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친자(연프에 미친 자)로서, 얼마 전 나영석 PD의 제작사로 유명한 에그이즈커밍과 김태호 PD의 제작사인 테오의 주니어 PD들끼리 미팅을 하는 연애 프로그램 '사옥미팅'을 시청했다.
(사옥미팅 기획한 에그 PD님...인센티브 더 받으세요...)
2화(a.k.a.최종화)까지 공개되었는 지금, 너무 재밌게 시청했고 최근 하트페어링 이후로 설렘을 느낀 콘텐츠 중 하나였다. 같은 직업군끼리 연애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니 없었던 것 같고 그점을 편집실, 예고편, 자막, 최종선택 등 중간중간 프로그램 소재로서 사용한 게 신선하단 느낌이 들었다.
2화로 끝나는게 아쉬웠지만 광복절에 채널십오야의 대표 콘텐츠 중 하나인 '나영석의 나불나불' 콘텐츠가 업로드 되었고 이번화의 주인공이 김태호 PD이길래 시청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인사이트가 많아 한번 더 30분을 빠르게 1.5배속 시청을 하고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서론이 길어, 본론은 바로 들어가고자 한다.
이야기의 주제가 휙휙바뀌는데도 37분이라는 시간 안에 단단한 인사이트가 조목조목 연결되어 있어서 넘버링을 해봤더니, 5개 정도로 나누어졌다.
1. 좋은 선배
“후배들이 선택하고 들어온 이상, 그들이 꽃을 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김태호 PD는 독립 제작사를 운영하며 후배 PD들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여러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한때 MBC의 후배들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정작 MBC 직원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복지를 내려놓게 될까 걱정되어 선뜻 권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속에서 후배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는 “오래 버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잘 넘겨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단순히 개인의 생존이 아니라, 후배들이 자신의 자리를 이어받아 더 큰 성장을 이루기를 바라는 태도에서 ‘후배 양성에 진심인 선배’의 모습이 느껴졌다.
나영석 PD 역시 현재의 PD들이 과거 자신들이 PD가 되던 시절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작사 운영자의 입장뿐만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들의 미래와 꿈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나영석 PD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해본 경험이 없는 PD이지만, 후배들을 위해 테오와 같은 타 제작사로 학점이수처럼 다양한 경험을 해주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김태호 PD도 이에 동의한 것을 보면, 좋은 선배를 둔 주니어 PD님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언제쯤 좋은 선배이자 직장동료를 만날 수 있을까..
2. 섭외, 무엇보다 중요한 PD의 역할이자 역량
많은 사람들이 PD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창의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대화를 들으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량이 바로 ‘섭외’임을 다시금 느꼈다.
나영석 PD는 과거에는 목소리가 크고 사람을 잘 섭외하는 PD가 곧 능력자로 인정받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PD가 그런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 두 PD 모두, 성격상 PD의 '섭외'라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PD라는 직업이 외향적인 성격에 유리한 면이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작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힘을 보태며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결국 콘텐츠는 다양한 이들의 호흡이 어우러져 완성된다.
3. 시대의 혜택을 받은 PD와 프로그램
과거 예능은 지금처럼 높은 위상을 누리지 못했고, 그만큼 PD들은 한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무엇이 즐겁고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를 가장 빠르고 선명하게 포착하면서, 결국 지금의 ‘예능 시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노력 덕분일까, 두 PD는 예능이 2010년을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들 역시 그 전환기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시대의 혜택’을 받은 PD였다고 겸손하게 고백했다.
당시에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기까지 최소 반년 이상을 기다려주는 시청 문화가 있었다. 그 덕에 매니아층과 팬덤이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적게는 6회차, 많아야 12회차 안에서 승부가 갈리고, 첫 방송 1~2주 만에 성패가 결정되곤 한다.
불과 15년 사이에 겪은 이 압축성장을 겪고, 아직까지도 살아남은 PD들이 바라본 방송환경을 듣는 것은 유의미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4. 귀한 존재, 시청자들의 변화
오늘날 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김태호 PD는 "실시간 시청률이 30% 이하라면, 나머지 70%의 시청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70%는 OTT, 취미생활, 혹은 전혀 다른 무언가일지도 모르며, 그는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가 하는 콘텐츠가 꼭 ‘영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생각이 김태호 PD의 도전이 늘 주목받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된 기획은 역시 철저한 분석과 기획에서 오는 것 같다.
김태호 PD는 요즘 시청자들이 20분짜리 콘텐츠조차 길게 느낄 정도라며, 그렇기에 콘텐츠를 끝까지 시청해주는 이들이 더욱 ‘귀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PD의 동력이 바로 시청자의 존재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유일한 유희는 집에서 편히 앉아 콘텐츠를 즐기는 일뿐이다. 그런데도 그런 존재조차 소중히 여겨주는 PD가 있다는 사실은 내게 묘한 울림을 주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산업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일에 더 깊이 매진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작은 책임이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5. 방송에도 마케팅이 필요하다
방송에도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 시대가 바뀌며 PD들이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었다.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와 PD, 심지어 제작 과정에 직접 포함되지 않은 그 이상을 읽어내는 마케팅의 영역이 방송에는 중요하다.
그리고 특히 CJ가 보여준 세련된 마케팅 전략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프로그램의 색깔과 정체성을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했고 여러 방송사들의 본보기로 작용한 것 같았다.
여기서는 '마케팅'이라고 칭했지만, 더 넓은 기획, 전략 모든 얘기가 포함되는 것 같다.
나는 PD들도 중요시하는 그 일을 내 업으로 삼고 싶어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쓴다. 여러모로 가장 쉬운 일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이 들어서이다.
최근 자주 보던 서초동과 에스콰이어 덕분일까, 학생 때 즐겨 보던 굿피플 영상이 다시 알고리즘에 떠올랐다. 그런데 그 속에서 선배 변호사들이 인턴에게 건넨 조언이, 묘하게도 내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이 없으면 그냥 착한 사람”
이 말이 곱씹을수록 크게 다가왔다. 콘텐츠를 단지 보기만 하고 즐기기만 한다면, 나는 그저 ‘좋아하는 사람’에 머물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나만의 실력을 더한다면, 나는 방송과 콘텐츠 업계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남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김태호 PD가 대화하는 태도 언급하며 마지막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준비가 되지 않으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이 짧은 문장은 단순히 PD라는 직업의 태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더 깊은 대화를 위해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준비 과정이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결국 좋은 대화도, 좋은 콘텐츠도, 그리고 좋은 관계도 ‘준비된 태도’에서 비롯된다.
김태호 PD의 이 한마디는, 내가 앞으로 어떤 자세로 콘텐츠를 보고, 쓰고, 나눠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두 거장 PD가 나눈 30분 남짓의 대화 영상은 벌써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많은 사람들이 두 PD의 인사이트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능의 판을 바꿔온 상징적인 인물들이 카메라 앞이 아닌 대화의 자리에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또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 대화 속에서 답을 얻고자 했고, 이 지점을 콘텐츠로 풀어낸 것 또한 대중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OC6PRiQof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