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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옥 Jun 12. 2023

버스도 괜찮아요

(중문 여행)


어제 많이 걷고 바다에서 물놀이까지 해서 피곤했을 베토가 오늘도 6시 30분이 되니 일어나 나왔다. 어제 식탁에 부딪쳐 머리에 약간 상처도 있고 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잘 자고 일어나 웃으며 나오니 나도 함박웃음으로 베토를 안는다. 감사하고 안도하는 웃음이다.


9시쯤 집을 나섰다. 중문의 천제연 폭포와 여미지식물원 그리고 쉬리의 언덕을 갔다가 요트를 타기로 4시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라라에게 버스 타고 다녀서 불편하지 않겠냐고 하니 버스에서 목적지까지 갈 동안 베토가 잠을 자니 오히려 괜찮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우리도 자동차를 렌트하려고 알아보았는데 렌트비가 상상이상으로 비쌌다. 예전에 생각하던 렌트비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온다고 하니 불편할까 봐 렌트를 알아보았는데 5박 6일 정도 빌리는데 최소 60여 만원을 내야 해서 깜짝 놀랐다. 그것도 예약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우리는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버스 타고 현지인처럼 다녀보자는 생각으로 렌트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배를 타고 오면서 차를 싣고 온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인지 펜션에 서울 차들이 많이 있어 처음에는 무척 의아해했었다.

 

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힘들었을 텐데 베토가 씩씩하게 걸어 내려가고 올라와 칭찬을 많이 했다. 간혹 안아달라고도 했지만 잘 걷는다. 우리들 사진도 잘 찍어줘서 오늘도 제법 많은 사진을 찍었다. *선임교를 넘어 여미지 식물원으로 가기 전 천상천제가 내려와 쉬는 정자에도 올라가 멋진 그림과 풍경을 만끽하고 여미지 식물원으로 들어갔다.

*선임교: 칠선녀의 전설을 살려 오작교 형태로 천제연의 2단과 3단 폭포사이에 위치해 폭포와 중문 관광단지를 이어주는 아치형 다리이다. 악기를 치면서 하늘로 오르는 칠선녀의 모습이 새겨있어 아름답다.

선임교를 건너면서 베토가 찍어준 풍경

미리 라라가 예약을 해놓아서 편하게 식물원으로 들어가니 여러 나라의 정원이 종류별로 꾸며져 있고 핑크몰리도 있어 식물원 온실 안에 들어가기 전에 둘러보며 사진 찍기 좋아하는 할아버지 모델을 서느라 바빴다. 식물원 온실 안으로 들어가도 야~하는 감탄이 나오게 테마별로 잘 가꾸어진 보기 힘든 식물들이 많이 있었다.


즐겁게 여기저기 구경하며 다니던 베토가 잠이 오는지 자꾸 안아달라고 해서 라라가 많이 힘들었다. 할아버지 무등도 타고 혼자 잘 달리기도 했는데 식물원이 워낙 넓고 볼게 많다 보니 어린 베토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여미지 식물원안에 여러 종류의 전시와 악어와 공룡등과 어우러진 장치등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끈다.

여미지 식물원을 나와 점심을 덕원정에서 자장면, 꽃게 짬뽕, 게살 볶음밥, 탕수육 작은 사이즈를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일어났다. 덕원장이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남편이 찾아놓은 곳인데 특히 꽃게 짬뽕이 맛있다고 한다. 탕수육도 소스에 배추가 들어가 있어 새로웠다. 식사 중에 요트는 오늘 풍랑이 심해 오후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아 실망했지만 라라가 다시 내일 오후 3시 40분으로 예약을 변경해서 타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보는 여행을 하는 편이라면 젊은 사람들은 다양한 탈 것과 분위기 좋은 카페 등을 여행지에서 많이 찾는 것 같다. 라라도 카페를 좋아하는 아인데 우리 때문에 거기까지는 일정에 넣지를 않은 것 같다. 이번에 우리들은 생각지 못했는데 라라 덕분에 요트 타는 체험도 해보게 되었다.


오후 일정 중에 하나가 취소되었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어 기분도 좋아 나머지 '쉬리의 언덕'으로 가보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신라호텔에 내렸다. 로비를 지나 산책길로 나가는데 호텔 안에 수영장과 산책길이 잘 되어 있고 내부도 훌륭해 보인다. 젊은 남녀가 많은 걸 보니 신혼여행온 부부들인 것 같다. 해외로 못 가니 제주도로 와서 한껏 여행을 즐기는 듯하다.


태평양 바다가 멋지게 보이고 시간 여유도 많아 우리는 벤치에 앉아 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했다. 다시 라라가 보고 싶어 했던 쉬리의 언덕으로 오르니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곳이라는 쉬리벤치가 있다. 90년대 말 개봉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첩보영화 '쉬리' 속 주인공들의 슬픈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언덕에서 보이는 아래쪽 색달 해변에는 거친 파도에도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파도가 워낙 세서 앞으로 나가지를 못해 물속에 휩싸이면서도 파도를 타고 바다로 나가려는 용감한 시도는 그치질 않는다.

파도를 엎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우리도 색달 해변을 걸으러 해안가로 내려가니 파도가 워낙 강해서 하얀 포말이 모래사장을 적시고 가까이 갈 수 없게 한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파도를 타고 일어서서 서핑을 해보려다가 물로 들어가고, 아예 파도 때문에 조금도 바다 쪽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더 보다가 해변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쉬리의 언덕에서 보는 색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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