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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구야, 좋은 공기만 줄게

<스타워즈> 속 행성들과 대기오염

by Hoon

** 스타워즈 관련 이미지 출처는 모두 디즈니+ 및 위키피디아



오래전 머나먼 은하계에....


모두들 첫 문구만 보아도 <스타워즈>인 걸 딱 아시죠?


워낙 마니아층이 두터운 시리즈이기에 저는 그저 라이트팬에 불과하긴 합니다. (고작 오리지널 트릴로지, 프리퀄 트릴로지, 시퀄 트릴로지, 로그원, 만달로리안 시리즈, 북 오브 보바 펫, 오비완 커노비 시리즈 밖에 안봄) 하지만 볼 때마다 거대한 세계관에 흠뻑 빠져 등장인물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에요.


스타워즈의 매력 중 하나는 배경이 은하 전체인 만큼 다채로운 환경이 나온다는 겁니다. 여기 등장하는 여러 행성들은 지구처럼 초록 숲과 바다가 있는 행성부터('나부'나 '알데란' 같은 곳이 그렇죠), 극심하게 건조하고 모래투성이인 행성까지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란 '타투인'이 한 예죠) 다양합니다. 지구의 환경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우리에게, 척박한 각 행성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종족을 구경하는 건 참 재미나기도 하고요.

건조한 '타투인'과 지구 같은 '나부' 행성의 모습

그런데 다 떠나서,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베이비 요다' 그로구인데요! 그로구를 알게 된 뒤로 우리 가족은 이 조그만 외계 생명체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게 되었습니다. 쑥떡처럼 생긴 요 아기가 만달로리안을 따라 은하 곳곳을 여행하는 게 안쓰럽고 귀엽기만 하죠.

말랑콩떡 그로구

<만달로리안> 시리즈에서 이 녀석을 제다이와 만나게 해 주려고 만달로리안은 '코르바스'라는 행성에 가는데요, 그곳은 참으로 황폐하고 으스스한 곳입니다. 일단 나무가 사방팔방에 다 죽어 있고, 대기는 굉장히 오염된 듯한 회색빛이지요. 게다가 통치하는 세력은 대개 방독면을 쓰고 있는데 마을의 주민들은 맨 얼굴이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힘의 불균형이 호흡기에까지 미치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황폐한 '코르바스' 행성과 마스크를 쓴 병사

그런데 사실 이게 픽션 속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이라는 소설은 인도의 극빈층 아이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재미난 탐정 놀이를 하는 것처럼 썼지만, 사실은 저자가 인도에서 취재하며 목격한 무거운 현실을 기반으로 썼다고 해요. 극빈층 아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실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잘 알면서도 당국은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덮어버리기 일쑤라는 거죠.

소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표지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스모그'입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곳곳에서 대기 오염에 신음하고 있는데요, 소설 속에서도 스모그가 심각하며 학교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거나 전철 운행이 지연되는 등의 사건이 일상적으로 등장합니다. 어린이 화자도 스모그를 '악마가 내쉬는 숨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실제로 인도에서는 소각, 산업 활동 등의 이유로 대기 오염이 심각하여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유치장에 갇혀 있어." 순경이 대답한다. "다시는 하늘을 못 볼 거다." "이 하늘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다른 순경이 웃으면서 말한다. "유독 가스로 가득 차 있는데. 이런 공기를 마시며 사는 것보단 감옥에서 사는 게 낫지."

- 소설 376쪽
인도 뉴델리의 스모그 (이미지: 중앙일보)


앞서 <스타워즈>의 '코르바스' 행성에서도 지배층만 마스크를 쓴 것처럼, 빈곤층은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합니다. 사라진 친구를 찾겠다고 엄마의 비상금을 훔쳐 전철을 처음 타 본 주인공 어린이는, 도시의 사람들은 마스크도 고급스러운 걸 쓰고 있다며 신기해합니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죠. 미세 먼지 때문에 고생해 본 우리들은 인도의 극빈층 아동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저 멀리 은하까지 나가지 않아도, 황폐한 대기뿌리 깊은 불평등은 이곳 지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셈이죠.



최근 글을 쓰기가 참 힘들었는데요, 폭염, 홍수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지구 곳곳에 늘어만 가는데 정책적인 기조는 되려 후퇴하는 것이 참... 힘 빠지더군요. 기술 발전으로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신기술이 꼭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AI를 사용하는 데도 에너지와 물 사용으로 인한 탄소발자국이 남는다고 하니 말이에요. (그래서 그냥 그로구나 보면서 회피함)


은하 제국과 반란군이 싸우는 저 먼 세상에서도, 광속을 초월해 우주 이동을 하고 최첨단 드로이드가 온갖 잡일을 하지만, 결국 환경 파괴와 권력 다툼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모습이지요. 그런 걸 보며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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