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거라면, 현재 남몰래해서 성공했거나 혹은 실패해서 적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무조건 성공한 이야기를 적진 않을 것이다. 그러면 너무 잘한 것만 보이게 되니깐.
<<남몰래하기 - 토익편>>
나는 원래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말하기를 좋아한다.
“저 이번에 필라테스 등록했어요~”
“저 이번엔 줌바 등록했어요~“
“이번달부터 진짜 다이어트한다.”
“2024년 제3차 다이어트 진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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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원래 그냥 이런저런 걸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히나 다이어트 같은 것도 사실 많은 글에서는 여러 사람들한테 다이어트를 한다고 공표를 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좋다는 것은, 내가 혹시나 과한 식사를 하였을 때 주위에서 도움(?) 흔히 제재가 가능하기가 가장 주된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이렇게 널리 알리는 순간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번달에 독서 2권이 목표임ㅇㅇ”, 아니면 “한 달에 2키로 정도 감량해보자.” 또는. “이번엔 ㅇㅇ시험 준비중이야.” 등등 이런걸 말하는 순간
절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이상한 법칙.
그래서 2024년이 다 끝나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리스트들을 쫙 작성한 적이 있는데
내가 하고 있는 블로그. 엄청 많은 이웃이 있다거나 흔히 얘기하는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그냥 나의 일상 공유 차원으로 친구, 직장동료들이 대부분 이웃으로 된 블로그다. 사실 대부분의 글들은 공개처리가 되어 있지만, 하고 싶은 리스트를 적어 놓은 카테고리는 무려 비공개다. 이때부터 뭔가 남몰래 하고 싶었던 거 같다. 저 글 적고 나서 제일 먼저 할 수 있었던 것은 7번과 8번이었다. 토익과 토익스피킹 응시하기.
나는 현재 7년차 직장인이다. 2018년에 입사하여 한 회사에 벌써 만 6년, 7년차가 되어간다. 그 동안 사실 이 회사를 떠나기 위해 사부작사부작 토익과 토익스피킹을 해 왔지만, 사람이 참 간사하고 게으른게 회사일에 치이거나, 그냥 이 생활에 적응이 되었던 건지 어느순간 손을 놓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신 차린게 어디인가.
그래서 사부작사부작 시작했다. 토익응시하기.
일단 서점으로 가서 책을 사보았다. 책값만 4만원. 이 책값의 뽕을 뽑는 방법은 내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것 뿐. 토익시험은 d-14일. 이정도면 뭐 괜찮은 것 같다. 매일매일 1회차 풀고 풀이하면 되겠지라는 나의 머릿속 생각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어이 d-2가 되어갔다.
금요일밤에 쇼파에서 누워서 생각해보았다. 이거 어쩌면 토요일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그냥 막연한 생각. 그래서 금요일밤에 부지런히 짐을 챙기고,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 새벽 6시반에 눈을 뜨고 바로 가방을 메고 차타고 도서관 출근. 7시.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갔겠지?라는 씁쓸한 생각을 가지고 열람실로 입실했다.
정말 오랜만에 장시간 앉아서 그런지 허리가 뻐근해져왔다. 그리고 lc, rc 한회차를 풀때마다 진짜 안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1회차씩 풀때마다 15~20개씩 틀리는데 이거 실전가면 더 틀릴게 뻔했고, 이정도면 700중반, 잘하면 700후반이 나올거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렇다고 포기는 할 수 없었다. 시험비가 무려 6만원에 달했기 때문에. 틀리더라도 꾸준히 오답을 하면서 풀었다.
그 와중에 배는 또 고파서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라면도 먹었다.
역시 도서관 라면이 최고다
후루룩 라면을 먹고 또 다시 열람실로 올라가 계속해서 토익lc rc를 번걸아 가면서 풀고 오답하기를 반복했다.
lc, rc 5회차씩 풀어보니 시간이 벌써 오후 6시였다. 더이상 한계였다. 일단 집가서 쉬고 다시 생각해봐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집에서 일단 생각정리를 하고, 시험준비시간 동안 어떤 걸 가져가야 할지 부터 정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내 운명에 맡겨야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한 게 너무 없어서 민망하지만 그래도 모든 걸 내 운명에 맡겨보자!
그리고 시험당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택시에서 좀 편하게 공부하면서 갈려고 했는데 내가 택시 아저씨의 심기를 건드렸나보다. 아저씨의 불평섞인 소리에 그냥 “네~” 라고 대답을 해버리고 공부에 집중을 하려고 했지만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나는 공부를 해야하는 걸.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날.
서른이 넘겨 또 다시 시험이라니. 인생에 시험은 취업준비 시험 말고는 없을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해서 시험임을 잊지말자.
역시나 늦게 접수를 해서 그런지 거의 끝 고사실이었다. 무려 4층. 다행히 자리는 앞자리여서 다행이었다. 스피커가 앞쪽에 있기 때문에 나는 토익시험칠 때 앞자리를 선호한다. 차분히 마인드컨트롤하면서 나는 엘씨를 공부했다. 계속 귀에 토익, 영어가 익숙해지도록 들었다. 직청직해가 가능할 정도로 무한반복.
9시 50분이 되자. 소지품검사, 휴대폰 제출, 답안지 작성으로 시작하여 시험이 시작이 되었고, 12시 5분이 되어야 시험이 끝났다.
시험 후기는 한마디로 진짜 망했는데? 잘하면 700후반이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 날은 마음껏 쉬고 놀았다.
2주 뒤 시험발표일날, 잘나오면 700후반이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성적확인을 했을 때
예상한 것 보다 잘 나온 점수로 당황은 했지만 기분은 엄청좋았다..!!!!!
내가 이 점수를 받게 될 수 있었떤 걸 생각해 보면,
다년간 공부해온 게 도움이 되었던건지, 아니면 공부한 게 효과가 컸던 건지, 아니면 아무한테도 토익시험은 친다는 사실을 말안해서 그런건가…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나는 그냥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아서 이루어 진 것.” 이라고 그냥 마냥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