인근 고요 캐시미어 건물에 들러 아내와 딸에게 줄 스카프를 샀다.

겨울 날씨가 따뜻한 부산에서는 캐시미어 옷을 입을 기회가 잘 없어 스카프가 좋을 듯했다.

스카프의 무늬가 화려했다.


맛있는 몽골음식을 먹기 위해 서울 거리로 걸어갔다.

언젠가 먹었던 식당은 기억이 나지 않아 찾지 못하고 이색적으로 꾸며놓은 식당에 들어갔다.

몽골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겨우 한두 끼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으니

좋은 음식을 고르고 고르다가 양갈비 볶음 요리를 주문했다.

지금까지 몽골에서 먹어 본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고기가 주식인 이 나라에서 고기는 다양하고 흔하고

최근에는 웬만한 식당에서는 누린 냄새조차 잘 제거하지만 맛은 항상 어딘가 2% 부족했다.

이 식당의 양갈비는 매우 신선했고 맛이 뛰어났다.

살에 박혀있는 갈비뼈로 보아 생후 몇 달 되지 않은 양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양파, 당근, 어린 옥수수 심 등 야채와 양갈비가 적절히 조화되어 음식맛을 향상시켰다.

밥만 조금 남기고 고기와 야채를 알뜰히 거두어 먹었다.

이 식당을 나의 맛집 리스트에 등재시켰다.


(4)

새벽 1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남은 시간을 메꾸기 위해 또 다른 사우나로 가기로 했다.

Soyol Wellness Center 건물의 사우나로 가기 위해 여러 대의 차를 세웠지만

구글 지도에 영어로 표시된 사우나 건물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이가 지긋이 든 몽골인 중에 영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구글 지도를 해석할 수 있는 젊은 기사를 만나 마침내 사우나에 도착했다.

크고 높은 대리석 건물을 모두 사우나로 사용하고  있다.

1층 목욕탕의 규모가 상당했다. 여러 개의 탕과 사우나 시설.

넓은 공간에 배치한 테이블에 벌거벗고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쉬고 있는 몽골 사내들.

2층 찜질방, 몽골 게르형 찜질방 4개, 일반 찜질방 여러 개가 있었다.

그중에 불을 넣은 곳은 게르형 찜질방 하나와 소금방 하나.

나머지는 불을 넣지 않은 채 문이 열려 있었다.

2층에는 물과 간단한 간식을 파는 곳이 있는데 입실 시 나누어 준 키 번호를 적고 간식을 선택한다.

찜질복과 전체 운영방식이 한국과 유사하다.

여러 종류의 찜질방을 각기 유지온도가 다르게 설정하여 덥히고 얼음방까지 유지하는

한국의 찜질방과 달리 한 두 개의 방만 불을 지피는 방식은 크게 차이가 난다.

3층 전체가 식당이고, 4층은 스파와 마사지.

타이식은 불가하다고 해서 마사지는 받지 않았다.



소금방과 더운 찜질방을 오가고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에 맞춰 샤워를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몸 무게 87kg로 우리나라에서는 제법 육중한 내가 몽골 사내들 눈에는 왜소하게 비쳤을 것이다.

다수의 몽골 사내들이 나보다 20Cm는 더 커 보였고  몸무게는 120, 130kg  이상 되어 보였다.

한 때 이 세상을 호령하고도 남았을 만한 육체 조건을 가졌다.

샤워를 한 후 프런트에서 공항발 택시 호출을 요청했다.


아기 하나를  젊은 여기사는 한국 래퍼를 좋아한다며 여러 가지 한국 랩과 노래를 들려주었다.

영어와 서툰 한국어로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평판을 얘기했다.

느리고 안전한 주행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비용으로 7.2만을 요구했지만 8만 투그릭을 주고 택시에서 내려 티켓팅하러 갔다.


공항이 텅 비었다.

2시 출발하는 비행스케줄만 하나만 달랑 표시되어 있고

내가  티웨이 항공 스케줄은 등록되어있지 않고  승객들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되지는 않았지만 착오가 난 것이 어이가 없었다.


(5)

무슨 일인가?

휴대폰에 저장된 항공예약 정보를 살펴보니

11월 28일 목요일 8시 15분 대구 출발,

12월 1일 일요일 1시 20분 울란바토르 출발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러한 착오를 했지?

목요일에서 다음 날까지 숙소를 1박만 예약하고

금요일 오전에 업무를 마친 뒤 그날  밤 11시까지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하겠다는

스케줄을 머리에 새겨두었다.

일요일 아침에 대구에 도착한다고.


휴대폰을 보니 11월 29일 11시 23분으로 표시되어  있다.  

잠시 후는 30일 토요일. 난 일요일 새벽에 출발하는데...

스케줄에서 토요일 하루가 빠진 이유가 무엇인가?


한 달 전 몽골 스케줄이 원인을 제공했다.

그때는 목요일 오전에 몽골항공을 타고 와서 하루 자고

금요일 오전에 개인업무를 처리하고 밤에 에어부산을 타고 울란바토르 공항을 출발해서

토요일 아침에 부산에 도착했다.


이번에 항공스케줄을 확인하던 중에 대구출발 티웨이 항공을 사용하면

이전 스케줄과 동일하게 은 기간 내에 몽골을 다녀올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덜컹 항공예약을 하고 숙소도 하루만 잡았다.

목요일 출발해서 일요일 돌아온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루의 스케줄만 잡은 것은

정말 대단한 착오다.


뇌구조와 작동이 어떻게 되었나 싶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뇌.

이전의 경험에 의존해서 토요일 하루를 온전하게 들어내는 놀라운 착각.

진실과 실제에 의한 판단보다는 육체 주인의 생존과 편안한 관점에 집중하는 뇌를

앞으로는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러한 뇌의 작동을 앞으로 계속 의심하고 확인해야 할까?

아니면 뇌 속의 모든 기억을 버리고 지난 경험을 걷어내고

단순히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는 대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6)

시간은 빠르게  지나 12시를 넘어갔다.

12월 1일이 아닌 11월 30일 토요일 새벽이 되었다.

어쩔 수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남양주문화센터 사우나로 가자고 했다.


정식 택시가 아니라 개인차량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분이라

한국어도 영어도 알지 못해 소통이 어려웠다.

구글 지도도 읽어내지 못하는 기사는 한국어를 아는 친구와 전화연결해서 통화하라고 했다.

그 친구가 한국말로 나란톨 시장 인근 남양주문화센터라고 듣고

기사에게 설명을   후 차를 달렸다.

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사우나 앞에 차를 멈추어 주었다.


목욕탕 앞 탈의실에서 나를 다시 본 한국에서 일했다는 몽골 사내가

눈을 번득이며 ' 다시 왔느냐?'의문의 인사를 건넸다.

3층 숙면방 끄트머리  베드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나 이 글을 적는다.


어제처럼 다시 시내로 걸어가서 국영 백화점에서 차 한잔 마시고

그 식당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주문해서 먹은 뒤

가보지 않은 신진호텔 지하 신진 사우나에 가서 밤 10시까지 시간을 보낸 후에 공항으로 갈지

아니면 이곳에서 하념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에 맞추어 바로 공항으로 갈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P.S.

아무튼 몽골 여행 시 한국식 사우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익숙하고

매우 경제적이라는 tip을 알게  되었다.


사우나 가격 1.6만 원으로 잠자리까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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