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신입사원’ 이었다.
좌충우돌 부딪히고 깨지고 욕먹으며 일 배우는 사회 초년생이던 그 시절,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말하는 ‘직원’답게 제 몫을 하기까지는 어느 조직에서 누구와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에이미 에드먼슨은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에서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용어로 이를 설명했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상호 신뢰와 존중이 가능한 조직 문화의 핵심 동인으로, 동료들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줘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실수를 하거나 질문을 할 때, 소수 의견을 냈을 때도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이 없는 조직에서는 현상을 유지하는 데 머물거나, 리더의 과거 경험에 의한 편향된 의사결정을 하거나, 다양한 의견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하기가 어렵다.
- 두려움 없는 조직, 에이미 에드먼슨
기존 회사와 팀을 떠난 지 두 달여, 미나는 그 사이 가끔 이전 팀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팀장님~ 잘 지내세요? 요즘 어찌 지내셔요?”
육아휴직을 갔다가 얼마 전 복직한 팀원 김자영 대리였다.
“나야 잘 지내지~~ 다들 잘 지내?”
“저 좀 만나주세요~ 너무 보고싶어요 팀장님, 팀장님 없으니까 미주알고주알 떠들 곳도 없고 답답해 죽겠어요~”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게 된 x-팀원들과의 점심식사에서 미나는 변해버린 막내에 대한 두 대리들의 불평불만을 한참동안이나 들어야 했다.
“원정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미칠 지경이예요! 어휴~”
자리에 앉자마자 안부를 묻기도 전에 자영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원정은 미나가 채용했던 신입사원, 막내 팀원이었다. 비록 미나가 이직을 하게 되면서 6개월여밖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미나와 함께 일하면서 본인이 열심히 배우려는 의지를 보인 친구였다. 미나는 의아했다.
“원정이 왜?? 뭐 빠르고 싹싹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배워나갈 토양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팀장님. 원정이는 일을 진~~~짜 못해요. 그리고 태도도 정말 어이 없다니까요? 뭔 번역을하나 맡겼는데 이틀 내내 그것만 붙잡고 있지를 않나, 자기가 휴가가는데 왜이렇게 일을 많이주냐면서 자기는 일이 많대요. 제가 보면 제일 일 조금하고 있는데. 심지어 이번에 부사장님이랑 면담하는데 팀에서 제가 오고 기존에 있던 나은대리도 사람이 달라졌네 마네, 자기 왕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일 못하는 건 생각치도 않고.”
“원정이 달라지긴 달라졌어요. 예전이랑 달라요 팀장님.” 옆에 있던 나은도 몇 마디와 다른 사례를 보탰다.
“진짜 속터져요. 오히려 초반엔 안 그랬다는데, 8개월이 다 되어서 지금은 왜 그러는 지 모르겠어요. 제가 뭐라고만 하면 다 자기를 공격하는 걸로 듣고 방어적으로 얘기해요.”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미나는 자영에게 되물었다.
“원정이 질문하거나 일을 완성해오면 자영이 뭐라고 하는데? 말은 친절하게 한다고 하지만 실상‘왜이렇게 했어요? 원정님이 잘 설명해줘야 내가 알고 도와줄거 아니예요.’ 라고 하고 있는거 아냐? 원정은 뭐든 조심스럽고 겁이 많은 스타일이야. 다그치면 될 것도 안 될 걸?”
“…..그렇게 말한 건 맞아요.”
자영은 커뮤니케이션이나 말로하는 일처리가 빠른 편이었다. 대신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문서를 만들고 데이터를 꼼꼼히 살피는 업무에 약했다. 원정은 반대 성향이었다. 자영대리가 원정의 작은 실수에도 질책을 했을 터였다.
“내가 봤을 땐 원정은 지금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아. 아무도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고도 생각할 거고. 지금 모든 실수에 질책을 받으니 시도 자체를 하기 싫어진거지. 지금 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후배사원들 케어까지 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내 일을 방해하는 애’ 라고 생각하지 말고 원정의 신뢰부터 얻도록 몇 달만 노력해보는건 어때?”
사실 갑자기 변했다는 막내의 모습은 당신이 가진, 막내를 향한 태도와 마음의 거울일 수 있다. 내가 함께 일을 ‘잘’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특히나 그 사람이 주니어라면, 내가 그(그녀)와 신뢰를 잘 쌓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