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친상.
봄이 간다는 것을 알아채린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까요.
아니면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그 이야기가 저를 뒤흔든 걸까요.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한가지 소식이 더해졌어요.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갈 수가 없네요.
마음이 온통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내일이 친구 아버님의 발인이고
오늘은 미팅이 있어서 갈 수가 없어요.
창원에 가야하는 상황이라 도무지 방법이 없네요.
밤이라도 새서 내려가고 싶지만 내일 아침에도 일이 있네요.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해외에 근무할때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와보지 못할까봐 싫어했는데.
그리고 요즈음은 1인 기업처럼 지내는 것이 멋지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도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 있네요
그냥 회사원이었다면 그저 휙하니 갈 수 있을텐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 너무 답답합니다.
찾아가지 못하는 미안함에 그 시간이라도 의미있게 쓰려면
무언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마음이 마구 흔들리네요.
지금 일을 하겠다고.
뭔가 더 의미있는 일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고
마음이 저에게 묻네요.
그래도 그냥 시간을 보내면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할거 같아서
차분한 음악이라도 틀어놓고
다시 마음을 잡아보려 했습니다.
우연히 다가온 노래가
when we were young...이네요.
When We Were Young아티스트Adele발매일2016.02.05.
동한아.
노래가 들어오는 순간..
어느덧 15년이 다 된 그 시절로
내 마음이, 생각이, 감정들이
돌아가고 있어.
그 시절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았지.
시험기간이면
도서관에서 거의 밤을 새가면서 공부하고
너희 집에 가서 쪽잠을 자고
다시 새벽에 나와서 도서관에 자리를 잡았어.
PC방에서 카트라이더를 하면서
게임비 내기를 하고는
진게 억울해서 간식내기 또하자고
말싸움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생각을 나누었지.
치킨 반마리와 맥주 두 잔.
우리는 딱 그만큼의 술과 안주로
밤을 꼴딱 새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어.
종교를, 세상을, 가치관을,
술잔과 함께 기울였었어.
그리고 내가 이야기했지
"너 어디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마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거야.
그런 말 할라믄 나한테나 해"
맞아.
너는 정말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거야.
너처럼 맑고 차분한 영혼을
난 그 이후로 단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너는 언제나.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중 하나인데.
지금. 15년이 지난 지금.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도
나는 네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구나.
미안하다. 정말.
자꾸만 예전 그 시기가 떠올라.
그야말로 내 삶에서 영화같은 시절이었어.
하나의 노래같은 시절이었기도 했어.
그 시절을 함께 해줬음에 고맙다.
그리고 또 한번.
이렇게 힘든 시기에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아버지.
오늘 정말 친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사실 편찮으신지는 오래되셨어요.
12년전에 그 친구 결혼할 때도 아버지가 몸이 안좋으셔서
걱정했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 친구 결혼식 생각이 나요.
집안 사정이 딱히 좋지 못하다보니
교회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했고
직접 밥을 짓고, 수육을 삶아서
교회 지하에서 피로연도 했지요.
제 평생 식판에 받아든 밥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거 같아요.
그리고 그때도 계속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 시절 저는
우리 아버지는 아직 한참 건강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살고 있었네요.
아버지.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약해지시고 있을텐데.
저는 언제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왜 아직도 아버지는
그저 제 뒤에 크게 서있으신 분으로
느끼고 있을까요.
이렇게 친한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말이지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안하고 있다가
어느날 아버지가
다른 세상으로 가시면
저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요.
이제 아버지가 떠나실 때를
대비하는 마음을 조금씩 가져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그건 너무 어렵네요.
떠올리려고만 해도 눈물이 왈칵나서
더 떠올려지지가 않아요.
아버지..
저 자꾸 어린 시절이 생각나요.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에 갔다가
끝나고 나서 콩나물 해장국 먹던 생각
아버지하고 씨름한다고 매달려 있던 생각
탁구 친다고 쫓아다니던 생각
바둑 두다가 물러달라고 떼쓰던 생각
모든 시절이 참 좋았어요.
정말 모두 영화같고, 노래같은 시절이었던거 같아요.
노래 한 편이 정말
사람 마음을 완전히 헤집어 놓네요.
아버지
친구가 아버지를 잃은 이 순간에
이렇게 이기적인 소리를 하면 안되겠지만.
앞으로도 오래
제 곁에 있어주세요.
정말 이기적이지만 그게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소중한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비록 그 다짐이 또 얼마 못가
무디어진 삶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적어도 오늘 하루만은
그런 마음 가득하게 보내야겠어요.
그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