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말할 충격적인 사실!
‘만화에서 밥이 나오니, 돈이 나오니?’라며 걱정하던 어른들에게 말할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바로…
정말 만화를 통해 밥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바로 산 증인이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만화로도 돈을 벌 수 있다!!!
초중생 시절, 매일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성실히 보는 것으로 모자라 따라 그리던 내게 어머니가 결심한 듯 한 마디를 하셨다.
“산타 너, 만화가 그렇게 좋니? 내일 학교 끝나고 여기로 가봐라.”
갑작스럽지만 단호한 어머니의 말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일이 되길 기다렸다.
버스 타고 한 시간을 걸려 도착한 부천역 앞에는 애니포스 만화학원이라고 적힌 승합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이야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이 각광받고 웹툰 작가가 꿈인 학생들이 많아 관련 학원과 학교 전공들이 많지만 그때는 지역에 몇 개만 있을 정도로 생소했다.
'만화학원이라니? 이런 곳이 있었어?'라며 어리둥절한 나는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학원 원장실에 앉아 상담을 하고 있었다.
“산타 학생 반가워. 여기는 만화 전문 학원이고, 중학생들은 입시반에서 수업을 들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예고 갈래, 애니고 갈래?”
그렇게 1년간의 즐거운 수업 끝에 나는 예고생이 되었다!
예술고등학교의 만화창작과로 입학한 첫 날,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말로만 듣고 벌써부터 걱정되었던 야간자율학습이 여기서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사용된다니…
세상에나, 너무 행복한걸?!
1년간 나를 포함한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완성시키기 위해 매일 저녁,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주말에도 자진하여 등교하곤 했다. 선배가 작성한 스토리에 맞춰 캐릭터와 배경을 여러 재료로 실물로 구현해내고 장면 구성에 맞게 표정과 동세와 배경을 변경하고 한 컷 한 컷 움직임을 담아내는 일. 생각한 대로 모형을 만들고 움직임을 구현해내는 일이 참 즐겁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서는 1초를 위해 캐릭터들을 조금씩 움직인 최소 12장의 사진이 필요했고, 이에 맞는 음악과 목소리를 녹음하여 완성하기까지는 3명이서 7분 가량의 애니메이션을 완성시키기 위해 꼬박 1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1년간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 1년간의 노력이 다음 1년간 여러 대회와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값진 결과들로 되돌아왔으니까.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고 몇 개월 후, 전화벨이 울렸다. ‘어? 선배가 무슨 일로 전화를?’하는 의문은 한껏 고조된 선배의 목소리를 통해 풀려버렸다. “산타야! 우리 작품이 상을 받는대!!!”
그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을 준다고? 얼떨떨하면서도 기쁜 마음에 나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친구는 일초간 서로를 쳐다봤다가 어느새 손을 맞잡고 방방 뛰고 있었다.
그후로도 여러 번 수상을 했고,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에서 은상을 받아 시상식에 참석하기도 했고, SBS 애니갤러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공중파 방영까지 하는 말도 안되는 경험들의 연속이었다.
수상은 단순히 마음만 기쁘게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다. 상금들로 인해 어느새 내 통장에는 백단위의 금액이 채워져 먹고 싶었던 걸 잔뜩 먹을 수 있는 사치를 부릴 수 있었으니까!
그 상금들로 친구들과 초밥 뷔페, 고기 뷔페, 양식 뷔페 등 뷔페 투어를 다니며 몸도 배불리 채울 수 있었다. 만화를 좋아했을 뿐인데 만화를 보다보니 따라그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전공을 하게 되고 직접 만든 작품으로 이렇게 밥도, 돈도 얻을 수 있다니… 그때 알았다. 만화로도 돈을 벌 수 있구나!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녀가 만화만 봐서 걱정되는 부모님이 있을 것이다.
걱정하는 어른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내 이야기를 통해 안심할 수 있길 바라본다. 게임을 좋아해 프로게이머가 되고 만화를 좋아해 만화가가 되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게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부가 되고 능력과 직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전해본다. 가끔 아버지의 지인 자녀들이 웹툰 PD인 나를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본다. 무엇이든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그게 곧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