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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리안 토드 Oct 17. 2021

호텔을 경영하고 싶어서

학과명에 반해 호텔리어를 결심하다

호텔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2001년 방영된 드라마 호텔리어를 기억하시는가? 호텔리어의 일과 사랑, 호텔 경영권 경쟁을 다룬 드라마로, 시청률이 30%에 달했다. 호텔리어가 방영된 해 호텔경영학과의 입시 경쟁률이 치솟았다는 얘기가 있다. 그야말로 호텔리어 붐이었다. 많은 입시생들이 드라마 속 멋진 호텔리어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호텔리어를 꿈꾸게 된 시기였다.

ⓒMBC 홈페이지

내가 호텔경영학과를 가기로 결심하고 준비했을 때는 드라마 방영 전이었다. 나는 드라마 영향이 아닌, '호텔경영'이라는 학과명에 반해 지원했다. 호텔을 경영한다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매력적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호텔'하면 왠지 돈 있고 성공한 사람들만 드나드는 곳이라 생각했고, 그 고급스러운 집합체를 전문인으로서 경영할 수 있다는 자체가 멋있어 보였다. 일반 직장보다 활동적으로 일하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니 더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였다.


입학 후에 방영한 드라마 호텔리어는, 내게 호텔리어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더욱 심어주었다. 그리고 반드시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이렇게 보면 드라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호텔경영학, 일어일문학

그토록 바라던 호텔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 S 대는 K대와 더불어 국내 호텔경영학과의 양대 산맥으로 불릴 정도로, 커리큘럼이 잘 짜인 것으로 유명했다. 호텔경영학에서 배우는 건 흥미로웠고, 적성에도 맞았다. 3학년 2학기, 미국 존슨 앤 웨일스 대학교(Johnson & Wales University)에 호스피탈리티 경영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호텔경영 전공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Photo by Green Chameleon on Unsplash


문제는 복수전공을 한 일본어였다. 호텔에서 일하려면 제2외국어 하나는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교양필수로 나름 재밌게 들었던 일본어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다지 소질이 없었는지 일본어 학점은 B0~B-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4학년 때는 거의 일본어로만 학점을 채웠는데 이 기간 호텔 인턴이 되면서 공부는 더 힘들어졌다.




월 100만 원, 호텔리어의 기회를 잡다

4학년 1학기, 정부 지원 실습제도를 발견했다. 호텔에서 기간제로 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임금은 월 100만 원. 대학생인 나에게 100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3개월을 일하면 한 학기 등록금을 갚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의욕에 넘치던 나이, '시켜만 주시면 잘해보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기회를 잡았다. 이력서도 없이 지원한 것이 덜컥 합격이 되어 내 인생 첫 번째 호텔경력이 되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


장충동에 위치한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당시 소피텔 앰배서더) 한식당 '카페드 셰프'에서 서버로 일을 시작했다. 식음료 부서에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당시 한식당만 인턴 자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3주 정도 지났을까.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을 좋게 봐준 Chief 컨시어지가 프런트 오피스 컨시어지에 자리가 났다며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감사하게도 한 달이 채 안되어 계약직 컨시어지로 정식 입사하게 됐다.




주 7일 고난의 시작, 학교와 직장의 병행

문제가 있었다. 나는 학생이자 직장인이었지만, 학교에 취업계를 낼 수 없었다. 일어일문학 전공 점수가 안 좋아서 교수님이 취업계를 내주실만큼 나를 신뢰하지 않으실 것 같았다. 솔직한 마음은 일본어를 잘 못하는데도 취업했다는 이유로 일본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주 7일 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18학점을 들었는데(90%가 일본어, 교환학생으로 인해 졸업을 위한 복수전공 학점이 부족했다), 이틀을 꽉 채워 수업을 듣고 나머지 5일은 호텔로 향했다. 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야간 근무도 서야 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바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거나, 수업을 듣고 야간 근무를 하러 가기도 했다. 이렇게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생활을 4-5개월 반복하며 잠이 부족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Photo by Karen Lau on Unsplash


한편 학교에서 배운 일본어를 호텔에서 바로 적용하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일본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래서였을까. 하루는 일본어 전공 교수님이 일본어 관련 취업 자리를 소개해 주시겠다며 부르셨다.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다고 했더니, '자네는 왜 취업계를 안 냈나?'라고 하셨다. 취업계를 받아주실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하하.


고되고 피곤했지만 졸업 후에는 일하는 것이 아주 수월했다. 주 5일에 야간근무를 하더라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5개월 정도 반복된 주 7일의 생활로 단련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프런트 데스크를 거쳐, 호텔 영업부서로 이동 후 현재까지 영업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최종 목표, 호텔 경영하기

Photo by Javier Allegue Barros on Unsplash


처음 호텔리어가 되기로 결심한 건 '호텔을 경영한다'는 호텔경영학과의 직관적인 이름 때문이었다. 호텔을 경영하는 사람은 총지배인만을 의미하는 줄 알고 '최연소 호텔 총지배인이 되어야지'라는 포부로 호텔리어에 첫 발을 내디뎠다. 현재도 총지배인을 향해 준비하고 경험을 쌓고 있는 건 다르지 않다. 다만 나의 최종 목표가 총지배인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직급이 올라가고, 많은 시간을 호텔 본사(지역 본부)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호텔 산업에는 호텔 경영을 위한 다양한 직군이 있음을 알게 됐다. 신규 호텔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호텔개발팀, 개별 호텔을 지원하는 지역 본부 등 호텔 경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직군이 있다. 앞으로 20년 정도 더 현업에서 일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하나의 '호텔'로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더 많은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 브런치에도 계속해서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Photo by Clovis Wood Photograp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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