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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리안 토드 Jul 09. 2022

호텔의 주인은 누구인가?

 오너사와 운영사와의 관계

현재 글로벌 호텔 체인 그룹사 중에서 가장 많은 호텔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자그마치 8,000개가 넘은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8,000여개의 호텔을 모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No"이다.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특히 영업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고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나 부탁 중 하나가 있었다. "한국에 메리어트 호텔에 숙박 좀 하려고 하는데 좀 싸게 해 줄 수 있을까? 같은 계열사니까"

물론, 같은 계열사가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별 호텔들은 그 호텔을 소유한 오너사가 다르고, 특히 다른 나라의 계열사 호텔에 지인을 위해서 호텔 브랜드 사이트나 OTA(Online Travel Agency)에 제시된 가격보다 저렴하게 예약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물론,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경우 Friends Rate라는 금액이 있지만, 꼭 일반 가격보다 저렴한 것도 아니므로)






호텔 오너사와 운영사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메리어트 계열사 호텔이라고 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오너사로 되어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서울(반리엇이라고들 하는)의 오너사와 JW 메리어트 동대문의 오너사는 같을까? 당연히 같지 않다. JW 메리어트 서울의 오너사는 예상대로 신세계 그룹사이고 JW 메리어트 동대문의 오너사는 동승그룹(동대문을 기반으로 성장한 오너사)이다. 신세계 그룹사(조선 호텔앤리조트)의 경우 JW 메리어트 서울 말고도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부산,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 서울역,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 서울 명동, 조선 팰리스 서울 럭셔리 컬렉션 호텔,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등 총 7개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텔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즉 한 호텔을 소유한 오너사와 그 호텔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운영사는 다르다.


그렇다면 오너사는 하나의 글로벌 호텔 체인 그룹사와만 위탁경영 계약을 진행해야 하나?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근무하는 JW 메리어트 푸꾸옥의 오너사는 베트남 빈그룹과 양대산맥으로 유명한 선그룹(Sun Group) 사이다. 선그룹은 메리어트, 아코르, 뉴월드 호텔앤리조트, 카펠라, 인터컨티넨탈, 요코온센(일본의 온천 호텔 그룹사), 힐튼 등 10여 개의 글로벌 호텔 체인 그룹사와 위탁경영을 맺고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호텔 운영 방식


위에서 언급한 호텔 운영방식들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호텔 운영방식은 직접 경영 / 위탁 경영(Management Contract) / 프랜차이즈 경영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 경영

직접 경영은 말 그대로 오너사와 호텔 운영사가 동일한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한국 호텔 체인 브랜드를 생각해 보면 된다. 롯데 호텔이나 신라 호텔의 경우 오너사와 호텔을 운영하는 주체가 같다. 물론, 호텔신라, 호텔롯데 모두 자체 브랜드의 종류를 늘려가면서, 위탁경영이나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오너사가 아닌, 호텔 운영사로서도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위탁 경영

글로벌 호텔 체인 그룹사는 대부분 위탁 경영 방식으로 오너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호텔 운영을 전담한다. 글로벌 호텔 체인 그룹사의 입장에서 위탁 경영의 장점이라고 하면, 호텔에 직접 투자하지 않으므로 대규모의 초기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전 세계의 자사 호텔 브랜드를 확장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위탁경영계약에는 매니지먼트 피(Management fee)와 초과 수익분에 대한 인센티브가 정해져 있으므로 오너사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사와 지역 본부에서 개별 호텔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경영

프랜차이즈 경영은 호텔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므로, 호텔의 운영 전반을 위탁하지는 않는다. 위탁경영과 비슷한 방식 같지만, 보다 제한된 형식의 계약으로 보는 게 맞다. 계약 방식과 각 글로벌 호텔 체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글로벌 호텔 체인이 비용을 받고 호텔 브랜드와 예약망 등을 사용하도록 허락할 뿐, 해당 호텔의 운영에 따른 매출과 수익에 대해서는 따로 관여하거나 책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경우는 목시(Moxy)와 페어필드(Fairfield)가 전략적으로 프랜차이즈 경영 계약을 권장하는 브랜드이다. 프랜차이즈 경영의 호텔 브랜드는 위탁경영을 하는 브랜드보다 좀 더 유연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일관성 부족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를 가지고, 오너사의 경영과 입김이 더 많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





결론

호텔 오너사와 운영사와의 관계, 계약 방식 등은 매우 다양하며 같은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계약을 맺은 오너사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위에 언급한 이야기가 모든 상황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글로벌 호텔 체인의 경우 동일한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나라와 도시에 따라서 모두 다른 오너사가 있을 수 있고, 하나의 오너사도 여러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다.


필자가 베이징에서 근무할 때, 호텔의 오너사가 코로나 발생 직후 위탁경영을 돌연 해지했다. 당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사에 위약금과 호텔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퇴직금과 위로금 등 본인들의 경제적 손실을 모두 감수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계약 해지 이후 몇 개월 뒤에 오너사의 자체 브랜드 호텔로 리브랜딩(호텔 건물은 유지하되 브랜드만 바꾸는 것)을 하게 되고, 현재까지 활발히 영업 중이다. 추측컨대, 장기적으로 위탁 경영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만들 수 있는 수익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물론, 글로벌 호텔 체인의 노하우와 지원을 포기해야 하지만 말이다). 경영방식에는 정답이 없으니 무엇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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