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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ptonic Mar 22. 2021

필라델피아에서의 한 주 - (2)

East Passyunk Avenue, 그리고 South Street

East Passyunk Avenue를 네이버 같은 곳에서 검색해봐도 아마 많은 검색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의 후기를 포기하고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서 검색하다 보면 대충 어떤 동네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소위 '힙'한 식당들과 다양한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핫스팟 같은 동네. 

지리를 잘 묘사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충 설명해보자면 Center City에서 한 30분가량 South Philly(?) 방향으로 한 없이 걷다 보면 뜸한 주택가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동네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을 마친 지 이미 두 달가량이 지났다 보니 내가 정확히 어떻게 이곳을 가겠다고 생각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Cool neighborhoods in Philadelphia' 같은 검색어들을 계속해서 집어넣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것이다. 한 3년 전에는 레스토랑 위크 같은 행사도 진행했던 모양이다. 여행지 소개 웹사이트들의 묘사에 따르면 트렌디한 감각이 돋보이는 동네이며 맛있는 식당들이 많고 독특한 가게들이 많다고 하니 마다할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포틀랜드에 대한 묘사가 떠올랐는데, 사실 포틀랜드에 1년 산 이후로 어디를 여행 가든지 그 감성을 찾아다니곤 한다.   


'Spoiled'라는 단어가 아마 맞는 단어일 것이다. 어디를 가도 독특한 감성의 카페, 찻집, 식당들이 즐비하고 소위 'Local Resources'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도시의 여행 가이드북들은 큰 랜드마크들을 소개하기보다는 도시 구석구석의 동네들을 하나하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분석하고, 유명한 식당에 웨이팅은 있을지언정 거리에 사람이 즐비하진 않은 칠(Chill)한 감성의 도시에서 1년을 살다가 조금 더 큰 도시로 이사를 하고 나니 어쩔 수 없이 포틀랜드를 그리워하게 되더라. 그래서 어디를 여행 가든지 포틀랜드의 조각을 찾을 수 있는 곳을 한두 동네 정도씩 꼭 찾게 된다.  

사람 없는 길거리

다들 그렇겠지만, 나 또한 여행이 제공하는 다양한 충동에 약하다. 둘째 날의 여행은 사실상 충동으로 시작해 충동으로 끝났다 봐도 무방하고, 위의 두 사진들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사진들은 Center City의 중심부를 벗어나기 시작할 즈음 발견했던 베이커리이다. 원체 빵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탓에 저항하지 못하고 이 하얗고 작은 가게의 내부로 홀린 듯 이끌렸고, Apple Turnover 하나를 사서 들고 나왔다. '이곳에 꼭 들려보라!', 하고 추천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적어도 내 여행에 산뜻함을 더하기엔 충분했다.



East Passyunk로 가는 길에 South Street이 있어서 잠시 주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목적지가 분명했기에 그쪽으로 완전히 들어가진 않았고 외곽 부분만 살짝 구경했다.


아침 일찍 나왔다 보니 연 가게들이 많지는 않았고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대놓고 비빔밥을 판다고 티를 내고 있는 가게였다. 필라델피아까지 와서 한식을 먹을 생각은 없었기에 스킵하긴 했지만. 


정확히 뭐라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뉴에이지스러운 공간도 있었다. 향초, 크리스탈, 그리고 다양한 종교용품들을 파는 공간이었는데 내가 이곳에 머문 이유는 고양이다. 주인이 말하길 가게의 지킴이 같은 녀석이란다.

 

https://www.instagram.com/p/CKawzoEFl24/?utm_source=ig_web_copy_link 


아쉽게도 영상을 이미 삭제한 상태여서 부득이하게 내 인스타그램 게시물 링크를 가져왔다. 

볼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졸린 얼굴의 귀여운 고양이를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링크를 눌러봐도 괜찮을 것 같다.


중간에 살짝 다른 곳을 들르긴 했지만 결국 머무는 곳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걸어 목적지인 East Passyunk Ave에 도착했다. 동네의 초입부터 활기찬 색감의 건물들이 '이곳은 당신이 찾던 힙한 곳입니다', 하고 말을 건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때까지도 내가 아직 어디서 브런치를 먹을지 정하지 못했었다. 다시 필라델피아에 오지 않는 이상 그 날 하루로 모든 것을 끝내야 했기에 더욱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결국 최선을 다해서 구글맵을 뒤지며 흥미로운 장소를 고르다 정석적인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활기찬 색감이 돋보이는 동네

맑은 날씨와는 별개로 역시 동부의 겨울바람은 찼다. 해님과 바람이라는 동화의 나그네 마냥 코트를 굳게 붙들고 서둘러 식당 안에 들어가 주문을 했다. 놀랍게도 Indoor Dining이 벌써 열린 식당이었지만, 아직까지는 가게 안에서 무언가를 먹기엔 불안했기에 바깥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들이 야외 좌석들에 커다란 히터를 설치해서 춥지는 않았다.


정석적인 미국식 브런치, Chicken &Waffle

따뜻하게 구워진 와플 위에 바삭하고 고소한 치킨이 그 자태를 뽐내고 느끼함을 잡아줄 과일 몇 개가 치킨 주변에 자리한다. 그 위에 메이플 시럽을 골고루 끼얹고 칼로 와플과 치킨을 한 입 사이즈로 베어 한 입을 먹으면 바삭한 와플과 치킨의 식감이 느껴지고, 이내 촉촉한 살의 맛이 입 안을 맴돈다. 메이플 시럽이 치킨과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한국엔 이미 허니갈릭치킨같은 메뉴들이 있음을 생각하면 조금 거부감이 덜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메이플 시럽이 와플과 치킨 튀김옷 위에 조화롭게 얹혀 살짝 뻑뻑할 수도 있는 조합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치킨앤와플 뒤의 빵은 콘브레드라는 것인데, 워낙 가게에서 추천하길래 다 못 먹을 것을 알면서도 곁들여보았다. 먹어보니 어마어마하게 촉촉하니 참 맛있었는데, 치킨앤와플 만으로도 너무 배불러서 한 1/3 정도 먹고 집으로 가져갔다. 이 날 집으로 가져간 빵이 총 세 개인데, 그중 두 번째라고 할 수 있겠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동네를 좀 더 돌아보며 눈독을 들였던 공간들에 들어가 보았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지 않은 공간들이 두 곳 정도 있는데 한 곳은 미국 특유의 Funky 한 기념품 가게, 그리고 다른 곳은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인형, 책 등등을 파는 곳이었다. 전자야 그렇다 쳐도 후자를 굳이 왜 들어갔냐고 물어본다면, 아래의 사진을 첨부해서 설명해야 한다.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래의 남자는 엔시티의 태용이라는 멤버인데, 그뿐만 아니라 엔시티의 다른 멤버들이 하나둘씩 Jellycat이라는 인형 브랜드의 토끼 인형들을 자체 콘텐츠에서 보여주었고, 장난감 가게의 가판대에서 이 인형을 마주치자마자 홀린 듯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 토끼 인형을 샀는지 물어본다면, 내가 원했던 색의 인형이 지나치게 큰 사이즈밖에 없어서 아쉽게도 구매하지는 못했다. 사담을 덧붙이자면, 시애틀에 돌아와서도 우연히 다른 가게에서 저 인형들을 파는 것을 봤는데, 막상 원하는 사이즈와 색을 발견하니 내게 인형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시즈니가 있을까?

기념품 가게에서는 로컬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으로 만든 코스터를 하나 구매했다. 다른 도시의 기념품 가게에 가면 주로 엽서를 사는 편인데, 코스터의 그림이 너무 맘에 들어서 바로 집어 들었다. 찍어놓은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쉽다.


사진을 찍어놓은 가게들 또한 두 곳이 있다.


첫 번째 가게는 Good Buy Supply라는 곳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환경친화적인 상품들을 주로 취급해 파는 가게인데, 대나무 칫솔이나 에코백 같은 익숙한 상품들에서 시작해서 유리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접시 등 독특한 상품들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라벤더 소금 바디 스크럽을 사서 나왔는데, 사용하고 보니 라벤더는 잘 모르겠지만 소금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사용하면 자꾸 샤워할 때 입에 짠맛이 맴돈다.

편안한 색감의 공간.

두 번째 가게는 A Novel Idea on Passyunk라는 곳이다. 이름만 들으면 어떤 공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곳은 독립서점이다. 가게의 이름을 딴 티셔츠나 스티커, 토트백 같은 상품들을 여럿 팔기는 하지만 내부의 공간들은 거의 대부분 책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동네의 가게들은 대체로 '로컬'이라는 단어를 매우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또한 그렇다.

'A Novel Idea'의 웹사이트에 가면 이런 문구가 뜬다 :


“We started with a very simple idea: open an independent bookstore and event space that reflects and supports the community… A year later, A Novel Idea opened.”



실제로 가게 내부는 대체로 필라델피아 출신 작가들의 책들로 채워져 있었다. 안락한 색감의 공간을 둘러보다 보니 언젠가 이대 근처에서 들러본 적 있는 추리 소설 전문 책방이 떠올랐다. 작지만 알차게 채워져 있는 서가들엔 다양한 장르들의 책들이 있었고 추천 문구들 또한 자세하게 쓰여있어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쉽게 고를 수 있었다. 가게 안에는 셜록 홈즈 (지금 보니 11대 닥터가 떠오르기도 한다)가 떠오르는 소파 두 개가 있었는데, 마음 같아선 앉아서 여유 있게 책이라도 읽다가 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로 다들 조심하는 때에 가게 안에 오래 머물기도 좀 눈치가 보이니 책을 사고 바로 가게 밖으로 나왔다.


내가 고른 책은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라는 책이었다. 유명한 책인지는 모르고 단순히 그리스 로마 신화의 키르케 이야기를 오디세우스 같은 인물이 아닌 키르케 본인을 중심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라고 해서 흥미가 당겨 골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있고 HBO에서 드라마로도 나올 예정인 유명한 소설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책을 읽는 빈도가 급감하다 보니 책을 읽는 속도도 느려져 아직도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읽는 순간에는 키르케의 서사에 훅 빠져들게 된다. 서평이 중심인 글이 아니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에 여행을 가서 이 동네에 들를 일이 있다면 꼭 이 서점을 가보기를 추천한다. 


안락한 분위기의 공간. 저 소파에 앉아보고 싶었다.

East Passyunk Avenue를 전체적으로 다 둘러보고 나서 나는 바로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머물고 있는 곳의 치안이 썩 좋은 곳이 아니다 보니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해서 이 날도 대충 3시쯤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South Street을 좀 더 자세히 구경하려고 발걸음을 좀 일찍 돌린 것도 있다. 그리고 이 결정 덕에 나는 집에 세 번째 빵을 들고 갈 수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망원동을 연상시키는 주택가를 터덜터덜 지나가는 중 근처 빵집을 홍보하는 문구를 발견했다. 찾아보니 화요일, 그리고 토요일에만 4시까지 영업하는 곳이었다. 즉흥적으로 토요일에 이 근처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고, 즉흥적으로 돌아가는 길에 South Street을 다시 둘러보기로 결정해 갈 때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고, 그 덕에 문구를 발견해서 이 빵집의 존재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빵은 이미 가방 안에 두 개나 있었지만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해 빵집이 있다는 골목 안으로 향했다. 

   

벽돌 가득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발견할 수 있는 공간

빵집 안에는 샌드위치와 쿠키들, 그리고 사워도우 빵들로 가득했다. 필라델피아에 오래 머물 예정이 아니었고 밥은 이미 먹었기 때문에 살만한 빵이 뭐가 있나 구경하는 중, 리코타 오렌지 티케이크를 발견했다. 물어보니 홍차와 곁들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하루 정도 냉장고에 둬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바로 집으로 데려왔다. 후기를 말하자면, 맛있었다. 빵 만으로는 조금 뻑뻑할 수도 있었는데 홍차와 곁들이니 부드럽게 넘어갔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오렌지의 맛도 인상 깊었다. 리코타 치즈의 맛을 느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우연히 들른 빵집에서 나와서는 쭉 South Street까지 걸어갔다. E Passyunk Avenue가 홍대의 주변부 같은 느낌이라면, South Street은 홍대의 중심부 같은 느낌이었다. 필라델피아에 와서 계속해서 사람이 드문 거리만 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걷는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필라델피아 하면 바로 떠오르는 치즈 스테이크 가게가 아니면 대부분의 가게들에서 웨이팅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빈티지 옷을 파는 곳들 만큼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웨이팅이 있었다는 것이다. 빈티지/앤티크 감성은 좋아하지만 옷보다는 주로 컵이나 접시, 혹은 소품들을 모으다 보니 굳이 그런 가게들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옷가게들에만 웨이팅이 있는 모습은 확실히 신기했다.


South Street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공간이 있다면, 바로 Jim's Steaks일 것이다. 필라델피아의 명물인 치즈 스테이크 식당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들 중 하나인데 동생이 정말 맛없다며 안 좋은 평을 남겨서 나도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동생이 갔을 때는 평일이라 줄이 없었다는데, 토요일 저녁이 되니 테이크아웃만 받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유명한 곳을 보았다, 라는데 의의를 두고 나는 동생이 매우 추천한 Federal Donuts라는 도넛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Federal Donuts라는 가게엔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도넛들도, 놀랍게도 프라이드치킨도 있지만, 이곳에서 진짜 유명한 메뉴는 바로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따뜻한 도넛들이다. 가게에서는 'Fresh Donuts'라고 부른다. 시나몬, 쿠키 앤 크림, 딸기 라벤더,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딸기 라벤더는 취향을 심하게 탈 것 같은 맛이었다. 라콜롬베 원두를 사용한 커피들도 팔고 있길래 도넛과 곁들일 콜드 브루 커피도 한 잔 주문했다.


가게의 외관과 내부. 내부의 색감이 귀엽다><
도넛의 비주얼

역시나 시국 때문에 안에서 먹을 곳은 없었고, 다행히 가게 근처에 사람 없는 골목이 있어서 그곳에서 도넛을 바로 한 입 베어 물었다. 갓 만들어진 부드럽고 따뜻한 도넛 위에 시나몬 가루와 흑설탕이 풍성히 뿌려져 바삭하게 씹는 맛도 더해지니 더 바랄 것이 없는 맛이었다. 처음엔 조금 작아 보여서 아쉬웠지만 아마 더 컸으면 다 못 먹었을지도 모른다. 라콜롬베의 원두를 쓰는 커피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사진에는 없는 딸기 라벤더의 맛은 좀 난해했다. 딸기 맛도 잘 안 느껴지고 라벤더의 맛도 잘 안 느껴지고 설명하기 애매한 단맛만 나서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Franklin Square이다. 거의 다섯 시가 되어가서 슬슬 도시가 어두워질 기미가 보이던 데다 원래 들르려고 했던 곳은 아니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회전목마가 인상적이어서 잠시 구경하다 떠났다. 검색해보니 꽤 오래된 공원이고, 이런저런 행사들도 이 곳에서 자주 열리는 모양이다. 겨울보다는 여름에 들르면 훨씬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아무래도 공원들이 대체로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회전목마도 활기차기 보다는 아련한 느낌이다.


둘째 날은 딱히 큰 계획을 세워두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글이 '우연'과 '즉흥'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 내의 다른 도시들을 여행할 때는 언제든지 큰 부담 없이 다시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몇몇 부분을 놓쳐도 언제든 다시 와서 발도장을 찍을 수 있을 테니. 체계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재미있지만, 역시 난 느낌 가는 대로 즉석에서 행선지를 정해 이곳저곳 다니는 게 더 취향에 맞다. 


둘째 날에는 어쩌다 보니 세 개나 들고 온 빵을 동생과 나눠 먹고, 동생과 동생 룸메를 위해 초밥도 시켜주고, 그렇게 소소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뺏긴 거나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어차피 줄 예정이었으니 큰 상관은 없다. 원래 남매가 다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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