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등급과 브랜드 티어
호텔에서 일하면서 주위 지인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호텔 등급에 관한 이야기다. "넌 몇 성급 호텔에서 일해?" "6성급 호텔은 가본 적 있어?" "신라 호텔은 몇 성급이야?" 등등.. 호텔 등급에 관한 궁금증이 생각보다 많다. 언뜻 듣기로 두바이에는 6성급, 아니 7성급 호텔이 있다는데, 그럼 우리나라에도 6성급 이상의 호텔이 있을까?
애초에 호텔을 성급으로 나누는 게 호텔을 구분하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호텔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5성급 호텔
최상급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에게 최고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호텔 로비는 품격이 있고, 객실에는 품위 있는 가구와 뛰어난 품질의 침구와 편의용품이 완비되어야 함. 비즈니스 센터, 고급 메뉴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이상(직영・임대 포함)의 레스토랑과 대형 연회장, 국제회의장을 갖추고, 24시간 룸서비스가 가능하며, 피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호텔.
한국관광협회 중앙회에서 호텔 등급결정을 할 때 5성급 호텔의 자격 사항을 기술해 놓은 것이다. 3개의 레스토랑, 대형 연회장, 24시간 룸서비스 가능, 부대시설을 갖춘 호텔을 기준으로 호텔의 등급을 결정한다. 물론, 품격 있는 로비와 객실의 퀄리티도 자격심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현재(2022년 7월 7일) 기준으로 서울 관광 협회 중앙회에서 5성급으로 분류하는 호텔은 한국에 총 56개이다. 너무 많아서 놀라셨을 수도 있지만, 근래 오픈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웨스틴 조선 부산, 안다즈 서울 강남 등 모두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근래 오픈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등도 최근 등급 심사를 통해 의심의 여지없이 5성급으로 결정되었다. 앞으로도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에 6성급 아니 7성급 호텔은 어디 있을까? 정답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시는 것처럼 "없다"이다. 6, 7성급을 구분하는 기준이 우리나라에는 없다. 그렇다면 유럽, 미국, 기타 나라에는 있을까? 물론 없다. 두바이에 위치한 두바이 버즈 알 아랍 주메이라는 호텔은 7성급 호텔로 오픈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다. 하루에 150만 원을 넘는 객실을 시작으로 로열 스위트룸은 하룻밤에 1000만 원 가까이한다(사실 한국에 있는 5성급 호텔의 Presidential Suite의 가격도 1박에 1000만 원은 하니까.. 그리 놀랄만한 것도 아니다.).
6, 7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5성급보다 좋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호텔이 마음대로 6, 7성급을 만들어내는 거다.
성급으로 호텔 브랜드를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브랜드 티어에 따라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JW 메리어트의 경우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 있는 30개의 브랜드 중에서 럭셔리 티어에 속한다. 럭셔리 티어에는 JW 메리어트 말고도 리츠칼튼, S.T Regis(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W 호텔, 에디션(Edition), 럭셔리 컬렉션, 불가리 호텔 앤 리조트가 있다. 럭셔리 티어에 있는 호텔들은 모두 5성급이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되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럭셔리 티어 이외에, 프리미엄 브랜드 / 셀렉트 브랜드/ 롱거 스테이 티어로 나머지 브랜드를 구분한다. 프리미엄의 경우 쉐라톤, 웨스틴, 르네상스 호텔 브랜드가 있다. 셀렉트 브랜드로는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얼로프트, 목시 등이 있다. 브랜드 티어의 이름을 듣고 대략적으로 이해하실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풀서비스 호텔로써 럭셔리 티어에는 속하지 않지만, 각자의 브랜드에 맞는 특별함과 식음료 업장 및 기타 연회장 등 호텔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부대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대부분은 한국 성급 기준으로 5성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셀렉트 브랜드는 어떨까?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들로써 풀서비스 호텔이 아닌 경우가 많고, 제한된 식음료 업장이나, 연회장이 없거나 규모가 크지 않다. 클럽 라운지를 보유하지 않은 호텔들도 많다. 재밌게도, 한국에서는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가 셀렉트 브랜드라기보다 프리미엄에 더 가깝게 포지셔닝되어있는 것 같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코트야드는 비즈니스 호텔의 이미지로, 클럽 라운지가 없고, 연회장도 아주 작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타 호텔 그룹은 어떨까? 하얏트, 힐튼, 아코르, 인터컨티넨탈 그룹 모두 브랜드 티어를 명명하는 건 다르나, 비슷한 포맷으로 브랜드를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힐튼 호텔 그룹의 경우는 월도프 아스토리아와 콘래드가 럭셔리 티어에 들어간다. 하얏트 호텔엔 리조트 그룹사의 경우 파크 하얏트와 그랜드 하얏트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호텔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대부분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되어있을 것이다.
브랜드 티어로 브랜드 등급을 나누면,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과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한 구분이 용이해지고, 호텔 그룹사 입장에서도 고객군을 명확히 구분하여 호텔의 포지셔닝과 마케팅 측면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호텔을 좋아하고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호텔 그룹사의 이러한 브랜드 티어 구분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시면 브랜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론을 말하자면 몇 성급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상황에 맞는 호텔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건 정답이 나와있다. 가장 좋아하는 호텔 브랜드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JW 메리어트이다(그러니 근무하고 있겠지?). 하지만, JW 메리어트 말고도 좋아하는 브랜드는 꽤 많다. 웨스틴, 콘래드, 포시즌스, 카펠라 등 럭셔리 티어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다양한 편이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공식 홈페이지)
또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도 좋아한다. 북경에서 일했던 브랜드라서 그럴 수도 있고, 셀렉트 브랜드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충성 고객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결국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다는 것은 브랜드 포지셔닝이 잘 되어있다는 것이고,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판매와 마케팅 등이 재밌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오페레이션 부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난 5성급 호텔에서만 일해야지” 와 같은 생각이 잘못됐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조금 생각을 다르게 해서 럭셔리 티어부터 셀렉트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본인에게 맞는 티어의 브랜드를 찾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건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호텔리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소비자의 관점으로 봤을 때도 성급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브랜딩이 잘 되어 있는 호텔을 찾고,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브랜드를 찾아간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