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4만 헥타를 태우고도 거센 불길은 현재 진행형. 그랜피언 국립공원 부시파이어. 근처 주민들은 즉시 대피하라는 경보 긴급 경보. 기온 변화와 헬리콥터 물폭탄에도 아랑곳없는 부시파이어는 크리스마스를 훌쩍 넘어갈 기세이다. 번개가 낳고 열기가 태우고 바람이 부채질하는 자연의 저주. 말그대로 강건너 불구경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항력 그 자체이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 건조한 바람이 부는 여름철에는 연중이벤트가 되고 마는 호주 빅토리아 주의 부시파이어로 발발 지역 주민들은 전쟁아닌 전쟁을 치르게 된다.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임시 거처소에 마련된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연말연시를 보내게 될거다. 급히 떠나온 집이 불길에 휩싸이지 않고 부디 온전히 남아 하루빨리 귀가할수 있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기온과 바람의 방향만을 주시하는 수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기후 변화와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마치 자연에만 의지하며 살았던 원시사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이건 호주만의 재해가 아니기에 어딘가에선 현대 자원만으로 걷잡을수 없는 부시파이어를 방지하고 일거 퇴치할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모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배경으로 부시파이어에 대한 뉴스를 전하는 방송인의 떨떠름한 표정이란. 우리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해변으로 쇼핑몰로 축제 분위기 연말 파티장으로. 뿌연 연기와 화염으로부터 불과 서너시간 떨어진 곳에 멜버니언의 연말은 예년과 다를게 없어 보인다. 치솟은 물가로 소비가 다소 위축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7월 한겨울이라도, 아무리 멋진 집에 산다해도 우리는 창밖으로 쌓이는 눈을 볼 수 없다. 호주의 타지역처럼 멜번은 눈이 오지 않는 지역이므로. 이게 지구 남반구에 사는 맹점 중 하나. 어릴땐 눈이 많은 고장에서 자랐다. 하얀 눈이 온 마을을 덮을땐 내마음 나도 모르는 사이 정화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이었다. 눈이 많이 오고 내 마음도 하얗고 맑게 물들었던 건. 자연이 주는 축복. 지금까지도 마음속을 포근하게 해주는 추억이다. 처마밑 고드름. 한장 유리가 된 생활용수. 못짜낸 물과 함께 꽁꽁 언 빨랫감에도 따스함을 느꼈다.
어디로 틸지 모르는 예측불가한 잔불까지 속을 썩이고 있다니. 자연은 자연이 다스린다고 비라도 쫙 뿌려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이 여름 재앙의 한가운데 기적이 내리기를 기도한다. 부시파이어로 고생하는 모두가 편안한 연말을 하루빨리 맞이할수 있기를 바라며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