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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옥 Jun 07. 2023

손님을 맞는 설렘

(삼바 춤추는 로봇 베토)


김포에서 10시 비행기로 손자(*베토)와 며느리(*라라)가 온다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800번 버스 타고(버스비 5천 원) 공항까지 1시간 갔다. 도착해서 공항 안의 식당을 먼저 알아보고, 서귀포 터미널 가는 800번 버스가 서는 정류장과 시간을 확인하고 느긋하게 입국장 앞에서 기다렸다.

*베토 와 라라는 세례명을 재미있게 줄여서 만든 이들의 애칭이다.


어제는 5박 6일을 함께 할 이들에게 침대방을 양보하기 위해 며칠 전 새로 갈아 끼운 침대이불 커버며 침대시트, 베개커버 등등을 새것을 가져다가 다시 작업을 하고 청소까지 말끔히 하느라 바빴다. 거기다 며칠 먹을 식재료와 과일 등을 사놓고 서귀포에서 어떻게 제주공항까지 가야 되는지 선행 학습도 했다.


아들이 회사일로 출장을 간다고 해서 그동안 베토와 라라도 이곳에 놀러 오라고 했더니 불편할 텐데도 라라가 베토를 데리고 출발해 오고 있다. 아들 가족과 함께 2박 3일을 여행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나쁘지 않았는지 라라가 베토와 함께 온다고 해서 우리 부부도 기쁘고 설레었다. 여행을 하는 한달살이지만 둘이서만 다니니 살짝 심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골프가방 싣고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15분에 한 대씩 비행기가 도착하는지 계속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베토와 라라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를 않았다. 비슷한 시간대의 승객들은 속속 도착해 빠져나가는데 베토와 라라만 보이지 않으니 애가 탔고 마음이 뒤숭숭했다.


다행히 베토의 손을 잡고 입국장으로 내려오는 라라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쁘고 마음을 쓸어내렸는지. 우리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어린 베토는 짐 찾으러 간 라라를 기다리며 입국장 입구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공항 2층의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은 후 800번 공황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돌아오는 길에 긴장이 풀렸는지 손자 베토는 잠이 들고 우리도 편안한 마음으로 졸면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한숨 푹 잤는지 말간 얼굴로 내리는 베토는 새로 보이는 이곳은 어떤 곳인지 호기심으로 반짝반짝했다.


숙소에 들어와서도 마음에 들었는지 활발하게 만화에서 본 삼바 춤추는 로봇의 흉내를 내며 노래도 부르면서 춤을 그럴듯하게 잘 춘다. 언제나 우리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는 손자 베토다.


라라는 우리가 침대방을 양보한 게 부담스럽고 미안한지 베토와 거실에서 요 깔고 자겠다고 극구 사양한다.

그러나 5박 6일 동안은 서귀포 한 달 살이에서 처음 맞는 손님이고 어린 베토가 불편할 테니 이번에는 우리말대로 하자는 설득에 수긍하고 방에 짐을 풀었다.


남편 없이 아이만 데리고 어려운 시부모님 여행지에 왔으니 라라도 많이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될 수 있으면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30년이 넘는 삶의 시간차가 있으니 요즘세대인 라라의 마음을 우리가 다 헤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쪼록 즐겁게 지내다 가기를 바랄 뿐이다.


점심도 먹고 들어왔으니 동네 바다구경이라도 시키려고 가까운 법환포구로 걸어내려갔다. 나이 들었어도 지혜가 부족한 우리들은 택시 타면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아침 일찍부터 오느라 피곤했을 얘들 생각은 안 하고 또 걸어내려 가면서 힘들어하는 베토를 달래서 포구에 갔다.

법환보구로 내려가는 길

그래도 푸른 바다도 보이고 한쪽에서 수영하는 아이들을 본 베토는 그동안 힘들었던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신나서 물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수영복은커녕 갈아입을 옷이나 수건 등도 갖고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바지를 걷어올리고 낮은 곳에서 할아버지 손을 잡고 물속을 걷다가 나오니 그나마 좋아했다.


검은 돌 해안에 내려가 파도치는 것도 보고 물이 빠진 곳에서 작은 '게' 들이 돌아다니는 걸 구경하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도 찍고 놀다가 한번 다녀왔던 '구름비 나무' 식당에 들렀다. 이번에는 고르곤 라 치즈와 파스타, 흑돼지 돈가스를 시켜 먹으며 술 못 먹는 나를 대신해 라라가 시아버지와 맥주 몇 잔을 대작하고 7시가 넘어서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와 쉬었다.   

법환포구에서 보이는 범 섬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사진의 모델을 서준 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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