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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pc민코치 Apr 20. 2020

코치가 되기로 결심하다

미국으로 가기 위한 준비들

 CHPC 교육을 신청하고 나서도 사실 많은 시간 고민이 이어졌다. 내가 과연 이것을 배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저 내 삶이라도 나아지면 다행이지 않을까. 그런데 내 삶이 얼마나 나아질지도 모르는데 이런 큰 비용을 들여서 배우는 게 맞는 걸까. 그야말로 자다 말고 이불 킥을 하면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단 코치로 인증을 받아도 최소 2년에 한 번씩은 미국에 와서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물론 초기 인증 비용은 한 번만 내는 것이지만, 일단 캘리포니아에 오려면 아무리 조금 잡아도 경비와 숙박비만 해도 250~300만 원씩은 들어갈 일인데, 내가 2년마다 과연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 다시 오려고 할지도 자신이 없었다. 거기에 조건은 또 있었다. 매년 코치로서의 자격 유지 비용을 $500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게 돈이 얼마만큼인지 생각만 하면 놀래서 가슴이 뛰었다. 간단히 계산하면 코치 인증을 받은 이후에도 매년 들어가는 돈이 대충 200만 원씩을 꼬박꼬박 들어가는 셈이었다. 이 교육을 듣고 코치가 되어서 활동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허공에 날리는 돈이 되는 것일 텐데.      

 그렇게 갈등이 심하던 중, 브랜든의 강연을 듣다가 너무나도 와 닿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브랜든이 실제 자기 코칭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이었다. 코칭을 하다 보면, 특히 워낙 부자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고객이 긴급하게 브랜든을 부르기 위해서 전세기를 보내는 일이 있다고 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전화로 이루어지는데, 정말 급하면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코치를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전세기를 보내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 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코칭을 하러 간다는 그 현실이 정말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은 금세 없어졌다. 내 시각은 그 상황의 브랜든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태우기 위해서 자기 비행기를 보내주고, 급하게 짐을 챙겨서 그 비행기를 타고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하는 입장은 어떤 것일까? 그 비행기 안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얼마나 큰 부담으로 느껴질까? 과연 나라면 도착 후에 듣게 되는 이야기들에 어떻게 순간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부담감이 밀려왔다. 큰돈을 받고 코치를 하는 것이 절대 부러운 일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브랜든의 1:1 코칭을 받는 사람들은 최소 3억 원 정도의 코칭 비를 낸다. 그리고 저렇게 전세기를 보내는 사람 레벨이면 아마도 일 년에 5-6억을 내는 고객들일 것이었다. 그 비용이 주는 부담감은 과연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 걸까.     

 일단 고객과 통화를 해서 내가 가는 길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와 현재 상황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고객의 의견, 나에게서 듣고 싶은 조언이 어떤 분야에 대한 것인지를 또한 물어봐야겠지. 생각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이런 압박감을 느껴야 하는 것이 코치들의 일이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의 답이 궁금했다. 그런데 한 가지 전제를 더 달았다. 그렇게 비행기를 보내서 자기를 부르는 사람들은 왜 부르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그때까지 나도 생각을 더 정리할 테니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면 나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브랜든이 그때부터 전해준 이야기는 완전히 나를 매료시켰다. 마치 그런 경우가 자기는 가장 즐거운 상황인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갔다. 심각한 고민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조금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 상황은 사실 간단해요. 제가 비행기에 내려서 짐을 끌고 그 사람의 사무실이나 미팅 장소로 이동하면, 물론 그 사람이 미리 차를 보내주니까 그거 타고 이동하죠. 그러고 나서 그분을 만나러 문을 열고 들어가잖아요? 그러면 저는 그분의 말은 아무것도 듣지 않고 바로 제 이야기를 시작해요”     

 대체 이건 무슨 소리일까? 고객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마치 내 머릿속을 읽은 것처럼 브랜든이 말이 이어졌다.     

 “물론 거기 도착하면 고객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내려고 해요. 그러면 잠시 실랑이가 이어지죠. 저는 내 이야기부터 들으라고 하고, 고객은 자기 이야기를 당연히 먼저 들으라고 하죠. 그러면 저는 가방도 열지 않고 계속 강조해서 이야기해요. 일단 내 말부터 들으라고요. 나는 당신의 문제가 뭔지 이미 다 알고 왔으니 내 말을 먼저 들으라고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듣지도 않고 문제가 뭔지 알고 왔다고 말을 한다고? 몇 억씩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정말 어이가 없었다. 특히나 정보를 수집해서 문제를 파악하는 엔지니어의 성향을 지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가 차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뒷이야기는 그런 나까지도 납득을 시켰다.     

 “지금 나를 여기까지 부른 이유는 물론 지금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실 겁니다. 그게 일의 측면이든 개인적인 측면이든 그 이유는 분명히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는 지금 세상에 던지는 이야기가 명확하지(Articulate) 않은 겁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또 다른 이유는 지속성(consistency)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둘 다 부족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어떤가요? 지금 저에게 하시려는 이야기가 이 두 가지에서 벗어나 있나요?

 일이나 아니면 고민이 되는 대상에게 본인이 어떤 것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신가요? 그 두 가지를 모두 다 제대로 하고 있는데 다른 문제가 있다면 거기서 이야기를 시작하시죠.

 만약 제 말대로 그 두 가지와 연계된 문제라면, 우리의 대화는 이제부터는 어떻게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두고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고 지속적으로 당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닿도록 하는 것이겠죠. 그럼 시작해 보실까요?”     

 놀랐다. 수많은 코칭에서 얻어온 통찰이랄까. 정말 어느 상황에 대입해도 맞을만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 와 닿았다. 분명히 이러한 상황에 닥친 사람들은 모두 저 질문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자연스럽게 내 삶에 그 두 가지 질문을 입혀보았다. 과연 나는 무엇이 문제인 걸까.      

 나는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걸까. 내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어떤 것이고 세상에 더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인 걸까.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의미 있는 것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간의 많은 질문들에 숨통이 틔였다. 삶에 대한 고민이 있어도 이어지는 질문을 만들어가지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그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 명확성과 지속성. 그렇게 처음으로 코칭이라는 것의 가치를 알았다. 그 몇 마디, 물론 브랜든도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연구해왔겠지만, 그 몇 글자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에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코칭이었다. 그저 나 혼자서 막막히 생각을 이어가는 것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그 고민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다른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었다.     

 그 날 이후로는 코치가 된다는 것을 취소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가서 배워오게 되는 것들이 내 삶에 적용해서 나를 바꾸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코치가 되는 것에 대한 명확성을 파악했다. 그리도 내 인생이 바뀌는지 아닌지는 그 배움을 내 삶에 꾸준히 지속적으로 적용해보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브랜든을 만나러 미국에 가는 날이 하루 이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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