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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옥 May 17. 2023

비양도의 보말죽

(우도는 아름다워)


작은 아들이 제주도에 가면 우도에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해서 우리는 이왕이면 날씨가 좋은 날 다녀오는 게 좋을 거 같아 아침 일찍 서둘렀다. 서귀포 버스 터미널에서 201번 버스 타고 성산포항까지 1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했다. 다행히 우도로 출발하는 배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배 승선티켓을 왕복으로 2인 20,000원 계산하고 우도행 여객선 2층으로 올라가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맑고 깊은 바닷물을 보면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이들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 썸 타는 젊은 커플들, 우리처럼 은퇴자 부부들, 여고 동창들끼리, 모녀끼리 등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보였다. 배를 따라오면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는 갈매기들의 기막힌 재주를 홀린 듯 보다 보니 10여 분 만에 우도에 도착했다.


우도 하우목동항 앞에는 삼륜자동차로, 2명이 탈 수 있는 색깔이 다양한 미니 차들이 즐비하게 대기하고 있어 많이들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는 해변 관광지 순환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1인당 티켓 6천 원. 중간에 내려서 놀다가 다시 타고 다니는 거라 마음에 들었다. 버스기사가 설명도 하면서 즐겁게 흥을 돋우기도 해서 괜찮았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고, 버스 타는 사람이 많으면 다음 버스 기다리고 하는 게 약간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것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남편과 모둠회에 땅콩막걸리 한 병을 먹고 즐겁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하고수동 해변'에 가니 바닷모래가 너무 고와서 놀랐고, 익히 알고 많이 보았던 제주바다의 쪽빛 물색이 예뻐서 놀랬다. 머리에 주황색 작업볼을 얹고 있는 해녀상, 육지의 왕자를 사랑한 인어가 바다에서 올라와있는 듯 인어상이 있어 그녀의 친구처럼 옆에 서서 아름다운 인어의 비늘을 만졌다.


10월인데도 날씨가 따뜻해서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젊은이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외국인 남녀 학생들이 수영하며 즐거워했다. 제주시에서 버스 타고 서귀포로 들어오면서 보니 제주 국제대학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외국 젊은이들이 많이들 보였다.


두 번째 '비양도'. 이제는 연육교로 연결되어 섬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지만 그곳에는 해녀들이 주황색 작업볼을 띄우고 물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텐트 치고 바다를 보면서 야영하는 야영객들도 있었다.

 우도 비양도 해안에 주황색 작업볼을 띄우고 물질하는 해녀들

아름다운 바다를 보다가 해녀횟집에 들려 모둠회(소라, 전복, 문어)와 우도의 땅콩 막걸리, 보말죽(소라를 넣어 끓인)을 먹었다. 특히 문어와 보말죽이 맛있었다. 비양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보말 죽이라고 했다.


세 번째 검멀레해변은 배를 타고 동굴로 들어가는 게 있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포기하고 우도등대가 보이는 우도봉으로 올라갔다. 우도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웠고 가까이 성산일출봉도 볼 수 있는 맑은 날씨라 더 좋았다. 우도를 사랑한 작은 아들의 감성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하루종일 귀에 입이 걸렸었다.

우도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바라보이는 성산일출봉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와 '서빈백사' 해안에 가니 해안이 하얀 알맹이 돌 모래로 눈이 부시다. 산호가 부서져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모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것을 모래라고 하기에는 너무 굵다. 바닷물에 발을 적시려 하니 푹 들어간다. 여느 해안의 모래사장이 아니라 그런지 화들짝 놀래서 밖으로 어정어정 걸어 나오는데 젊은 외국 학생들은 그래도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한바탕 하고 나온다. 보기 좋다.

우도 서빈백사 해안가

해안에 앉아 공깃돌 하기 좋은 것을 골라 공기도 해보고 손자에게 보여줄 작은 공깃돌도 몇 개 주워서 가방에 넣었다. 버스를 타기에는 항구까지 가까운 거리라서 우도 특산물 땅콩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먹으며 하우목동 항으로 걸어와 5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성산포 항에 도착해 버스 타고 집에 오니 거진 8시가 되었다. 늦은 저녁을 해 먹고 세탁기에 빨래 돌리고 창에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귤 익는 향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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