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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연 Jun 14. 2024

미소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파리 여행은 미술관 여행이었다. 밤마다 숙소에서 다음 날 볼 작품을 예습했다. 여행 전부터 예습했지만 부족했다. 파리 여행 중 가장 기대가 되던 것은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하는 일이었다. 나는 파리를 가지 않았다면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이 삼각뿔인 것도 몰랐을 것이다. 영화 ‘꼬마 니콜라’에서 끌로테이가 파리를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은 모르지만 자전거를 탔던 근처 강의 이름은 아는 장면처럼 어떤 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내가 루브르에 갔던 날은 하필 주말이어서 입장 중이 아주 길었다. 여행 책의 정보와는 다르게 주말에도 돈을 내야 했다. 여름날 유럽의 퇴약볕 아래 역시나 예습을 하며 입장을 기다렸다. 뒷사람이 한국 사람이어서 내게 인사를 해왔지만 나는 인사만 하고 말았다. 한국 사람이어도 낯선 사람이기에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볕이 강해도 습기가 없어 견딜 수 있는 여름이었으나 눈이 부셔 선글라스를 끼고 전자책을 읽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도판에서 보던 많은 작품들이 대형으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주요 작품만 짚어주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지만 나는 그냥 자유롭게 관람하는 편이다. 장소도 광활해 다 보려면 일주일이 걸린다는 말도 있고, 바뀌는 컬렉션을 다 보려면 몇 달이 걸린다고도 한다. 명화도 관람객도 많았다. 그래도 의자는 있어서 앉아 쉴 수 있었다.

 

의자에 앉으면서 리플릿을 떨어뜨렸나 보다. 한 어린이가 인지 청소년인지 아이가 내가 떨어뜨린 리플릿을 주워줬다. 인사만 외워간 짧은 프랑스어로 고맙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이 같은 나라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그의 모국어로 내게 <모나리자>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나는 대충 알아듣고 손짓으로 알려줬다. <모나리자>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이 많았기에 알고 있었다. 곧 나도 <모나리자>를 영접하러 갔다.


<모나리자>의 미소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각도, 조명 등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방향으로 오른쪽 입술만 살짝 올라가 있어 어떻게 보면 무표정해 보이기도 하다. 작은 그림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한 장소에 온 것을 보면 신비로운 그림인 것은 확실한가 보다.


나가려고 문 쪽으로 이동했다. 어떤 어린이인지 청소년인지 아이가 나가려다가 내가 올 때까지 문을 잡고 기다리고 있다. 아이가 계속 문을 잡고 있게 할 수 없어서 얼른 가서 내가 문을 잡고 고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이가 두 번이나 내게 친절을 베풀었으니 내 얼굴도 미소를 좀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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