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설레고 긴장되는 3월, 우리 선생님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무서우실까, 친절하실까 만큼이나 궁금한 그것. 우리 선생님은 몇 살이실까.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의 나이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은지 아무 숫자라도 마구 대는 것이 재미있어서 언제부터인가 나도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가만 보자. 작년에 내 나이가 아흔아홉이었으니 올해는 백 살이구나.
올해 만난 5학년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나이를 물었다.
“내가 작년에 구십구 살이었거든. 이제 드디어 백 살이 되었네.”
“에이, 거짓말. 선생님 이십대잖아요.”
앗! 그렇다고 할까, 해 버릴까, 이 아이는 진심일까, 진심인 것 같은데, 나 아직 괜찮은가, 사실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지 뭐. 고놈 참 눈썰미 좋고 기특한 놈일세.
내일모레 마흔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주책맞게 씰룩이는 입꼬리를 애써 감추며 진짜 백 살 맞다고 한 번 더 힘주어 거짓말을 한다. 이리저리 둘러대며 일단 우기고 보는 거다.
종종 아이들이 몰려와 묻고 떠든다. 그럼 선생님은 1922년에 태어나셨느냐, 6.25 전쟁은 겪으셨느냐, 4.3 사건 때는 어디 계셨느냐,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시느냐 등등. 한참 동안 앞뒤 하나도 맞지 않는 아무 말 대잔치를 하다 보면 어느새 쉬는 시간이 훌쩍 지난다.
얘들아, 선생님 나이가 뭣이 중하니.
봄에 만난 우리가 함께 땀 흘리며 여름 보내고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나무 아래 앉아 함께 웃는 이 순간이 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