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을 만나면 생기는 희한한 일

덴마크 얀테의법칙

by 율란
우리동네 빵집 전경


동네 빵집에서 본 특별한 사람

코펜하겐(덴마크어로는 København)은 Køben(상인) + havn(항구)의 합성어로 ‘상인의 항구’라는 뜻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항구도시인 코펜하겐은 바다로 통하는 카날도 있고 바닷가가 아주 가까이에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시내까지 메트로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해변이 가까이 있는 동네입니다. 시내까지의 접근성과 자연이 가까이 있어 많은 영패밀리(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어요. 여름에는 비치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다소 정적일 수 있는 덴마크 생활에 저는 이 생기가 좋습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저희 동네 베이커리는 덴마크에서 꽤 유명한 베이커리/카페 체인이에요. 북유럽 스타일의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실내 디자인, 가격은 좀 비싸지만 고품질의 베이커리와 각종 디저트가 있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이와 함께 가면 børneboller(기본 베이킹 재료로 만든 어린이를 위한 빵)을 주는데 공짜 없는 이곳에서 그래도 ‘정’이 느껴져 자주 찾는 곳입니다.


오늘은 이 동네 베이커리에서 만난 특별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만났다기보다는 ‘봤다’라고 표현해야겠네요.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한 중년의 남자가 들어옵니다. 순간 ‘어,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합니다. 동네 어느 아저씨인 양 특별한 것 하나 없이 그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어요.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추측하는 사람일까 해서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이 사람 미카엘 라우드롭( Michael Laudrup)이야?!!

바로 답장이 옵니다.

맞아! 미커엘 라우드롭 이야!!! 그 사람 거기에 있어? 그 사람 지금도 거기 있어? 갔어? 내가 당장 그쪽으로 갈게. 와우!! 당신 오늘 운 좋은 날이야!



축구 덕후인 남편은 쉽게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합니다. 엄청 신이 났나 봅니다.



미카엘 라우드롭은 덴마크에서 최고로 유명한 축구 레전드야! 그냥 축구 레전드가 아니라 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 생각하면 돼. 여왕이나 왕자 수준 정도로 보면 돼. 국민영웅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사람을 본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야!!



솔직히,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뭐 그 정도까지 인가? 했어요. 저희 시누이도 이 사람 팬인걸 알기에 사진을 보냈더니 지금 어디냐고 당장 오겠다고 합니다. ㅎㅎ 그 사람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한참 이런 소동을 저희끼리 부렸답니다.


이곳에선 미카엘 라우드롭을 모르면 간첩(덴마크에서 생긴 상황에 이 표현을 쓰려하니 좀 웃기네요ㅎㅎ) 취급받을 정도로 유명한 축구 레전드입니다. 메시나 호나우도 정도는 만나야 이 호들갑을 떨어도 될까 싶지만 덴마크에서 미케일 라우드롭의 입지는 메시나 호나울도 보다 더 특별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마 손흥민과 박지성을 합친 유명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유명도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ㅎㅎ (뭐 한마디로 그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말입니다).


미카엘 라우드롭은 (전) 축구선수 중에서 그리고 축구선수뿐 아니라 다른 분야를 통틀어 덴마크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1983-1996까지 FC바르셀로나, 유밴투스, 레알 마드리드, 아약스 등 유럽 최고의 팀에 소속되었고 소속된 기간 중 이 팀들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최고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습니다. 그 명단에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세계 최고의 축구 레전드 Diego Maradona, Johan Cruyff, Luis Figo, Hugo Sánchez, Hristo Stoichkov, Ronaldo (of Brazil) and Rivaldo 이 있습니다.


덴마크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냥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의 플레이가 너무나 우아하면서도 지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플레이 중 ‘surgical passing’이 유명한데 ‘수술 패스’라는 뜻으로 수술하듯이 정확하고 허를 찌르는 패스로 상대의 디펜스을 무너뜨린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왜 아무도 사인을 안 받나요?

남편은 물론 집에서 난리가 났고 저희 시누이도 난리가 났습니다. 흥분에 차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너무나 신나 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도 누구 하나 다가가 말 거는 사람도 없고 눈길 하나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반응은 무엇일까요?


남편도 말하기를 그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실제로 봤다면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하지는 않을 거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종종 유명인을 시내에서 보게 되는 경우라도 그 주위에 사람이 몰려 있거나 웅성웅성거리는 일이 없습니다. 참 제가 봐왔던 풍경과는 다른 풍경이라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아무리 잘 알려진 유명인이라 하더라도 나보다 가치가 있거나 중요한 사람은 아니다.


덴마크 사람들의 유명인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 굉장히 다릅니다. 우선은 그 사람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고 해서 크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사인을 요구한다던가 사진을 같이 찍자는 반응을 보는 것은 그렇게 흔한 행동이 아닙니다. 이유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평등정신’, ‘얀테의 법칙’ 때문이라고 합니다. 얀테의 법칙은 전에 잠깐 설명드린 적인 있는데,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라고 덴마크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유명세를 얻었거나 명성을 얻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거나 인생에 있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정신입니다. 많이 알려졌다는 것이 단지 직업인 사람도 있고 그게 삶을 사는 방식의 한 가지 일뿐 유명 자체가 그 사람의 특별함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 실력이 뛰어나거나 특별한 재능이나 재주가 있어 그 분야에 성공은 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높이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존재의 이유나 가치가 그러한 결과로써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공을 했던 안 했던, 돈을 많이 벌었든 안 벌었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인간이라는 자체만으로 우리는 평등하고 존엄할 수 있다는 게 기본 바탕에 깔려 있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덴마크 사람들에게 전반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누가 유명하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우러러보거나 대단한 사람을 본 사람처럼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유명인이라도 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덴마크 사람들이 유명한 사람을 봐도 별 반응을 안 해서 부끄러움 탓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반응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쑥스러워 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즐길 수도 않지만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배려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유명인이라도 그 사람만의 사생활이 있고 그 사생활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미카엘 라우드롭은 비즈니스차 누구와 만남을 가지는 듯했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존경은 내가 갈구한다고 받는 게 아니라 타인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다.


미카엘 라우드롭이 유명하지만 축구 레전드라는 이유만으로 유명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덴마크 사람들은 그를 존경합니다. 그를 묘사할 때 쓰는 대표적인 두 단어가 있습니다. ‘ Well- respected’ (존경을 많이 받는)라는 단어 그리고 ‘Down to earth’(겸손한)라는 영어 표현입니다. 존경을 많이 받지만 겉멋 없이 겸손하다 라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탁월한 축구실력으로 모든 덴마크 사람들이 자랑스러워 하지만 그 사람 자체는 묵묵히 자신을 낮추며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그도 전혀 꾸밈이 없었습니다. 그게 그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듯했습니다. 존경심은 자신이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데서 타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카엘 라우드롭을 동네 빵집에서 보고 덴마크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느낌 것은, 유명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존경을 받을 이유도 없고, 그 사람도 그것을 당연시 여길 이유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 또한 ‘성공해야만’ ‘유명해져야만’ ‘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이라는 조건하에만 가치가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우리가 돈이 많이 없더라도, 좋은 차를 가지지 않았어도, 큰 아파트를 가지지 않았어도, 회사에서 높은 직책에 있지 않더라도,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그리고 내 주위의 있는 사람도 존재 자체가 가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조금 더 우리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카엘 라우드롭님 죄송합니다. 제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 버렸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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