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호 Jan 26. 2022

관심 인간

세상에는 관심이 고픈 사람들이 참 많다. 요즘 가장 핫한 직업인 정치인은 유권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연예인에게는 대중의 관심이 곧 몸값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이 주 업무인 인플루언서라는 직업도 등장한 지 오래다. 굳이 직업의 측면에서 보지 않아도,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는 것이나 웹툰을 보고 댓글을 남기는 것 또한 관심을 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적극성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관심을 끌고 싶어서 어떤 행동을 한다. 이들을 '관심 인간'이라 부르겠다.


관심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뉜다. 대부분은 관심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평범한 관심 인간들이다. 이들은 노력한 만큼 관심을 얻으나, 어떤 이유로든 활동이 중단되면 순식간에 관심을 잃는다. 반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타고난 관심 인간들도 소수 존재한다. 외모, 언변, 실력, 살아온 인생 등이 다른 이들에게 압도적인 감명을 주는 부류다. 이들은 타의에 의해 관심 인간이 되는 경우도 많으며, 한 번 궤도에 올라서면 굳이 활동하지 않아도 쉽게 관심을 잃지 않는다.


관심 인간의 성공과 실패는 어느 정도의 관심에 만족할 것인가로 갈린다. 대부분은 적은 관심만으로도 만족하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한 명의 구독자에도 감사하고, 하나의 컨텐츠를 만들 때도 열과 성을 다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구독자는 한 명 한 명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있다. 나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한한 컨텐츠는 없기에, 언젠가는 고갈된다. 짜내고 짜낸 컨텐츠는 이전만큼 호응이 좋지 않고,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여기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초심을 잃지 않는 관심 인간은, 만족스러운 컨텐츠가 나올 때까지 활동을 중단할 것이다. 노력했는데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정도로 만족하고 관심 인간의 삶을 종료할 수도 있다. 초심을 잃지 않은 관심 인간은 어쨌든 성공한 삶을 살게 된다. 잘 안 풀렸더라도 이 정도면 성공했다는 생각을 가진 채로 삶을 마무리할 수도 있고, 열심히 준비한 새 컨텐츠가 대박이 나서 성공할 수도 있다.


초심을 잃는다면, 관심 인간에서 관심 종자로 진화하게 된다. 관심 종자는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사람이다. 그 어떤 관심에도 만족하지 않으며, 계속 더 높은 관심을 탐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시도하게 된다. 갑자기 쌩얼을 공개할 수도 있고, 무언가를 엄청나게 자랑할 수도 있으며, 주변 사람들의 불행한 사정을 널리 퍼뜨릴 수도 있고, 거짓말로 컨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더 큰 자극을 위해 점점 더 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일정 수준 이상 관심을 얻게 되면, 관심이 돈이 되는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는 관심이 목적이 아닌 돈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자신의 삶 전체가 관심을 위한 컨텐츠가 되어 버린다. 이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번다 해도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역사 속 수많은 관심 종자들의 몰락 속에 답이 있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도 엄연히 관심 인간이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관심 인간이라는 이야기다. 글을 여러 편 써오면서 관심 종자가 될 뻔한 적이 꽤 있었으나, 그래도 선을 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런 관심 인간이 최근 몇 달간 글을 올리지 못했다. 이유는 목표한 관심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목표한 것이 책을 한 편 내는 것이었는데, 몇 달 전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고, 브런치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원고 작업을 한참 했다. 그리고 한 달쯤 뒤에는 드디어 책이 나올 예정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한 목표, 관심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실현하고 나니 창작 욕구가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절필을 한다는 것은 아니고,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편한 주제의 글을 편한 시간에 써보고자 한다. 글이 올라오지 않는 동안에도 이곳을 찾아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언젠가 올라올 글을 맞이해주시기를 간청드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