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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인 Apr 04. 2024

심리상담을 처음으로 받았다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이직한 회사에서 근무한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만큼 그 사이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고, 쉴새 없이 쏟아지는 업무에 나의 몸과 마음은 조금 더 지쳐갔다. 

그럼에도 팀 내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사내 라운지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퇴근 후에 같이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으며 나름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가슴이 꽤나 심하게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문득 전문가를 통해 심리상담을 받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복지 중 하나가 바로 심리상담이었기 때문에 부담없이 바로 진행할 수 있었다. 대면 상담과 전화 상담, 또 텍스트로 간단하게 받아볼 수 있는 방식 중 전화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고 예약한 시간에 상담사님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전화 너머로 들리는 차분한 음성에 왠지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말들을 전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50분이라는 상담 시간동안 어떤 이유로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는지부터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와 같이 물 흘러가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상담을 신청한 주된 목적은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인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의 스트레스 원인이 단순히 회사 때문만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뭐랄까. 내가 살아가는 방식, 내 안의 꼿꼿한 가치관이 내가 마주하는 상황을 조금 더 힘겹게 받아들이도록 만든 것 같달까.


상담사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몇 가지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꽤나 관대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할 때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단기간에 효율을 내는 일에는 적합한 사람이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또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스스로를 적지 않게 나무라는 편이었다.


나의 이런 점에 대해서 상담사님께 이야기 하면서 돌아온 답변은 스스로 괜찮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라는 것이었다. "뭐 그럼 어때. 괜찮아~ 별 일 아니야" 내가 세운 목표가 꼭 달성되지 않아도 되며, 스스로를 많이 다독여주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솔루션이라는 것. 솔직히 들었을 때 엄청나게 센세이션한 방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내가 가장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어야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난 언제 스스로 괜찮다고 말을 했었지..?"

"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 기분이 그렇게 나빴지?"


특히나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커리어나 재테크 부분에 대한 능력치를 키우려고 환승이직에 미친 듯이 꽂혀있었던 것이나 돈을 더 잘 모으기 위해 매일 저녁 9시에 알람을 맞추며 가계부를 써왔던 것들이 나에게 있어서는 꽤나 큰 부담으로 자리 잡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늘 몰아붙였다. 해야하고, 해내야 한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되버린다고.


친구가 고민 상담을 할 때는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라는 둥 에세이에 나올 법한 따뜻한 말들을 쉽게 뱉었던 것 같은데 왜 나는 스스로에게 이토록 가혹했을까.


고작 50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상담 시간이었지만,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내 스스로 정답을 찾은 것만 같았다. 단 한 번의 상담으로 빠른 변화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내 스스로 조금씩 노력해보려 한다. 


"지금 잘하고 있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가 의미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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