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모리 라는 필명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적어야지,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물어봐 주셨기에
탄생 비화(?)를 적어 본다.
지금 떠올려 보면, 필명을 정한 그 순간도
가장 나 다운 모습이었던 것 같다.
어린 날부터, 나는 글을 쓰고 싶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지금 공부만 끝내면 꼭 글을 써야지
지금 이 시기만 지나면 꼭 써야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때로는 핑계로
때로는 변명으로 야속하게 시간이 흘렀다.
물론 간간히 적어본 적도 있었고,
아직도 후보로 두는 책 제목도 몇 있다.
그중 가장 뿌듯하고 여전히 이어지는 건
역시 필명인 로그모리 를 정하게 된 일이다.
최초의 시작을 던져 보자면,
그저 우연으로 시작된 것이다.
스마트 폰이 나오지 않은 시절이었고,
아이팟 터치 라는 제품을 통해 어플을 쓸 때.
쿼티 키보드가 모바일 기기로 처음 생겼을 때,
닉네임을 정하기 위해 메모장을 켜고 막 눌렀다.
닉네임이 뭐가 중한가 라는 생각이었고
냅다 눌러 놓은 메모장을 바라보았다.
완성된 단어, 미완성의 알 수 없는 문자들.
그 사이에서 뜬금없이 적혀진 게 로그모리 였다.
어감이 좋았고, 당시의 닉네임으로 사용했다.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한 첫 시기였고
우연한 발견으로 한 시절을 로그모리로 살았다.
삶에 치이며 글을 쓰는 것을 멈추게 되었고
차츰 로그모리의 시절은 잊혀지고 있었다.
십 년이 훌쩍 지나, 우연히 발견한 그날의 글은
내게 다시 알 수 없는 강한 끌림을 주었다.
이때 로그모리 라는 이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LogMori
Log - 기록
Mori - 죽음 / 숲
로그모리 로서 적어가는 시간은
죽음에 대한 기록이며
숲, 즉 삶에 대한 기록이다.
죽음으로 잘 향하는 과정이고
삶의 반짝임을 붙잡는 순간이다.
어린 날에는 이해하지 못 한 채 쓰던
로그모리라는 이름은 삶에 대한 태도를 담아내었다.
운명이었다.
우연으로 시작된, 운명.
이름 자체의 뜻도 내 삶을 대변하기에
군더더기 없이 너무도 완벽하고
이름이 정해진 과정도 내 삶을 관통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우연으로 시작된 운명은
모든 순간이 소중할 수 있음을
그만큼 더욱 열리고 확장된
감각을 가져야 함을 상기시킨다.
스스로 돌이켜 볼 수 있는 이름이
계속 나와 함께 한다는 건 축복이다.
감각이 둔해질 때마다, 글을 적을 때마다
나는 다시 나의 자세를 굳건히 하기에.
개인의 필명에 대해 궁금해할 일이 있을까,
언젠가는 말해야지 생각해 왔다.
사실 글 보다는 강연을 하게 되는 날
말로써 설명하는 모습을 그려 왔다.
내 이름이 아닌 로그모리로서
앞에 서게 되면, 꼭 표현할 예정이다.
로그모리 라는 이름은
우연으로 시작된 운명으로
모든 순간이 소중함을 일깨우고
죽음에 대한 기록으로,
삶의 반짝임을 붙잡는 순간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삶을 관통하는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