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by 로그모리

일기장에만 적던 글들이,

한 명, 두 명 읽혀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부끄러움으로, 미숙함으로

가리던 마음이다.


그럼에도 나의 글들을 살펴보려 하는

한 사람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자란다.


이토록 소중한 마음을

온전하게 느껴본 적 있을까.



살면서 항상 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글을 적고 싶었고, '내가 무슨' 이라는 생각을 했다.


용기 내 보았던 시절,

나는 익명성에 숨어 적었다.


내가 아닌 프사를 걸고, 나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글만으로 봐주기를 바란 마음이었다.


종종 좋게 봐주는 글들이 생겼고,

내 기억에 150개 언저리로 적었던 듯하다.


일종의 미약한 팬의 개념으로

글을 봐주는 사람도 생겼다.


어찌나 날아갈 듯이 행복했는지,

어린 날이었음에도 분명하게 느꼈다.


동시에 해당 사이트가 폐쇄되며

나의 글들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아주 오랜 시간,

나의 글쓰기는 멈췄다.



지금도 역시, 나를 굳이 앞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감추지 않고도 글만을 봐주기를 바란다.


아마 작은 차이를 알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관심하고, 짧은 순간을 본다는 걸.


내가 적은 글을 발행한 후,

사실 나조차도 잊는 표현이 많다.


그런데 이것을 굳이 꼭꼭 씹어서

소화하고 기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아무렴 어떤가.

어떤 날의 내가, 어떤 날의 그대가

나의 글을 읽고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다면.


조금 자란 지금의 나는,

익명성에 기대지 않고 욕심내지 않는다.


글을 적어가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너무도 큰 행복감을 주기에.



나의 생각이나 글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을 때,

나는 노트에 홀로 적었다.


가끔 우연히 발견하는 나의 모습은

꽤 흥미롭고, 가져갈 생각들이 남아있다.


노트에 남아있다는 게 너무도 감사하다.

대개 취중 대화 속에서 휘발되어 버렸으니.


취중 대화를 즐기는 편이긴 하나,

특성상 흩어져버리는 것들이 많아 아쉽다.


물론 지금은 양해를 구하고

대화 중에도 간간히 메모를 한다.


내 영감의 원천이니,

소중히 담아간다.



누군가 봐주길 기대하지 않았으나,

이야기 나누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는 내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내가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여겼다.


지금은 아니다.


나의 글은 나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읽은 사람에게 새로이 피는 꽃이 된다.


나는 그저 전할 뿐,

내게로 돌아올 당위는 없다.


지금은 바란다.


나의 이야기가 그대에게 전해져,

아름다운 꽃으로 피우기를.



혹, 적어가기를 망설인다면 말하고 싶다.


그대가 적어가는, 세상에 전한 이야기를

내가 온 마음을 다해 긍정하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