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건 회사가 아닌 나다
불과 일주일.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했던 직장인의 일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하루 무던히 지나간다. 지난 1년간은 흘러가는 날짜만 중요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날짜는 잘 모르겠고 어서 주말이 오기를 기다린다.
새롭게 배치된 부서는 제법 잘 맞다. 언제 어디서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공포. 가장 버티기 힘들었던 일 중 하나가 거의 없는 업무다. 굳이 마인드컨트롤을 하지 않아도,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회사인으로서의 나를 남겨둘 수 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보다 잘 이겨내는,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를 깊게 파는 성향과는 무척 어울리는 일이다. 이쪽 분야에서 말하는 소위 '커리어'를 위한 곳은 아니지만, 이제 그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으니 가급적 오래 머물고 싶다.
아침 6시 반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마음이 아니다. 아침 공기가 주는 상쾌함을 느끼며 동네 하천 한 바퀴 달리기 위해서다. 적어도 의식적으로 '미라클 모닝'이나 '갓생'을 하려는 건 아니다. 올해 목표가 건강 회복이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움이다.
다만 약간 걱정스러운 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작할 때 무리하면서까지 잘 해내려는 모습. 그 연장선은 아닐까. 불안함을 또다시 억누르려 스스로를 태우는 건 아닐까. 아직 아침저녁으로 우울증 약을 먹는 사람이라기엔 너무도 높은 텐션이라서. 그렇지만 이것도 나의 모습이니까, 받아들이되 스스로에게 너무나 큰 짐이 되지는 않도록, 조금은 느슨해지는 연습도 해야겠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 많이 서툴고, 지적도 많이 받으면서 배워나갈 것이다. 비난받는 게 두려워서 그 여지를 주지 않으려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과거.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모르는 건 배워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끝없이 되뇌면서 조금씩 천천히 한 발자국 걸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