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지구를 지킨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면
제로웨이스트를 가장 먼저 실행한 곳은 욕실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욕실에 뭐가 되게 많았다. 선반이 위태로울 정도로 놓여진 플라스틱 통에 담긴 제품들을 보며 싹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솔직히, 그냥 뭐가 되게 많은게 어느날 부턴가 보기 싫었다. 단순하면서도 (늘 그렇듯) 극단적으로 시작하게 된 제로웨이스트 in 욕실이지만 지나고 보니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래와 같은 두가지 이유 때문에.
느낌과 기분이 동기부여가 되는 스타일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매일 조금씩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는 바이브를 흠뻑 느끼는 것이 중요했다.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은 주방에서도 많이 쓰긴 했는데, 회사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다 보니 주방보단 욕실 사용빈도가 월등히 높았다. 지구를 보호한다는 뿌듯함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도 있고.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바디스크럽,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 제품 값만해도 만만치 않다. 올리브영 한번 돌고 나오면 5만원이 훌쩍 넘는 건 보통일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면서 제품의 종류를 파격적으로 줄여버렸고 이제 샤워용품을 사러 올리브영에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씻기 위한 기본템은 저게 전부다. 수세미와 도브 뷰티바는 매일 쓰고, 면샤워타월과 린스바는 때에 따라 추가적으로 쓴다. 면 샤워타월은 각질 관리가 필요할 때 사용하고 린스바도 머릿결 정돈이 필요할때만 쓴다. 샴푸바, 린스바, 클렌징 비누를 따로 따로 사용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도브 뷰티바 하나로 해결한다. 6개월 째 뷰티바 하나로 씻고 있는데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다. (도브 뷰티바 후기는 나중에 천천히..)
대나무 칫솔
사용하던 플라스틱 칫솔의 수명이 다한 뒤, 대나무 칫솔로 대체했다. 사용감은 일반 칫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맨 처음 칫솔 개시할 때 칫솔모 한두개가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 빼고는 불편함은 없었다. 요즘은 대나무 칫솔 소비가 늘면서 다양한 업체에서 물건이 나오는데, 그만큼 브랜드를 잘 알아보고 살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스테인리스 집게와 화장솜
원래는 토너 일회용 코튼 퍼프 대신 쓰려고 구입한 대나무 섬유 화장솜. 면이 생각보다 부들부들해서 샤워할 때 얼굴 닦는 용도로도 쓰고 있다. 얼굴에 각질이 자주 일어나서 항상 페이스 스크럽제를 따로 썼었는데, 화장솜 쓰고 난 후 각질 걱정 끝. 화장솜은 스테인리스 집게 사서 수건걸이에 함께 걸어둔다.
스테인리스 혀 클리너
플라스틱 제품을 쓰다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교체했다. 칫솔과 마찬가지로 사용감은 거의 비슷하다. 플라스틱 제품을 썼을 때는 때때로 곰팡이가 생겨서 자주 교체했는데 스테인리스라 편하게 세척해 사용하고 있다.
도루코 안전면도기
면도기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바꿨다. 면도기 머리부분을 열고 닫아 면도칼을 교체하는 식이다. 일반 면도기에 비해서 사용하기 불편하긴 하다. 많이 베이기도 했다. 사용한지 6개월 됐는데, 아직도 천천히 조심해야한다. 일반 면도기와 비교했을 때 시간은 2배 걸리는듯.
비누망
세면대나 선반 등을 닦는 용도로 삼베비누망을 사용한다. 비누를 담을 용도로 구입했었는데, 직물이 너무 두꺼워서 비누 거품도 팍팍 안나고 무엇보다 잘 안마른다. 대신 세면대 청소엔 딱이라 용도를 달리해 잘 사용하고 있다.
아직 대체품을 찾지 못해서 포기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리스테린과 여성청결제 경우 안쓰면 그만이기도 한데 이미 있는 삶에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끊을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치약과 치실은 대체품(고체치약, 대나무 치실)이 있긴 하지만 편의를 생각하면 역시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 치실은 그나마 손잡이 부분이 생분해 되는 제품으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화장도 점차 줄이고 있다. 뷰티바로도 충분히 세안할 수 있어서 쓰던 클렌징 오일까지만 쓰고 더이상 클렌징 오일은 사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